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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 이야기

옥란이가 보고싶다.


      옥란이가 보고싶다.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사십년이 지나 오십대 중반... 우리오십대는 아름다운 인생이야. 가끔은 슬프고 기쁨이 교차되는 삶이지만 아마도 뒤를 돌아보는 인생이 아닐까? 그동안 너무나 앞만보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한국 전쟁중에 태어난 세대... 비린내나는 갯마을에서 못먹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눈물나는 삶의 투쟁을 하며 살아온 삶들... 한편으로는 뒤돌아 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었어... 우리 친구들... 순진하기 그지없고 너무 순박하여 사기꾼에게 돈 몇푼씩 떼이며 살아왔을거야. 그래서 우리의 남은 인생은 힘차고 아름다운 삶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산수리 부부동반 초등학교 동창회때... 해자와 임순이 여자 동창이 참석하여 한구석에서 동창들끼리 옛날 얘기 보따리를 풀었었어. 때로는 배꼽을 쥐고 깔깔대며 웃었지. 그중에서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얘기가 하나있다. 옥란이 얘기... 이내수 선생님이 담임이었을때... 선생님은 회초리를 들어 반학생 모두를 몇 대씩 때리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모두 내탓이니 애들에게 회초리로 당신을 한 대씩 때리라고 하셨는데... 누가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들겠는가? 그중에서 한명...옥란이는 회초리를 들었다. 옥란이가 선생님을 때리려 하자. 애들이 울면서 “옥란아 때리지마...” 소리쳤다. 그 옥란이는 지금 어디있을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으며 잘살고 있을까? 그때 왜 회초리를 들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갯마을 순진하고 순박한 삶에서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들을 수있는 용감한 소녀... 그 소녀를 만나고 싶다. 이제는 초등학교때 친구들이 뒤에서 옥란이를 불러 만나고 싶다. 만나 담소를 나누고 얼굴 마주하여 따뜻한 커피한잔 하며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싶다. 이내수 선생님... 십여년전 선생님을 만나 뵙고 절을해었어. 내가 십년전 예산으로 이사가며 초등학교 동창회할때 스승의날이 마침 주말이었지. 그때 선생님을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하였다.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초임한 곳이 언암학교이고 우리가 첫 제자였다며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중년들이라며 농담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삼년후... 선생님 회갑연이 서산에서 있었다. 그때 친구들 몇 명이 가서 축하해주었는데... 가곡을 부르시는 모습이 우리에게 풍금을 치며 음악을 가르치던 그모습과 어쩜 똑같은지... 이제는 그 제자들이 회갑이 몇 년 안남았으니...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우리나이...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아련한 추억이 생각난다. 다시 어린시절로 되돌아 갈 수가 없다. 우리는 정말 젊음이 잃었을까? 몸과 마음도? 이제 좀더 세월이 흐른다면 어린시절이 기억마저 조금씩 희미해지겠지. 이번 연말 동창회때는 옥란이를 초청하여 만나고 싶다. 가능하다면 이내수 선생님도... 선생님... 못난 제자들에게 회초리를 다시 한번 들어주시지요. 옥란아... 우리에게 드라마같은 생생한 한편의 추억을 주었지. 잘살고 있겠지. 암~ 잘살고 말고... 우리 모두 아직은 젊고 우리 자신을 사랑 할 수 있는 활력을 갖고 있지. 후회없는 오십대 중반의 삶을 살아가자구나. 2006. 9. 7 아침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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