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을 찾은 이유~..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회사 직원 한사람이
아이스박스를 찾더군요.
형님이 야유회 가는데 필요하다면서...
난감하더군요.
아직 못찾아왔으니 다른곳에서 빌려가라
했습니다.
은근히 야속한 친구들에게 또 화가 나고...
초등야유회때 나를 중간에 내려놓는바람에
회사 식당 아이스박스도 고향 친구네 집에 같이
내려놓았었지요.
다음달에 동창회 할때 찾아오려했는데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일찍 고향쪽으로 향한 겁니다.
어차피 고향 가는길에...
덕산 상가리 남연군묘쪽으로 가야산을
등산하기로 작심하고 아내와 같이
천안을 떠났습니다.
내글에 항상 예산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포근한 추억이 가슴에 남아있는 예산을
지나갔습니다.
살아있는 추억과 꿈같은 시골생활의 낭만을 많이도
준 곳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딱딱한 도시생활에서 오랜만에 귀향하여
자연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서 인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예산에서 애들을 다키웠다는 겁니다.
아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시켰고
딸녀석은 초등학교,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예산에서
졸업하였으니 그녀석들에겐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조용남의 노래...내고향 충청도의 가사에 있듯
태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애들을 키워준 예산땅이죠.
지금 생각하면 예산에서 살았던 하루 하루 삶이
중학교 졸업후 서울로 올라오며 끊어졌던 시골생활의
연장선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산가족 상봉처럼 다시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겁니다.
내가 놀라는 사실은 예산와 살면서 타향에서
살았던 몇십년 삶이 모두 허무함으로 몰려오는건
왜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저의 뿌리는 충청도 느려터진 황토밭이었나
봅니다.
7년간 생활한 예산에서 그토록 애타게 만드는
추억거리를 많이도 만들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논두렁길 십오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던 예산들판의 속에...
휴일이면 찾아 갔던 가야산속에
용봉산속에...수덕사와 개심사...
보령 오천 바닷가...천수만 바닷가에
드나들며 행복함을 만끽하였던 같습니다.
마치...엄마 품속처럼 평화로움을 느끼면서...
일요일에 찾은
가야산의 숲속에는
짙은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천막처럼 하늘을 가린 파란잎 그늘속에는
시원하다 못해 춥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땀이 나지 않는 등산길이었습니다.
개골 상가리에서 올라오는
밤나무의 밤꽃향기속에
가야산 녹음이 짙어질만큼 짙어졌습니다.
십년전 이곳은 비포장 도로였는데
지금은 포장도 되고 주차장도 넓어
휴일에는 관광버스 십여대나 주차하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명산이 되가고 있습니다.
특히 산세가 좋아 명당자리가 많다보니
풍수지리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곳 저곳에
타향사람이 묘지를 못쓰도록 팻말도 보입니다.
대원군의 부친 남연군도 이곳에 묻혀져 있습니다.
정상에 올랐습니다..
내가 살았던 동네가 훤히 보이고...
연신 디카를 그쪽을 향해 눌러댔습니다.
언암리에서 뛰놀던 황토밭이며 바닷가에서
유년의 따스했던 느낌들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단지봉과 해미읍성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듯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면서 말입니다.
클때는 왜그렇게 읍내사는 친구들이 이국땅
애들처럼 이질감을 가졌었습니다.
산에서 내려다보니 같은 동네 애들이었는데...
간척지만 아니었어도 코앞에 파도가 출렁이는걸
볼수있었건만...지금은 엷은 파란색 물결입니다.
그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세정이 두현이 재희 기홍이 승덕이 초등친구들은
어떤느낌으로 살아갈까 궁금해졌습니다.
간척지에는 모내기를 끝내고 어린모들이
파랗게 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넓고 넓은 AB 지구 간척지에 중간에 있는 간월도...
지난번 회사 야유회 갔던 창기리 안면도....
멀리 대천 화력까지도 보였습니다.
정말로 맑은 유월의 하늘이었습니다.
고향의 친구들은 내가 가야산
석문봉...문다래미 고개에서
찍어온 디카 사진 고향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가야산 등산을 마치고 덕산 한티고개를
넘어 고향땅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인 두현네 신정리 별장으로...
두현이가 새로 지은 신정리 집에 가서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언제갈지 모르니 대문앞에 내놓고 볼일보러
가라고 했거든요.
이집에도 천안친구네 처럼
대문가에 있는 보리수 나무에 열매가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처럼 탐스럽게 열렸더군요.
조금 따서 먹고 봉지에 담아왔습니다.
주인 허락도 없이....
그리고 대문에 무언의 메모를 남겼습니다.
“두현아...네집 보리수열매 조금 따먹고 왔다.”
“용서하라... 그리고 네집에서 다음달에
집들이 할까 생각중이다.
너무 멋있는 삼섬별장이야“
“너희집 안마당에 돗자리 깔아놓고
세정이네서 한 마리 잡아다가 잔치를 하자“
같은 동네 사는
세정이네도 들려서 차한잔 마시고
왔습니다.
세정이 친구 두현이 친구 모두 볼일보러
다른곳에 가있어 못만났습니다.
농촌사랑으로 꽉찬 세정이 집사람과
궁금했던 고향친구들 소식을 들으며 차한잔하고
과일먹고 햇감자를 얻어왔답니다.
시골향기를 듬뿍 담아서 말입니다.
지나번 초등 야유회때
내가 일찍 내려 서울친구들이 편안히 가서 좋았고
저는 고향을 다시 한번 찾아 좋은 날이 된 것 같습니다.
2007. 06. 19 아침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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