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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아래를 보고 살자!

한참 청년시절...
많이 듣고 아마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위를 보고 살자.

하지만 지금...
아래를 보고 살자는 얘기가 가슴에 와닫는다.
특히 어제 그사람을 만나고 나서...

전에 내가 쓴 칼럼중 "창밖의 남자"라는 장애자 얘기가 있다.
건축일 하는 그가 몇층위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척추 장애인이 되어 방안에서만 사는 사람 이야기...
실제로 만난적이 없고 단지 퇴근시간 유리창 안에서 운동기구로 재활운동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최근 몇개월은 운동하는 모습을 보지못해 궁금하였는데 그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가 이사가려고 집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전에 부터 있었다.
회사에서 그의 집을 매입의사가 있어 구체적이야기를 하고 싶어 방문했다.
매입하게되면 기숙사등으로 활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60평이 넘는 시골집...
그가 건축일전문가라 그의 집은 특별나게 설계하여 지은것 같았다.
거실이 얼마나 넓은지 한마디로 작은 실내 운동장...
단열이 잘되어 따뜻하다.

뜻하지않은 나의 방문으로 놀라는 식구들...
그의 아내는 여러번 스쳐지나가며 안면이 많다.
그동안 얼굴을 돌리는 그녀에게 말한번 건네지 못했다.
<인사는 안했지만 제가 누군지는 아시겠죠?>
날마다 아침마다 그집마당옆을 걸어출근하는 내모습을 그녀는 보아 알고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떡이며 누군지 알고있댄다.
그런데 웬일로 방문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우선 나는 그의 남편 장애자를 만나고 싶었다.
인사를 해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그의 방으로 갔다.

다른집 안방의 배가 넓은 방에 그는 병원침대에 혼자 누워있었다.
항상 창밖을 보도록 침대등받이가 세워져있었고...
<안녕하세유? 저는 옆회사에 있는 사람인데...그동안 인사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40대 초반의 그의 얼굴모습에서 건강했던 전에 모습이 그려졌다.
힘이 철철 넘쳐던 장사에 잘생긴 건장한 건축기술자...
하지만 어딘가 모르는 어두운 그림자가 얼굴에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를 보니 살이 빠져있다.
하루 아침에 변한 자기의 신세가 믿기지 않는 그런 표정이었다.
천하를 호령하던 호랑이가 종이호랑이로 변한 자기모습...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운동하세유>
여러가지 위로의 말을 해본다.
이야기를 듣는중 눈을 감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한숨이 쉬어나온다.
그에게서 들은 한마디는...
<<병원에서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었유...그사람들보고 난 살아유...>>
그말뿐이었다.

인사를 끝내고 운동장 같은 거실로 나와 집얘기를 하고 회사로 걸어오며...
나의 머리속에는 그의 말한마디...
<<나보다 더심한 사람도 있었유...>>가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사람들은 살면서 위만 보며 사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아래를 보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이다.

사람이 희망을 잃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다.
삶의 희망...
끝이없는게 사람의 욕망이다.
너무 지나쳐도 안되지만 없어도 안되는게 욕망이다.
안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될때 아래를 보자는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공연히 난 절망하지는 않는가 말이다.

사지가 멀쩡하고 걸어만 다닐수 있다는것도 얼마나 큰 희망이고 행복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창밖만 바라보는 그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는데 나는 조그만일에도 실망하고 있지않은가 반성해본다.
아래를 보고 사는것도 삶의 한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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