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능선길을 걸으며..
토요일 점심을 먹고
집에서 어디론가 떠났다.
무작정 지도를 보며
천안 근교에 있는 산을 향해 간다.
금광맥을 캐듯이 혹시 오르지 못한 산이
있는지 차속에서 열심히 찾아내 간곳이
태화산이다.
태화산의 위치는 아산방향으로 가다가
호서대방향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호서대를 가기 전에 온양읍내로 가는 고갯길에
가면 그곳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아산면 배방면에 있는 태화산은 해발 460미터 되는
야산이지만 능선을 따라 가는 등산로가 좋았던 것
같다.
소나무 숲에서 떨어진 솔잎에서 풍기는 솔향기가
일품이다.
지난번 서산의 팔봉산을 넘어가듯이 고개를
넘고 넘어 소나무 숲길을 가는 능선이 너무 좋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기가 없고 얼굴이
엉망으로 잃어 가지만
소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진다.
잘크고 늠름한 소나무를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한곳에서 몇 백년 묵어있는 나무에서 풍기는
근엄한 모습은 그 어느 스승만큼 가르침을
절로 준다.
인간은 가식과 위선이 얼마나 많은가?
백년도 못사는 우리 인간들은 사는동안
자신이 주인인양 큰소리치며 살지만
나무는 한곳에서 오직 한 자리에서
자리잡고 자기의 생명을 지키며 세상의
뜻대로 살뿐이다.
가끔은 옆에 있는 나무와 경쟁을 하며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생명의 존엄성을 느낀다.
뿌리를 벋어가다가 바위를 만나면 비켜
가기도 하고 틈새가 있으면 들어가 바위를
갈라지게 하기도 한다.
시골 동네에 있는 몇백살의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동네의 주인이 된다.
분명,
산은 우리 인간을 초라하게 만들고 겸손한 마음을
품게 하는게 틀림없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난....
산에 가면 술을 먹는다.
주로 막걸리지만 맥주도 좋다.
한두잔 먹고 몇분이 지나면 세상이
내것이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착각에 빠진다.
오늘도 지난해 담근 매실주를 가져왔다.
이웃친구네서 가져온 대추를 안주로 삼아
소나무 그늘에 앉아 몇잔을 마셨다.
상큼한 산바람이 불어오는게 다시 세상이
내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를 좋은 하루가 되게 하며
힘들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아내는 좋은 친구가 된다.
솔밭 오솔길에 둘만의 발자욱과 속삭임만
있을 뿐이다.
눈빛 하나만 보아도 내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아내뿐인 것 같다.
산속에서 둘이 앉아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낸다.
가끔은 진한 웃음을 토해내기도 하면서...
오늘 토요일 오후 시간을 산속에서 아내와
보내며 하루가 지나간다.
2007. 06, 23 토요일 저녁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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