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열매를 따먹다가 들키다..
초록의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태조산 계곡에서 동창친구들과
헤어진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이웃친구네 집에 가봤다.
롯데마트에 다니는 친구는 주말에
시간이 나지 않으니 천안 친구모임에
많이 빠진다.
그래서 친구가 우리부부를 초대했다.
친구네 집에 들어가기전....
화단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단에 심어놓은 신종 보리수 나무에
빨간 보리수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어 몇 개 따먹고 있는데...
친구부부가 내려다 보며 웃는다.
“주인 허락도없이 왜 따먹어”
친구네 3층 베란다 밖에서 쉬던
친구부부가 아내와 내가 도란거리는
소리를 듣고 들켜버린 것이다.
넓은 베란다에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었다.
커더란 물탱크를 잘라서 만든 텃밭...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가
얼마나 싱싱한지 침이 절로 넘어간다.
거름을 잘주어서 그런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한쪽에 심어놓은 대파도 잘자랐다.
오이도 베란다의 난간을 타고 오르며
벌써 몇 개나 큰 오이가 달려있다.
농사기술이 많이 늘었다.
물탱크로 텃밭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흙을 퍼날르고 거름을 넣으며
힘든 과정을 얘기한다.
친구부부와 우리는 커가는 상추와 대파
토마토 가지등을 보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앙증맞은 조그만 녹차잔에 한잔 홀짝
또한잔 홀짝 마시면서 말이다.
친구들이 자식들을 하나 둘씩 결혼시키니
하나도 못보낸 우리는 조금은 초조해지는
눈치들이다.
벌써 우리나이가 애들을 시집장가 보내야 하는
세대의 중심에 서있는가 보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친구 부부를 보며
참 고운빛의 마음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밖이
컴컴해온다.
식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친구가 따준 싱싱한 상추와 대파를
한봉지 들고서....
우리의 우정은 길고도 깊은 바다와 같다.
위에서는 아무리 태풍이 몰려오고
파도가 쳐도 변치않는 우정...
친구야... 너도 나에게는 얼마나
귀중한 친구인지 모른다.
항상 건강하고 재미있게 지내자구나.
다음달부터 주말에 시간이 난다고 하니
우리 천안 모임에 참석할 수 있겠구나.
다니는 직장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아
방랑자 취급받는 우리나이에
진급도 하고....
축하한다.
진급을 말이다.
친구 아들딸들이 결혼을 시키는데...
우리는 못한다고 조급하지 말고 살자구나.
애들의 인생은 그네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서...
우리 살길이나 찾아야 하지않겠니?
하나 둘씩 사라지는 길목에 서있다는게
남의 얘기가 아니고 우리의 현실이야.
다음주 주말에 천안 모임에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오길 바라며.....
2007/06/17 저녁.... 천안/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