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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겨울아침 출근길.

요즘 온도가 영하 10도...
출근전 일기예보를 항상 듣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더 쌀쌀한 영하의 온도를 보이겠습니다.>
일기예보 앵커의 얼굴을 보며 예산벌판의 살벌한 추위가 떠올린다.
예산에서 살아온지 이제 6년째..
출퇴근역사중 자동차로 1년을 다니다가 자전거로 4년 좀 넘게...
지금까지는 몇개월을 걸어서 출퇴근한다.

아침밤은 거의 제대로 못먹는다.
해가 짧다보니 아침 7시도 컴컴한 밤...
나오는 시간이 7시 10분에서 20분사이...
집사람보고 식사는 신경 안쓰도록 한다.
대신 간단히 저녁에 고구마를 삶아놓는다든지 떡과 호박즙물로 아침식사을 한다.
호박즙물은 올해 내가 회사주변에 심어 거둔 늙은 호박으로 만든것...
건강원에 늙은 호박을 실어다가 즙내는 작업을 처음 해봤다.
회사직원에 나눠 주고...심고 기른 내몫이 많다.
거의 한달을 먹고있는데 몸이 가뿐한 느낌이 온다.
호박이 몸에 좋다더니...고개를 끄떡이게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고구마와 떡...
그것이면 아침식사 만사 오케이..!
간단히 아침식사가 끝나면 출근준비에 들어간다.
모자를 우선 챙긴다.
아들이 입으려고 산 오리털 파카에 달린 모자는 겨울 모자로는 최고다.
따뜻한 느낌이 온머리에 퍼진다.
장갑은 스키장갑...
출근 준비는 끝났다.
비탈길을 내려와 철뚝길을 건너 예산벌판으로...
아침에 눈발까지 날리면 기분은 날아갈듯 좋다.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걸어간다.
이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맘속으로 외친다.

엊그제 회사 이웃에 사는 동네 사람과 식사를 하였다.
<그 먼디를 어치게 걸어댕기는지 이해가 안되네유~ 요즘에 보닌게 직선길로 안다니고 돌아댕기데유...>
차가 가끔 다니는 길을 피해 조금 먼길로 돌아다니는데 그게 그사람 눈에 띈모양이다.
걸어갈때 벌판에 차가오면 왜그리도 싫은지 나도 모르겠다.
시골사람들도 이제 차가 집에 한대씩 있다보니 걸어다니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전에 자전거타고 다니는것은 그래도 이해했는데 이제는 걸어다니니...
동네사람들의 생각은 옛날 몇십년전 차없을때 걸어서 예산장에 가곤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어느시댄가?
마이카...자동차 천국시대...
동네사람들에게는 이제 내가 기인(奇人)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회사 책임자라는 사람이 회사차도 있겠다 자가용도 있겠다 왜 힘들게 출퇴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많이 이해한다.
운동삼아...자연이 좋아...자동차 공해때문에...차를 안탄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었더니...
그래도 아직은 그들에게 낯선 모습으로 보인다.

아침에 출근하다보면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동네에서 나온지 모르지만 젊은 부부와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가 아침운동을 벌판으로 나온다.
가장 앞서 뛰어가는 사람은 6-7세의 꼬마...그뒤를 아빠가 마지막에 엄마가 간다.
날씨가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 날씨에 저런 꼬마가 밖에 나오다니...
엄마 아빠를 떨어지지 않으려는 품안의 자식시대때나 가능한 일이다.
꼬마가 나온날은 그녀석이 앞장서 달린다.
얼마나 오래갈까 했는데 한달이 가까이 되가는것을 보면 습관이 되기 시작한것 같다.
가끔 젊은 아빠 한사람만 보일때도 있지만...

처음 마주친날 인사를 했다.
<아침 가족운동 나오셨네유~>
<멀리서 오시는 모양유~ 요근처 분은 아닌것 같은디...>
<예산읍내서 댕겨유...저기 보이는 회사가 지회사 거든유>
<그렇구만유~ 맨날 저큰 건물이 뭐하러 있는지 궁금했는디...뭐만드는 회사래유~>
설명을 해준다.

운동장보다는 이런 시골 벌판을 택한 그들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양지는 녹았지만 아직도 응달에 남아있는 하얀눈...
멀리서 바라본 예산벌판은 아직도 눈세상이다.
응달에 있는 눈을 북쪽에서 보면 아직도 하얀 벌판이다.
숲이없는 이런 벌판은 눈이 있어야 제격이다.

출근길에 소리를 쳐본다.
<야~호~>
가슴이 확 터지는 느낌이다.
야호를 외치며 출근하는 사나이...
찬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발걸음은 더욱 힘차다.
<어떠한 역경도 헤쳐가리라>
또 소리를 친다.
먹이를 찾아 벌판에 날아온 황새가 놀라 날아간다.
논바닥에 남아있는 벼알갱이 하나라도 있나 찾아다니는 철새들...
그들도 이벌판은 힘겨운 겨울나기의 안식처인 모양이다.

벌판을 한참가서야 예산과 공주의 경계선 차동고개에서 아침해가 떠 오른다.
찬란한 아침햇살...
하루가 시작됨을 알리는 아침햇살...
남아있는 눈과 흰서리에 반사되어 더욱 빛난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길이 길이 간직하고 싶다.
운동을 겸한 출근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