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중노동의 주말을 보내며
금요일....
덤프트럭의 한 대가 집마당으로 들어왔습니다.
흙을 한트럭 주차장 마당에 내리고 떠나고...
그 흙은 이제 필요가 없어진 정화조에 부으려고 가져온
흙입니다.
정화조에 흙을 붓다보니...
반트럭분이 남았습니다.
결국 남은 흙을 집뒷편에 있는 텃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언덕받이 텃밭에 붓는다면 그만큼 밭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게 되어 갑자기 땅욕심이 생기더군요.
문제는 그 많은 흙을 조그만 외발 리어카로 옮길 수 있을까?
결론은....
주말의 시간을 이용해서 해보자 였습니다.
드디어 점심먹고 시작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흙을 실어주고 나는 텃밭으로 나르고...
주차장 마당에서 뒷마당으로 올라가는 언덕을
젖먹던 힘을 다해 리어카를 밀었습니다.
중노동이 따로 없었습니다.
오직, 텃밭이 더생긴다는 의욕으로 모든 것을 잊고
막걸리 대신 생수를 계속 마시면서 흙을 만졌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이 온몸에 파고들었습니다.
사람이란게 흙속에서 행복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몇날이 걸리더라도 하고 말리라 결심 또 결심하며
흙을 날랐습니다.
허리가 뻐근하더군요.
수백번 오르내리며 주차장에 있는 흙이 반정도로 줄어든 채로
토요일은 지나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외발리어커에 흙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웃사람들이 혀를 차더군요.
“정정이 따로 없네유~ 그 많던 흙이 줄어든걸 보니....”
한시간을 하고나니 배가 고파왔습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같이 다시 시작했죠.
점점 끝이 보이는게....
점심때가 지나 3시경에 모두 끝이 났습니다.
주차장에 있는 흙은 모두 날라지고 돌무덤만 남았습니다.
흙속에 있는 돌을 골라내며 날랐거든요.
힘들다는 것보다 새로운 텃밭이
생기는 기쁨이 앞서는게 무엇을 심을지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합니다.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토마토는 벌써 심었습니다.
토마토와 호박은 기본이고 참외, 가지, 오이도 심어봐야지...
무언가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
어느새 농부가 됩니다.
항상 봄에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그 식물이 커서 열매를
우리에게 선물해줄때 기쁨을 맛봅니다.
사먹는 것보다 몇배의 맛을 주죠.
커가는 것을 보는 기쁨도 그에 못지않은 생동감을 안겨줍니다.
식물이 싱싱하게 커가며 꽃을 피우는 모습....
자식이 커가는 모습과 다를게 없습니다.
벌써 텃밭에 호박과 토마토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옆에 제가 외발리어카로 옮긴 흙이 보이시죠.
이곳은 감자를 심어보았죠.
새싹이 비닐을 뚫고 나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사실, 이 씨감자들은 버림받은 감자였습니다.
아내가 싹이 나왔다고 쓰레기장에 버린 것을 주어다가
잘라 심어보았습니다.
언덕에 있는 딸기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아래 흙이 보이는 곳이 새로 생긴 텃밭땅입니다.
윗사진은 우리집 화단에 핀 영산홍꽃입니다.
올해는 농사 일기를 자세히 써볼까 합니다.
조그만 텃밭에서 이뤄지는 일이지만....
내 삶의 일부랍니다.
손발과 같은 몸의 일부처럼 내 텃밭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켜 봐 주세용~~
2009. 4. 21 화요일 천안/영로
이영로의 농사일기
중노동의 텃밭농사 준비로 주말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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