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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 이야기

고향 친구들과 산수리계곡에서

        고향하늘 아래... 산수리 계곡에 있는 청곡산장에서 고향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부모님이 그랬듯이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싹을 내고 늙어버린 친구들이다.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태워 좋은가정 꾸리고 편안한 중년을 보내는 친구들.... 괴롭고 힘든 삶 일지라도 이렇게 만나서 수다를 떨면 늘 평화로움에 행복까지 스며들어 환하게 미소 짓는 우리들... 가끔은 잊고 살았던 우리... 한두달 만에 이렇게 불러내어 고향의 음식을 먹으며 정감 있는 대화 나눌 수 있는 소탈한 친구들...
        산수리의 고향계곡은 우리같은 바닷가의 갯마을 친구들에게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갯내음이 나는 솔밭의 삼섬의 바다가 우리들의 모임장소로는 가장 좋은 장소지만... 잃어버린 고향의 바닷가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어린시절에 심심하면 마당가에 있는 개미집의 구멍을 막아 버리곤 했다. 집잃은 개미들이 방황하며 이곳 저곳 헤메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로 우리가 그런 개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린 꼬맹이시절을 함께한 애들... 못먹고 못살아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며 배고픔을 함께했던 갯마을 애들... 단지봉에 올라 먼바다를 보며 고향을 떠나고 싶었던 꿈많던 애들... 그애들의 머리엔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그마저 반이 빠져버려 황토길 운동장이 되가는 노인들이 바로 우리란 말인가
        그래... 그때 그랬었어. 그 선생님이 그랬었고 그 애가 그랬어. 어린시절 옛날 얘기는 다 그런건가?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그런가 보다. 반갑게 가슴에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 꺼낼 수 있어 초등친구들이 좋다. 분명 고향바다로 빠져 갑자기 어린애로 돌아간다. 코흘리개 어린애가 따로 없다. 우리가 만나는 이유가 그런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에서 조금씩 세상을 알면서 깨달아가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렇게 보고 싶은 시간 속에 못다 한 이야기를 오늘이 다 가도록 하고 싶다.
        새우젓 반찬통...보리밥 도시락... 능쟁이...황발이..실치국...망둥이... 그 바다에서 갯펄에서 추억이 살아 숨쉰다. 우리의 마음은 온통 그바다 그갯펄 그속에서 아직도 뛰놀고있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갯펄에서 나오던 그모습 그대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육신은 삭아가고 있을 망정... 마음은 언제나 석포리 신정리 앞바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청곡가든아래 계곡에서 오후 4시에 모이기 시작한 우리들... 아직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아 약간은 더웠지만 계곡의 시원 바람을 맞으며 기홍이가 내는 장어를 구워 먹었다. 해가 진다음 저녁에는 식당의 시원한 에어콘방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기홍이네 방앗간 찹쌀로 만든 인절미,,, 깊은 정성이 담겨 있는 떡맛은 더 맛있다.
        음암 도당리 사는 해자는 오징어를 한박스 가져왔다. 태안 신진도 항구에서 금방 잡은 것이라며... 오징어 구이도 맛이 일품이었다. 비록... 그 집에 있는 오징어를 구워먹었지만 역시 우리들에게는 해산물이 최고의 음식이다.
        내가 성거포도를 한박스 사가지고 갔다. 회사랑 같이 붙어있는 포도밭에서 금방딴 것이다. 아침에 만난 과수원 아저씨에게 특별 부탁했었다. 친구들이랑 먹을거라고...
        우리의 고정멤버 11명중 근무중인 건교만 빠지고 모두 모인 고향지역 초등동창회... 지난번 모임부터 정식 등록된 음암 도당리 해자... 동암리 임순이도 처음 참석했다.... 임순이도 같이한 모임...더욱 화기애애한 고향의 초등동창 모임이다. 만날때마다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이 읽어진다. 세월에 누가 이길자가 있겠는가? 날마다 밝은 모습으로 웃어가며 살면 최고의 삶이지. 더 이상의 무엇을 바라는가? 건강하거라. 친구들아... 다음의 모임은 아마도 삼섬 바닷가 근처, 신정리에 집짓고 사는 두현이네집이 될 것 같다. 지금은 농토로 변한 바다지만 그때 고향내음을 맡으며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보자. 언암의 영원한 친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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