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과의 상견례
긴 겨울 모진 찬바람에 눈이 쌓이고
살얼음을 견디며 지낸 우리집 뒷텃밭....
드디어 우리와 상봉을 했구나.
삽과 곡괭이 호미를 들고 거름을 준비하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아내와 같이...
농촌에서 자라고 컷지만 농사일이 서툴기만 한 우리부부...
몇 년전 예산에서 살 때 갈고 닦은 농사실력이 있어
아마추어 농사꾼이지만 해마다 무언가를 심는다.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어 두가마의 고구마를 거두었다.
주로 나의 아침식사대용으로 먹었던 고구마...
토질이 고구마와 궁합이 맞는지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했다.
그래서 올해도 고구마를 심으련다.
아직 싹을 사지않아 심을 자리 비닐만 씌어놓았다.
서울에 살면서...
나의 생의목표는 오십이 넘으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항상 아내에게 말했지만...
절대반대였다.
소득이 안나오는 농사로 애들교육은 어떻고 뭘 먹고살고
어쩌고 하면서 말도 끄내지말라고 으름장을 놓곤했다.
우연히 시골 예산에서 살면서
농촌생활의 꿈을 이뤄보는 실험무대를 계속했다.
토끼장을 만들어 보고 닭장에 닭을 키우고 양어장곁에
오리목장도 해보며 할수있는
농촌체험을 닥치는대로 해보았다.
고향서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초등친구들을 만나
조언을 들으면서...
역시 아내말대로 농촌에서 삶은 소득이 안되는 밑지는 장사지만
흙속에서 나오는 무한의 깊은 교훈은 돈으로 살 수없는 또하나의
소득임에 틀림없다.
지금 천안에 사는 대지 이백몇평의 땅에 오십여평의 텃밭이 있어
농촌체험은 계속되고 있다.
아내도 나이가 들면서 흙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내가 예산에서 농촌체험을 하는 곳에는 얼씬도 안하더니
최근에는 많이 거들고 깨끗하게 단장하는데 그녀가 없으면
엉망이 된다.
밭에 나온 풀밭을 보면 그냥 놔두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대로 밭농사가 잘된다.
깔끔한 그녀의 성격대로 흙도 따라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흙을 싫어하지 않는 그녀가 대견스럽다.
여유가 된다면 몇백평의 밭을 사고싶다.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에 전념하기위해....
아내에게 말하면 옛날처럼 펄쩍뛰며 반대하지 않는다.
아마도 당신이 갈 곳은 그곳뿐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
서운하긴 하지만 기분이 좋다.
텃밭의 흙은 부드럽게 우리를 반긴다.
가꾸면 가꿀수록 아름다워지는게 땅이다.
사람과 똑같지만...
토요일 오후 두어시간 흙과 씨름했더니
아내는 막걸리가 생각난다며 냉장고에 있는 막걸리를
가져오랜다.
농사일을 도와주는 아내의 명령에 말한마디 대꾸없이
막걸리를 대령했다.
난... 담근 포도주로 대신하고...
가끔 우리부부는 남편과 아내의 위치가 바뀌고 주객이 전도된다.
아무러면 어떠리...
흙을 사랑하는 맘이 깊어만 가는 아내모습이 좋은데...
봄 햇살 아래 아름다운 해후였다.
한삽 두삽 흙을 뒤집을 때마다 환희와 기쁨이 넘친다.
농사는 인간의 삶과 똑같은 이야기...
씨뿌리고 싹이 나오고 가꾸고 거름준다.
뿌린대로 거둔다.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행복이 되돌아온다.
주로 고구마가 심겨지겠지만...
상추 고추 호박도 집 울타리 주변으로 씨를 뿌릴 것이다.
새봄이 시작되는 이느낌, 행복이 올해도 이어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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