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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 이야기

개심사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아...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의 여왕 오월의 중간에 건교 아들 장가 가는날... 꽃처럼 잘생긴 신랑 신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런 젊고 푸르름이 가득한 청춘의 날이 있었는지 회상하여 보았지. 분명 우리의 젊은 청춘의 날은 저만치 달려가고 어리게만 느껴지던 자식녀석들이 우리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더구나. 점점 어디엔가로 밀려나가는 느낌은 어쩔수없는 현실이겠지.

건교야... 몇 년전에 딸녀석 시집보내고 외할아버지가 되더니 이제는 아들 장가보내고 한녀석 한녀석 떨어져 살게되겠구나. 부모된 도리를 다하는 네모습... 성실하게 맡은 책임을 다하며 사는 건실한 친구... 지나온 세월 접어놓고 이제는 건강을 챙기며 살자.

두현이 사무실에서 두현이의 재선을 위해 응원을 해주었지. 내가 어릴적 두현이와 참 많이도 어울려 다녓지. 같은 동네 사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석의 싱거운 말 끝에 흐르는 정감스러움에 반했었어. 말과 행동이 믿음직하고 밉지않은 장난끼가 있는 행동이 그녀석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한번 더~ 두현이가 시의원에 당선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두현이에게 응원을 보낸다. 두현아... 힘내고 열심히 뛰어 꼭~ 재선되어 우리에게 힘찬 인사말을 다시 들려다오.

개심사... 시냇물 물살 타고 새로 생긴 저수지따라 목장길 고개넘어 내민 몇천넌의 역사를 지킨 조그만 절...

샛바람 타고 묵고 묵은 소나무 숲을 따라 오솔길을 걸어올라서면 수줍어 고개 못드는 소녀처럼 한걸음 걸음마다 조금씩 옛향기를 뿜어낸다.

겹사구라 꽃나무에 오른 이끼 지난 세월 기지개를 펴고 팔닥이던 우리의 젊은시절이 안쓰러운듯 남은 꽃잎 떨어진다.

초등시절 봄소풍이면 단골로 가던 곳이었지. 그때는 왜그리도 멀고 깊은 곳에 이런 절이 있었야 하는지 의문이 가곤했어. 걸어서 힘들게 가곤 하던 개심사... 어머니가 싸준 정성스런 김밥 도시락...그리고 장난감을 사던 송방... 오락회를 하던 언덕...모두 그곳에 있었지. 추억이 모락 모락 피는 절간 밑에서 우리는 또 모여 어린 시절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웃고 떠들었어.

떠든다고 혼내는 선생님도 없었고 장난치는 세정이도 없는 자유스러움을 만끽하면서 이런 평화가 끝없이 이어졌음 좋겠다 생각해 보았다. 옛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개심사는 정말 옛추억의 보고였다. 터진 살이 보이던 옷이 보이고 꿰매지 못했던 가난했던 시절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뱅뱅돈다. 뼈시린 묵은 기억들이 개심사의 연못에서 꽃피고 있었어. 냄새나는 새우젓 도시락을 가져온 친구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난했지만 깨우지 않아도 늘 곁에 와 있는 친구가 있어 좋았어. 특히...윤임순이가 우리를 찾아왔었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애들 넷이나 키우고 소박하게 살아온 삶이 너무 좋았어. 그녀의 모습과 대화에서 평화로움이 넘치고 있었지.

그리움을 껴안듯 우리는 수줍움을 덮어두고 손잡고 걸어보았다. 아직도 지난간 세월이 미워지며 다시 그시절로 나를 보내고싶은 오월의 가슴이다

공기좋고 푸르고 푸른 잎이 출렁이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는 깊은골 식당... 많은 친구들이 바빠서 많이 참석하지 못한게 서운하였지만... 연초록의 푸른 나무숲속에서 나란히 평상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함이 넘치고 있었지.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사람 사는맛은 역시 자연속에 같이 호홉하며 빠져 보는것이 최고라고 생각되더구나.

몇몇 친구들은... 갯마을 친구 아니라 할까봐 갯것이 먹고싶다고 삽교천으로 달려갔어. 역시 우리의 입맛은 석포리 바닷가 삼섬앞바다에서 나오던 철따라 나오는 싱싱한 생선 요리가 최고란 생각이 다시한번 나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