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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 이야기

서산 팔봉산에 간 초등 동창 야유회

        팔봉산 초등야유회 ..... 우리... 언암 촌아이들은 좋은 녀석들이다. 그옛날 이집 저집 마당에 문지방에 드나들며 제기차기,딱지치기,땅따먹기 하던 친구들... 그옛날 바닷가 촌구석에서 느려터진 충청도 사투리에 깔깔대며 웃던 친구들이지만 때로는 부모님 도와 살조개 짊어지고 해미장에 가던 힘들게 살던 바닷가 갯소년,소녀들이다. 옛날 시골아이들이 다 그랬지만 우리 언암 아이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검게 변한 피부가 특징이었고 어린아이지만 감정이 넘쳤다. 장단지에는 갯펄을 묻히고 머리에는 기계충 계급장을 달고 어머님이 싸주신 도시락에 늘 새우젓이 들어있었다. 순박한 아이들... 참 순진한 바보 같은 친구들은 용기 박력도 없고 소심하여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말한마디 못하고 돌아서 도망갔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돌아서면 마음이 허전했었다면 너무 조숙해서일까? 수줍음 잘 타는 우리들은 조그만 위 운동장에선 여학생들이 고무줄놀이 열심히 하고있었고 가끔 장난 꾸러기소년이 고무줄을 끊으며 장난을 쳤다. 남자아이들은 새로만든 아래운동장에선 조그만 고무공,지푸라기공으로 축구를 했다. 재수좋아 학교에서 축구공을 내주면 축구공으로 했지만.... 우리들은 흔한말로 이런 친구들을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죽마고우라고 부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사십년이 지난 삶의 여정에서 3년전에 만나기 시작한 남녀동창들... 분당의 숙자딸 결혼식에 우연히 만난 우리들은 일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만난다. 꽃피는 봄에...그리고 해를 보내는 망년회 모임으로.... 몇십년의 긴 공간을 넘어 모처럼 해후에 두 손 꼭 잡고 애들처럼...갯마을 소년 소년로 돌아가 순박한 웃음을 토해낸다. 6월 6일...현충일 봄 야유회로 우리는 만났다. 지금와 생각건대 경건하게 조용하게 보내야 하는날인데.... 날짜를 잡다보니 현충일뿐이 적당한 날이 없었다. 원호가족인 교식이와 건교에게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함을 표하며 내년부터는 다른날을 꼭 택할 것이다. 함께가는 관광버스 속에서 팔봉산 자락에서 바닷가 신진도 횟집에서 못다한 옛이야기 살아간 이야기 토해낸다. 이렇게 살고 저렇게 힘들고 그냥 이렇게 늙었다. 서로 다른 운명을 살았지만 우리는 하나다. 해발 400미터도 안되는 산을 숨이 벅차게 올라가는 노인의 길목에 서있는 우리들.... 아직도 어린시절의 소박한 웃음이 남아있어 조그만 농담에도 박장대소를 한다. 전에 서산에 최초로 여자면장이 생겼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얼마나 똑똑하고 잘하기에 여자가 면장까지 올라갔을까 의문을 갖고 살았는데... 바로 그면장이 언암 1년후배 여학생이란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팔봉면장으로 있는 그녀는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특히 농촌사랑이 특별한 인물로 주민들 사이에 칭찬이 끊이지않는 인물이란 것도.... 그저 팔봉산에 가면서 전화 통화나 하자며 걸었던 통화가 우리에게 뜻깊은 만남이 될줄이야.... 주차장까지 와서 못난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특별한 농산물까지 주었으니... 삶의 길이 서로 다른길로 들어섰지만 앞으로 그리 많은날이 남지않은 우리운명에 변치 않을 우정의 꽃 피워 서로손 꼭 잡고 노을빛 찬란한 남은 삶의 여정을 굳굳하고 힘차게 앞만 보고 걸어가자. 희미한 안개속의 노년의 삶일지라도... 시골의 인심은 아직도 넉넉하다. 서울 사람들은 깍쟁이로 통한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서일까? 이번 모임에서 고향친구들이 보여준 풍성한 선물... 버스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입이 벌어지는 모습은 이번 야유회의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워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농촌의 삶에서 고향의 들녘은 욕심없는 정감을 키워주는가 보다. 서울에서 몇십년 살다가 고향근처에 내려와 친구들을 수없이 만나며 느낀 것이지만 분명 시골의 삶은 뭔가 특별한 여유로운 마음을 키워 주는게 확실하다. 임순이가 농촌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로 쑥을 넣어 만든 인절미... 용복이가 준 마늘 한꾸러미... 방앗간을 하는 기홍이의 쌀 한자루... 팔봉산 자락의 기름진 토양에서 자란 양파 한자루.... 그많은 짐을 어떻게들 집으로 갖고 갔을까? 팔봉산의 소나무 숲에서 나는 솔향기가 몸에 배었는지 아직도 은은한 냄새가 나는것 같다. 깔깔대며 웃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어울려 함께하는 산행의 모습도 그려진다. 오늘도 그 어린시절의 친구들이 그립다. 2007. 06.07 아침에 천안/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