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마침내 친구가 40여 년 간 애쓴 노고에 대해
외솔 선생님께서 인정을 하시는구먼!
그래, 나 역시 한말글 사랑에 대한 그간의 친구 노고와 헌신을 인정하고
이번 친구의 경사에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보내네.
1967년 대학 2학년 때 자네와 맺은 인연은 참으로 귀하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 말글 운동사에서 우리는 적지 않게 큰일들을 해 냈지.
그렇다고 우리가 정부나 사회의 보상이나 댓가를 기대하거나 받은 적은 없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긍지와 기쁨으로 살아 왔고, 후회는 한 적이 없지.
그러나 나는 늘 자네한테 부끄러웠다네.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된 뒤에도 친구는 꾸준히
아니 더욱 열심히 이 운동에 전력투구했는데
난 그렇지가 않았어.
그래서 나는 늘 자네한테 미안하고 고마웠지.
자네는 누가 뭐라 해도 '한글독립운동가'란 칭호를 받기에 그 자격이 충분하네.
그리고 오늘 날 대표적인 한말글운동가임에도 틀림없고.
그러니 자네가 아니면 누가 외솔상 실천상을 탈 자격이 있겠나.
특히나 한글날 국경일 승격에 자네만큼 애쓴 이가 또 누가 있고?
하늘에서 외솔 선생님이나 허웅 선생님께서도 이번 자네의 수상을 기뻐하실 거네.
앞으로도 우리에겐 할일들이 많지.
자네한테는 한글문화관 건립과 한글날 공휴일, 한글 국보1호, 인천세종국제공항 등...
모두 한말글 발전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일들이 자네의 계속된 노고와 헌신을 기다리고 있네.
나는 대학 졸업 후 한말글 운동 외에 다른 일들에 눈길을 주느라
때로는 한말글 운동의 현장에서 떨어져 있은 적도 있고,
그러다 보니 대학 때 자네가 나를 도운 만큼도 자네를 돕지 못했네.
하지만 이제 나도 앞으로 이것 하나만은 열심히 해 볼 생각이네.
온 국민이 한말글 이름을 사랑하는 운동...
한말글 이름의 날 제정...
장한 한말글 이름 청소년 상 제정과 운영...
따위 말일세.
이 일에도 자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네.
어제는 효창원 사랑 모임 동지들과 같이 고 조문기 지사님 댁으로
혼자 사시는 사모님께 뒤늦은 명절 인사를 드리고 왔네.
우리 주변엔 이렇듯 나라사랑 겨레사랑하는 동지들이 다행히도 많이 있네.
그들에게도 자네가 모범이 되어
우리 함께 장차 이 땅에 사는 우리 후손이,
우리의 학창 시절 목표대로,
좀더 떳떳하게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나가세.
이제 자네나 나나 예전과 달라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일 나이가 됐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조급해 하지도 마세.
자네와 식구 모두 늘 편안하고 행복하길 비손하이.
2009. 10. 12. 새벽에
친구 봉원이가
(서울대 초대 국어운동학생회장이 동국대 초대 국어운동학생회장 동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