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암초 14기 송년모임에 다녀와서
찬바람이 매서운 12월 첫째주 토요일...초등학교 동창 송년회날이다.
고향 서산에 폭설이 내려 차량운행이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고향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눈 때문에 많이 참석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언암초 14기 동창회 송년모임에 참석하기위해 천안 두정역에서
서울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흔들거리는 전절에 앉아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어린시절이 지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정신없이 살 때....
한번쯤 어릴적 친구를 만나고 싶은 희망을 가끔 갖고 싶었다.
인생이 무척 긴 것으로 착각하면서
몇년전 우리나이 오십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에 갑자기
내가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나만의 색깔로 이끌어온 언암14기 모임인지도 모르겠다.
이영로의 연출과 감독으로 은은한 갯내음나는 모임으로
마지막장면을 찍는 영화감독의 심정이다.
친구들을 만나면서
살아온 젊은 날이 얼마나 짧았던가를 깨닫는다.
찰나처럼 지나간 시간들이다.
수많은 꿈과 추억을 안겨주었던 초등학교 친구들....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자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친구들을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세월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깨닫게 해준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끝까지 본인에게는 끝이 없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모은 재물과 영광을 함께 할것 같지만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간 사람이 있을까?
08년이 끝나가는 12월 첫째주 토요일....
광명시 하안동의 한 일식집에서 초등학교 송년회에 장소에 도착했다.
남녀연합모임을 결성한후 4번째로 하는 행사로
신구임원이 교체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동안 이영로 나....
연합모임 창립자 그리고 그림자처럼 협조를 해준 최화자 총무가
5년가까이 이끌어온 모임이다.
지난번 야유회 모임때 뽑아놓았던 차기 회장 성기홍을
정식으로 신임회장으로 선출하고 총무는 진효숙친구를 추대했다.
무엇보다도 든든한 후원회장 용복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서울지역의 김명희친구도 후원회장으로 추대되었다.
박수....짝짝짝....
축하의 소리가 일식집 식당을 떠나가라 요란하다.
이곳저곳에서 요란한 대담으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박수칠때 떠나라.... 바로 내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식당에서 마련한 언암14기 송년모임이라는 글귀가
정답게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
남자 친구들은 먹고살기위해 뛰고... 여자친구들은 애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항상 분주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아직도 삶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힘들었던 순간이었을까?
나는 지금서야 대학을 졸업하는 자식이 있지만 친구들
대부분은 시집장가 출가시켜 홀가분한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간난아기 손자들이 버티고 등을 달라
울어대고 있다.
주소록에 있는 55명의 친구들에게 모두 편지를 보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재의 삶에 애착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정도 일체의 현실의 생활을 놓고 하루정도 친구들과
시간을 갖자고 부탁하는 편지....
이번에도 이십명이 조금 넘는 동창들이 나왔다.
나이를 먹고 할 일을 조금씩 놓는 친구들....
세상일 즐겁고 자식들 혼사시키고 한가로워 더 여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삶은 더 힘들고 고달픈지 나오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대관절 무얼하느라 그리 바쁘게 사는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들....
고운 얼굴들이 남 몰래 주름이 늘어나있다.
남자친구들...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생의 계급장처럼 더 많아졌다.
서산에 해 지기는 모습인가?
인생이 하룻밤의 꿈으로 지나온 모습인가?
참으로 짧게 지나온 어린시절 삶이다.
바지저고리, 검정치마을 입었던 코흘리개들이
저렇게 허물어지고 정신이 몽롱해져 있을까?
이제야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깨닫기 시작한다.
오늘은 오직 한 번뿐이다.
다시는 오지 않는 이순간....
더 아프고 늙어 병들기전에 오늘을 즐겁게 살아가자.
노래방에서 서로 안고 손잡고 춤추고 시간가는줄 모르게
지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시간을 세며 사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여되는 시간을 웃고 즐겁게
보내는 순간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즐거운 시간은 백년의 시간도 짧을 것이다.
힘든 시간은 하루도 백년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것이다.
어느새 밤이 되어 밖이 컴컴하다.
친구들 모두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지 밤새며 얘기하자는 사람도
있는걸 보아 행복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노래방에 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자만....
우리 동창들처럼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갯내음을 맡으며 살아서 그럴까?
넓은 바다,,,파도소리를 들으며 키워온 감성 때문일까?
철철 넘치는 감정이 들어간 노래들을 들으면
가요무대의 그 어느가수들보다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너무 좋은 노래다 하면서....
내가 친구들 듣기 좋으라 하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난... 친구들의 노래를 들으면 절로 눈이 감겨진다.
한마디 한구절이 모두 시인이요 가수처럼 느껴진다.
고맙데이.... 고운 노래 들려줘서....속으로 말을 한다.
나처럼 감성적인 사람에게 친구들의 노래가 보약이요 행복의순간이라
생각되었다.
유안진 시인의 글....
내가 송년모임에서 친구들에게 읽어주었던 지난지교를 꿈꾸며란
글귀처럼 친구들... 모두가 그런 친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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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芝蘭)지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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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벌써 연합모임을 만든지 5년이 되가는구나.
십년후에도 이런 모임을 계속할까?
오늘 모임을 다녀와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앞으로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될 것 같다.
아직도 어린아이들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들....
절로 웃음이 난다.
성기홍회장의 열정....
총무 진효숙의 큰며느리 같은 든든함과 차분함이 어울어져
잘 될거라 믿는다.
몇몇친구들이 부탁을 하더구나.
회장을 그만두었더라도 옛날처럼 그대로 해달라고....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마음에서 온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스스로 내면에 흐르는 따뜻한 정이 남아있는한
변하지 않을게다.
벌써 우리는 서로를 많이 이해해주고 결점을 덮어주는
지혜로움을 가진 친구들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못난 이영로를 따라 따라준 친구들.... 고맙다.
다가오는 새해 언암초 동창들의 가정에 좋은일만 넘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2008. 12. 07 일요일아침 가야산 눈꽃산행을 준비하며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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