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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겨울에는 역시 눈이와야...

어제 저녁 7시경...
나의 퇴근시간이다.
머리를 따뜻하게 털모자쓰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운동화로 갈아신고...
한시간걸리는 벌판퇴근길을 준비하고 나갔다.
털모자 사이로 눈이 들어온다.
분명 눈이다.
캄캄한 밤에도 눈은 하얀색으로 눈앞에 들어온다.
얼굴을 적시는 차거운 기운...
조금씩 내리는 눈발을 보았다.
<내일은 분명 이벌판이 하얀색으로 변하리라>

아침에 먼저 일어난 아내...
항상 문을 열고 신문을 꺼내오는데...
들어오질 않는다.
한참있다가 들오온 아내...
<눈이 많이 왔어...>
눈을 쓸고 들오온 것이다.
그때서야 눈을 부비고 밖을 내다본다.
온세상이 하얀색으로 변해있다.
소나무잎에는 눈모자를 쓰고있고 자동차 지붕도 하얀 눈덮개를 하고 있다.

100세대정도 사는 우리 빌라촌...
전에도 보면 눈을 쓰는 사람은 옆줄에 사는 노인네와 우리 집사람뿐이다.
눈이오면 항상 마당에 눈을 치웠던 시골출신의 집사람...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으시다 농사일이 힘들어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는 삽교 용동리 노인....
눈을 보면 항상 치우던 습관이 이곳에서도 이어진다.
습관이 무섭다.

언덕이 되어있는 우리 빌라촌은 눈만오면 아이들의 눈썰매장으로 변한다.
처음 예산 내려와 눈이 왔을때 우리집 애들도 어렸을때라 비료푸대로 눈썰매를 잘도 타더만...
몇년전부터는 그런모습을 볼수가 없다.
이제는 다큰 녀석들...
큰놈은 대학원서를 넣놓고 이제는 결과만 기다린다.
어제저녁에는 온가족이 인터넷에 들어가 경쟁률을 체크하고...
어딘가는 들어갈 것이다.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눈내린 오늘아침...
벌판 눈보라길이 걱정된다.
<내복을 입어야 하는것 아냐?>
내복준비 해달라고 아내에게 졸랐다.
<하나도 안춰어...무슨 내복이야?>
아직까지는 내복을 안입은 채로 다닌다.
차고 찬 벌판길을 걸어갈려면 내복이 필수품...
내복을 안입고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오늘의 온도를 보니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갔다는 일기예보...
하지만 집사람의 결재를 안해준다.
오늘도 내복도 못입고 그대로 나갈수밖에 ...
출근준비 서두른다.

출근하는 내가 안쓰러운지...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보며 배웅한다.
<천천히 가유~...삐끄러우닌게유~>
참고로 우리집은 4층에서 산다.
눈길은 역시 걷는게 최고...
차를 가지고 나가면 머리끝이 솟는걸 느낀다.
미끄러운길에는 차가 소용없다.
이런때 걸어서 출근하는걸 가장 보람스럽게 생각된다.

<뽀드득...뽀드득>>
계속들리는 눈밟는 소리...
어떤 음악소리보다고 감미롭다.
벌판에 아무도 다니지 않은 힌눈길을 내걸음 자욱이 첫번째다.
남기는 발자욱...
영원했으면 좋겠다.

벌판의 냇가에는 새들이 몰려다닌다.
눈으로 덮힌들판에서 먹이 찾기가 힘들어 냇가로 나온 식구들...참새떼들이다.
벌판에 꿩 한쌍도 보인다.
길다란 꼬리를 달린 쨍기는 지나가는 한 남자의 눈치를 본다.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날라갈 준비하는 녀석...
<해치는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그라>
속으로 이야기한다.
한폭의 그림같은 예산벌판...
역시 겨울은 눈이와야 아름답다.
추운것도 잊게하고 우리의 마음도 맑게 해주는것 같다.

시골사는 재미...
바로 이런때 느낌이 몇배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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