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이다.
지난 토요일은 용산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동창들 자녀결혼식이 두곳이나 있었는데....
모두 용산지역이었다.
전자랜드근처에서 초등동창딸이 결혼하고
용산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5년제인 인하공전과 숭실대 동창딸...
초등동창딸은 시간이 빨라 참석을 못하고
늦은 오후6시에 있는 대학동창딸 결혼식에 참석했다.
삼각지 로타리에 내렸다.
이곳도 역시 도심으로 많이 변했다.
주변에 고가빌딩들이 들어서고 미군부대자리엔
전쟁기념관과 웨딩홀이 자리잡았다.
전쟁기념관을 보려했는데 입장료를 받는다.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전쟁한게 무슨 자랑이고 구경거리라고 돈을 받고
참관시키는지... 시간이 넉넉했지만 포기했다.
오랜만에 인하공전동창들과 숭실대 기계과 동창들을 만났다.
딸을 결혼시키는 친구는 고교와 대학을 7년동안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들은 정기적으로 모임도
있고 해서 만나지만 고교와 대학동기들은 이렇게
행사때만 얼굴을 본다.
그것도 연락이 오는 몇몇 친한 친구들만....
인하공전과 숭실대 동창들도 동창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충청도 지역에 살다보니
자주 나가지 못해 만남이 서먹하다.
대신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회만 열심히 다녔다.
고교 대학동창들도
세상이 돌고 돌아 친구들이 은퇴길에 많이 접어들었다.
대기업에서 큰소리치며 일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날을 잡아놓고 있는걸 본다.
일부는 외환위기때부터 퇴직에 아픈 고통을 격었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친구들도 올해 내년에 많이 퇴직한다.
월급이 몇 번 남았네....하는 말을 들으니
나자신도 서럽다.
대학 과동기들중에는 교직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대학교수, 고교교사로 재직중인 친구들이 지금은
가장 큰소리치며 살아간다.
아직도 퇴직하려면 한참 남아있다면서....
낭만과 꿈이 있는 교정에서 어린 제자들과 지내다가
방학때는 멀리 여행도 떠나는 교직이 이제는 가장 부러운 직업이다.
토요일 결혼식 시키는 친구는
ROTC 장교로 임관하여 육군항공대에서 헬리콥터 조종사로
28년을 보내고 몇 년전에 중령으로 예편하였다.
헬리콥터 조종사라 대한항공에서 조종간을 잡았지만
나이가 많다고 몇 달전에 다시 퇴직했단다.
친구의 얘기는 군대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사회적응하는데
많은 애로가 있었댄다.
수직적인 조직에서 살다가 수평적인 관계인 민간사회에
살아가기기 쉽지 않았으리라.
군대생활하면서 딸녀석를 한의사로 잘키워 결혼시킨다.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한의사와 양의사의 만남....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서로 다른 의학지식가지고 다툼이 없지않을까 걱정도 되고....
잘 융화가 된 최상의 부부 같기도 하고....
결론은 참 잘 만난 부부로 생각된다.
바쁜 세상살이를 많이도 살아온 친구들을 보니
지나간 시간도 아쉽지만 지금의 그 모습들도 그리 썩
나쁘지 않는것 같다.
모두 감사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말하고 싶다..
학교 다닐때 좋았던 감정을 가졌던 친구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다른 세계에서 살다보니 대화의 방향이 엇갈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깊은 바다처럼
잔잔히 흐르는 옛정이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서로 똑같이 허탈하고 깊은 외로움에 몸을 떠는
오십대 중반의 삶을 사는 동반자들이 아닌가?
기대하고 소망한 꿈을 이루지 못햇지만
늙어가고 살아온 과정은 똑같다.
애틋하고 활활타던 청년의 마음에서 만났던 우리들...
더운 여름이 가버리고 가을 오듯이
우리의 몸도 무너져 내린 가슴을 안고 사는
낙엽지는 가을 한 복판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가을 속에 있는듯 싶지만
한쪽엔 여름이 함께 가기도 하는것 처럼..
희망과 절망은 우리의 마음속에 항상 같이 공존하는 것 같다.
지난 시절 굳은 희망과 명예가 사라진 지금....
마음 한구석엔 허탈하기도 하고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이제 중년의 삶을 살다보니
돈이 많다거나 잘나고 많이 배운 거 보다
마음이 편한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행복이고
성공이라 생각된다.
겸손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도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친구를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행사때나 가끔 보더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고교 대학친구들에게 고맙다.
고교대학동창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