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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한겨울의 주말보내기...

토요일...
날씨가 봄날씨같이 포근하다.
천지가 포근한 솜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질정도로 나를 감싸안는다.
오후 1시 퇴근길...
들판길로 나왔다.
지난겨울 같으면 음지에는 녹지않은 눈이 있고 싸늘한 차기운이 얼굴을 움추리게 할거다.
하지만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겨울의 토요일 들판길...
벌써 들판 저쪽멀리에 두대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하이킹을 나온 젊은 사람들이다.
봄바람이 그들을 집에 머물게 하지 않은것 같다.

갈아논과 논 중간에 흐르는 조그만 개울길로 접어들었다.
수정같이 맑은물...
물속에는 고기한마리 보이지 않지만 가끔 개울을 막고 미꾸라지를 잡는 사람을 볼수있다.
아직도 개울에는 미꾸리는 사는 모양이다.
생명력이 강한 미꾸라지녀석들...
어려서 많이본 새우를 비롯한 그많은 고기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두팔을 벌여 하늘을 쳐다본다.
햇님이 온화하고 포근한 햇빛을 보내고 구름한점 없는 하늘...
온세상이 내것같다.
맑은 공기...넓은 들판...
가슴이 확 터진다.
이렇게 좋은 공기 실컷 마시자.
힘차게 심호흡을 해본다.
시골생활의 기분이 이때만큼 좋은때가 없다.

날씨가 봄날씨같다보니 들판에 몇사람이 산책을 나와 돌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시골생활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도시에서 맛볼수없는 들판산책...
참 좋다.

집에 들어오자...
집사람이 아니나 다를까?
<오늘 날씨 완전 봄날씨 같아 들판나가면 좋겠어유...또 나가면 안되남유>
한시간넘게 걸어서 온길로 다시 나갔더니 이번에 개울가에 핀 버들 강아지를 집사람이 발견하였다.
<봄이 벌써 왔네유...그렇찬유>
역시 버드나무가 우리보다 날씨에 더 민감하다
버들강아지가 때이른 따뜻한날씨에 봄맞을 준비를 더 빨리 했다.

다음날...
일요일아침...
아침부터 날씨가 컴컴한게 구름이 가득하다.
일찌감치 등산준비하여 밖으로 나갔다.
산행은 역시 가야산...
지난주 형제들과 용봉산에 갔지만 나의 산은 역시 가야산이다.
용봉산은 작은 설악산으로 아기자기한 맛이 좋지만 너무 높이가 낮아 나같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성이 안찬다.
가야산은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30분...등선타는데 30분...내려오는데 1시간...합하여 3시간 적당하다.

이른시간이라 사람들이 없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만난사람은 단 두남자...
이 넓은산에 오직 우리부부뿐이다.
역시 시골산이다.
이만한산이 서울근교에 있다면 줄을 서서 오를텐데 단둘이 가는산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대화가 끝이없다.
오늘주제는 주로 초등학교 동창들 사는얘기들이다.
바로 어제저녁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했기때문...
대부분 농사를 짓는 순박한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고향을 지킨 친구들...대부분 안정된 생활을 갖고있다.
서울친구들처럼 삶에 지친모습들이 별로 없다.
2년동안 맡았던 총무를 또 맡았다.
<너 아니면 할사람 없어...>

중간정도 오를때 이슬비가 내린다.
나올때 집사람이 우비를 챙긴다는걸 내가 말려 안가지고 온게 후회된다.
<이정도는 비도 아니지...걱정할거 없어>
석문봉 정상에 다다르자.
비가 눈으로 변해있었다.
역시 해발 670m정상의 추위가 눈으로 만들어 즐겁게 해준다.
하얀 싸래기눈이다.

코앞에 보이던 해미읍성이 안보인다.
내가 자란 마을도 안보이고 구름만이 고개를 넘어간다.
<구름도 울고가는 울고가는 저산아래...>
야호대신 고향무정 노래를 불러본다.
저만치 다른능선에 남자 4사람만이 올라와 과일을 먹고있다.

어느한곳에도 겨울의 흔적이 없어진 가야산...
이상고온의 겨울을 실감나게 해준다.
가득 쌓인 낙엽을 밟으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거의 내려오자 그때서야 우비를 입은 서울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안녕하세유~>
다른때만큼 밝지 못하다.
비내리는 등산길...밝을리 없다.

일찍 올라갔다 내려온 가야산 산행...
역시 똑같이 덕산온천으로 우리부부는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