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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천안생활

죽었다가 살아온 사랑하는 님...

죽었다 살아온 사랑하는 님이여... 장마철입니다. 친구분들.... 그동안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지요? 어제저녁에 제가 사는 천안은 비가 밤새도록 내리더군요. 우리가 사는 인생은 편안하고 안락한 나날이 계속되지는 않지요. 무언가 일이 생기고 꼬이고 때로는 힘들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산에 올라갔다가 나무위에 디카를 올려놓고 자동으로 셋팅하고 폼을 잡는 순간 디카는 나무에서 떨어져 몇십미터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 끝났구나.” 바위에 한번 부딪치고 떨어졌으니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생각하고 바위를 타고 내려가 디카를 찾았습니다. 밧테리가 떨어져 있는 곳을 중심으로 둘러보니 디카가 뚜껑이 사라진채 누워있더군요. 그모습이 얼마나 처량한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몇 년동안 내가 돌아다니는 곳...어디서나 함께한 디카였는데.... 이제는 쓸쓸하게 마감하는구나. 미안하다....그리고 고마웠다 몇마디하며 이곳 저곳 둘러보았더니 뚜껑만 없어지고 멀쩡했습니다. 스위치를 작동해보니... “쓰르륵~ 척~” 나 멀쩡해유~ 하는소리와 함께 조리개가 나오는 겁니다. 세상에.... 몇십미터 바위 낭떠러지를 떨어지며 살아있다니... 그래....너하고 인연을 더 길게 하라고 하는가보다. 너를 사왔던 딸녀석은 새로운 모델로 사서 널 버린지 오래되어 쳐다보지도 않는데... 난... 항상 내가 밖에 나갈때마다 테리고 다녔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긴게 모두 네 덕분이야. 살아있어 고맙다.... 아마 더 오래 간직하라고 하늘에서 널 살려준게 틀림없다. 잃어버린 이산가족을 다시 만나듯 소중하게 들고 되돌아 왔습니다. 이번 일본 휴가여행을 할때도 같이 할 예정입니다. 아내가 어제 용산에 있는 A/S센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가서 각종 새로나온 디카를 보고 오더니... “이제 우리 건 카메라도 아니네요. 돌아가실때가 되긴 되었나 봐요.” 요즘 얼마나 깜찍하고 무게도 가벼운게 나오는지 욕심이 나더라면서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무언가 사랑하고 좋아하며 살아갑니다. 아마도 준비된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사진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디카 사진으로 보는 컴사진에 반해서 사진찍기가 취미가 되버렸습니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디카 사진과 함께 할 겁니다. 그리하여 내가 행복 할 수 있다면 곧 디카는 행복의 근원중 하나일 겁니다. 앞으로는 특별한 곳에 디카를 안고 나가때면 한 번만 살며시 포근히 쓰다듬으며 상처 난 곳 없나 살펴 주고 싶습니다. 깊은 계곡에 떨어지고도 살아온 디카가 오늘 더 사랑스럽습니다. 2007. 7. 24 화요일 아침.... 천안/영로 <사진은 옛 고향 바다였던 천수만 간척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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