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뵙고서
2주전 아버님 구순생신날 뵙고 부천에 올라갔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십니다.
신체는 나이를 속이지 못합니다.
잘 걷지 못하시지만 정신만은 아직 또렷하신 부모님...
주변 아파트 쉼터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만난지 60여년... 오랜세월의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때로는 기쁜일, 때로는 고통스런 나날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사는 시간입니다.
아버님은 왜 안죽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정신에 비해서 신체가 말을 듣지 않으니 살아도 사는게 같지 않을 겁니다.
뭔가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이야 하는데 시간만 보내는 세월이 야속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바로 노인들의 삶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운동하는 시간은 모두 지나고 그저 삶을 짊어지고 가는 그런 세월입니다.
어머님은 말씀하십니다.
죽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이렇게 살아있어 손자들이 결혼하고 자식낳고 살아가는 것을 보는게 아니냐며 아버님을 혼내십니다.
조용히 아내말을 듣는 아버지가 애들 같습니다.
이제는 모두 내려놓은 모습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살아서 아둥다웅 지치고 힘들었던 지난날들... 지금은 현실의 외로움과 싸우고 계십니다.
우리 어머님은 참으로 현명하신 엄니입니다.
지금도 자식들의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계십니다.
6남매 모두 훌륭하다고 하십니다.
너무 모자른 자식들이지만 최고라고 말씀하시는 엄니...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보다 귀한 보물은 없는 모양입니다.
한달에 한두번 찾아가 뵙는게 전부인 자식들을 최고로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어머님은 제가 내려갈때 고구마순을 주더군요.
제가 고구마 농사를 좋아해서 심는다고 했더니 베란다에서 고구마순을 키워 내주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따서 싸주셨는데... 결국 잊어먹고 내려왔습니다.
종이팩에 가지고 전철을 타고 동창회 가는중에 한번 갈아타는 중에 놓고 내렸는데...
나중에 저녁에 천안내려오며 생각이 나더군요.
어머님의 고구마순...하면서 찾아보았으나 아마도 7호선 유실물 센터에 가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고구마순이 너무 흔해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머님께는 잘 가져와서 심었다고 말해야 하겠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