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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어느 초겨울 일요일...

일요일...
<오늘은 홍성으로 해서 용현계곡으로 감따고 산에 가는거야>
일요일의 스케줄이다.
일요일의 계획은 전적으로 집사람이 정한다.
앞으로도 이권한을 빼았을지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점심은 대부분 직접 싸가지고 가는게 대부분...
날씨 추워진 요즈음...사먹기로 했다.
아침부터 그녀는 벌써 외출준비를 해놓고 출발하자고 한다.

홍성에서 볼일보고 용현계곡 도착...
서산과 예산 사이에 있는 가야산...
이 가야산 줄기 서산쪽에 깊은 계곡이 하나있는데 그게 바로 용현계곡...
여름철에는 행락객들로 북적거리지만 겨울에는 사람들이 별로없는 곳...

계곡근처에는 고란사라는 유명한 마애삼존불이 있는 절이 있고 백제시대의 절터인 보연사지,고개넘어 개심사,일락사가 있는 깊은 계곡이다.

음식점과 민박집이 군데군데 있고 흉가가 여러집있는데 오늘 감따기는 그 흉가에 있는 감나무...
벌써 몇번째 계곡에 오는데 감이 그대로다.
홍시가 되어 까치가 먹기도 하고 골아 떨어지고 있다.
사람 손닿는데는 이미 없어졌고 감따는 도구가 있었야 한다.
사실은 토요일 처가에 가는길에 사전답사를 하였다.
몇년전에도 한번 따본적이 있기에...
주인이 없는 감나무...사실 주인이 있겠지만 돌보지 않는 감나무다.
먹고 살기가 편해져 귀하던 감도 대접을 못받고있다.
올해는 전보다 더 많이 달려있다.

오늘의 감따기 주범은 집사람...
나보다도 나무를 더 잘타는 그녀...
한참을 올라가 장대를 들고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을 딴다.
미리 도구를 준비해갔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도 밤이 우수수 떨어지듯 홍시가 떨어진다.
떨어지는 대로 홍시는 바닥에 깨져버려 주어 담을수가 없다.
장대에 잘 꿔에 따야한다.
그런대로 한꾸러미를 따서 내려온다.
서리를 몇번 맞은 감은 정말 달고 시원하다.
홍시를 좋아하는 집사람...
많이도 먹는다.

농촌에는 감이 그대로 달려있는 곳이 많다.
노인들만 살거나 노인이 돌아가시면 들어오는 자식이 없으니 흉가가 되버린다.
도시만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
당연히 농촌에서 먹고 살기가 힘드니 이해가 된다.

감따는 작전 끝...
이제는 산행이다.
오늘은 일낙산으로 정해져있다.
가야산 자락에 붙어있는 일락산...
개심사와 일락사가 있는곳...
개심사는 바로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어려있는곳이다.
봄이면 이곳의 벗꽃나무의 꽃이 그렇게도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절아래에는 송방(가게)이 있었는데 소풍의 클라이막스는 그곳에서 맛있는것도 사먹고 장난감 하나 사는 것이었다.
지금은 송방 흔적만 있고 없어졌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니 엇그제 내린눈이 그대로 있다.
뽀드득...뽀드득...지나가는 발걸음마다 소리를 낸다.
지난주에 올라간 사람들의 발자욱이 그대로 남아있다.
조금만 오르면 소나무숲의 터널로 되어있다.
지난 여름에 한번 다녀간적이 있는데 그때도 시원한 솔잎향을 맡으며 간 기억이 새롭다.
소나무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푸르름을 잃지않는다.

눈녹은 양지에 낙엽이 많이 쌓여있다.
낙업은 낙엽대로 밟으면 소리를 낸다.
<바스락...바스락>
아름다운 시자락이라도 나올것 같다.
옛날에는 이런 낙엽들이 땔감으로 쓰여지느라 서로 싸우며 가져갔는데...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일낙산 정상에서는 멀리 운산의 삼화목장이 펼쳐진다.
유명한 삼화목장...
자민련 김종필씨 목장이었는데 권력이 바뀌면서 축협것으로 되었다.
방목해서 기르는 소들이 벌판에 많이도 보였었는데...
겨울이라 소들이 별로 없다.
적막한 목장 가운데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새로 뚫어져 뻗어있다.
생전 저런 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나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살기가 그만큼 편해졌다.

추운겨울이라 만나는 등산객이 하나없는 조용한 곳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등산을 하다보면 만나는 사람이 없어 무섭기도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문제가 없다.
산속에는 단 두사람만의 발자욱과 세상사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동창얘기...애들얘기...집안얘기...가끔 섞어지는 농담으로 집사람의 웃음소리...
그녀의 너털웃음이 산자락을 울린다.
둘만의 산행이지만 외롭지 않다.

2시간 조금넘은 산행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로 간다.
이곳에서 갈만한 곳은 덕산...
덕산 온천도 있는 관공지인 이곳...
거의 일요일마다 오는 곳이다.

대부분의 일요일...
가야산을 등산하고 뜨거운물에 온천하는 그맛은 어디에도 비길수 없다.
유명한 해장국집이 하나 있는데...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도 가보고 집에가서 축구도 봐야하므로 온천은 생략하기로 했다.

해장국먹고 덕산장에 들어섰다.
붕어빵...호떡...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옛날 어렸을때의 요란스럽고 신명나는 장은 아니지만 시골장은 시골장이다.
할머니들이 한꾸러미씩 가지고온 농산물들...
오늘은 꼴뚜기도 나왔다.
싱싱한 꼴뚜기를 초꼬추장에 찍어먹는 맛은 기가 막혔는데... 오늘은 신선함을 잃었다.
무우에 ??고 국을 끓여 먹기로 하고 한사발 샀다.
돌아오는길에 순대와 찐빵을 애들용으로 한꾸러미도 사고...
옛날 부모님에 장에 갔다오시면 사오시던 사탕과 과자가 생각난다.
멀리 장에 갔다오시는 모습을 보면 달려 나가곤 했는데...

눈이 오는 겨울산은 여름산보다 재미있다.
나무에 눈꽃이 피어있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광경은 없고...
올해는 눈이 많을 것 같다.
눈내린 겨울산... 주말의 휴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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