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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조그만 친절이 큰 감동으로...



      조그만 친절이 큰 감동을 주다. 비가오는 토요일이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먼지 쌓인 차... 도로...들판을 씻어주는 봄비는 어찌보면 겨울잠 자고 일어나는 나무들을 세수 시켜주는 비같다. 이런비를 단비라고 하던가? 몇일동안 꽃샘추위로 봄이 오는 길목을 막아버리더니 오늘 토요일은 단비가 내린다. 내일의 맑은 봄날씨를 예고하는 것 아닐까? 숲속에선 분명... 단비를 맞으며 봄의 해맑은 싱싱한 나뭇가지가 초록의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가끔 부모님께 전화하는데... 오늘은 어머님이 받으신다. “별일 없으시지유?” “운동은 나갔다 오셨어유?” “식사는 잘드시구유?” 일상적인 안부전화를 한다. “아버지는 많이 좋아지셨슈?” 입이 약간 돌아가서 요즘 침을 맞고 계신 아버님 안부도 물어보았다. 항상 부모님께 전화할 때 난 항상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게 내 버릇이다. “그래...오냐...별일없다.” “...” “그런데...어제는 엄니가 별일 다봤다” “무슨일인데요?” “어제는 병원에 다녀오느라 택시를 탓는데... 택시 기사가 택시요금을 안받는디...그렇게 맘씨 좋은 택시 기사는 첨 봤다“ 어머님은 3년전만 해도 펄펄날으시는 건강미가 넘치는 칠순중반 노인이셨다. 부천중앙공원 배드민턴장을 누비는 배드민턴 선수인 어머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신후 한쪽을 제대로 못쓰는 장애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고 걸어다니신다. 어제도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에 택시를 타고 갔다 돌아오는데...택시운전사가 직접 문을 열어주고 부축해서 나오게 하시고는 택시비를 도로 주머니 넣어주시더란다. “할머니 같은 분을 보면 어머님 생각이 나서.... 택시비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사코 안받고 그냥가는 기사를 물끄러미 한참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셨단다. 택시 기사 이야기를 하시며 울먹이는 목소리에 나도 공연히 눈에 눈물이 맺히는건... 택시비 몇천원의 조그만 친절도 이렇게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거란걸 다시한번 느낀다. 그분은 분명 나의 어머님뿐만 아니라 모든 노인들에게 그렇게 대하는 도로의 천사분이 아닐까? 참...세상은 아직도 맑고 푸르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게... 크끝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꺼워진다. 그분 때문에 우리엄니의 삶에서 하나의 맑은 빛을 보신 것 같다. 아직도 살맛나는 세상에 살고있다는걸 느끼시는게 틀림없다. 어머님의 가슴에 뿌린 조그만 기분좋은 경험... 웃음을 많이 잃은 어머님의 초연한 모습에 그런분의 만남은 삶에서 다른 어느 약보다 강한 치료제가 될 것 같다. 제대로 가서 뵙지도 병원에 모시고 가지도 못하는 아들보다 백번 나은 그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수없이 나온다.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세상의 한계절이 시작되는 요즘 풋풋한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진다. 도시의 도로에서...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는 그기사분을 그리며.... 2007.3.10 토요일 저녁 천안/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