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11시경...
어제 며느리를 본 숙자랑 두정역 전철에서
만났다.
숙자는 자신아들 결혼식에서 만났을때 다음날 있는
임순이 딸 결혼식에 참석하게되면 전화하겠다고
하더니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큰행사를 치루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는 숙자의
정성에 조그만 감동이 몰려온다.
광명사거리까지 옆자리에 앉아 올라가며 이런저런
사는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는 숙자의 수다에
완행전철이 지루하지 않았다.
올라가며 10분마다 전화오는 건교의 전화도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다.
임순이는 해미동암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여리고 여린 여자혼자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
결혼을 시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임순이 친구 자녀 결혼식에는
꼭 참석하려 맘먹고 있었다.
몇 년전에 귀한 짝을 잃고 외로운 삶을 이겨가는
용감한 친구에게 축하를 꼭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년전인가.... 임순이의 소식을 들었다.
동암리에 살고 있다는걸....
자주만나는 해미중 남자 동창친구가 있는데 그친구
이웃에 산다는 것도 알았다.
마침 중학교 동창 동암리 친구 집에 가는 기회가 있어
나는 용기를 내 임순이에게 전화를 했다.
동암리 가는길에 네집에 가서 차한잔 마시고 싶다고....
잘 정리된 시골집....
마당앞에는 꽃나무가 있고
안마당 이곳저곳에 있는 농기구.....
무엇하나 흩어진 것이 하나없는 시골 살림집이었다.
책상서랍을 열어보면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듯이
구석구석 깨끗하다.
토담 뒤뜰 장독대가 보이는
거실에서 한방차를 한잔씩 마시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힘들게 4년동안 남편 병간호하며 고생한 이야기도....
그렇게 살리고 싶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남편은 떠났다.
그날 임순이는 이웃 중학동창집에 까지 바래다주며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시골모임 있을때마다 동창회 참석하라고
연락했다. 비록 부부동반 모임이지만....
혼자라도 힘차게 살아갈려면 친구들을 만나야한다고
설득했다.
혼자 사는걸 친구들에게 숨기기보다 용감하게 얘기하고
어울리며 살자고 했다.
이제....자식들 다 키우고 친구뿐이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없지 않은가?
한두번 동창회에 나오더니 이제
동창모임....친구 자녀 결혼식에 잘 참석하는 씩씩한
임순이가 고맙고 대견하다.
결혼식에 나온 큰딸은 듬직한 신랑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특히 어머님에게 인사하면서...
눈물번벅이 된 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멍하게
전해온다.
신부를 등에지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신랑이 믿음직스럽다..
내내 행복하게 웃음꽃이 피는 가정이 되길 기도한다.
이어진 동창들 자녀 결혼식중에서
임순이 결혼식에 가장 많은 여자친구들이 참석했다.
힘든 임순이를 이해하는 건 남자들보다 여자친구들인 모양이다.
대신 남자들이 가장 적게 참석하고....
나, 건교, 교식, 희상,기승, 영호,택수등 7명인데...
뒷풀이 옻닭모임에서는 건교와 교식,택수가 빠져 네명만이
많은 여자동창들에게 수중(?)을 들어야했다.
옻닭집은 광명시 산속에 있었다.
대로에서 삼백미터정도 비포장도로 산속으로 들어오더니
잘 가꾸어진 텃밭이 보이고 비닐하우스로 된 옻닭집이 있었다.
직접 산속에서 기르는 닭들이 보이고...
이런 시골풍경에 둘러싸인 곳에 오면 평온함이
몰려온다.
도시의 복잡하고 시끄러움을 떠나 농촌속에 갑자기
들어오니 더욱 색다른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는건
나나 친구들 모두 똑같다.
평소 조용하던 친구들도 요란해지고 활달해지며
어린시절부터 살아온 이야기꽃이 핀다.
오랜만에 얼굴을 다시본 최경오, 김진남의 모습도
전같이 수줍음이 사라지고 추억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든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의지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언젠가 경오가 강도에게 당한 지난날의 무서운 이야기도
웃으면서 얘기할 수있는게 많은 세월이 지났기 때문이리라.
지난 옛일이 모두 기쁨으로 차여있지는 않을게다.
더러는 아픈 기억이 있을거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쓴 웃음만 나오는 추억이지만
어린시절의 삶은 문득 문득 흐뭇함에 젖어든다.
다시 못올 그날들을 생각하며 꾸밈없이 그리움을
간직한채 털어놓는다.
석포리의 바닷가에서 엄마따라 뛰놀던 시절이 그립다.
잊지못할 그 추억속에 현실에 묻혀 사는 중년의 삶....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같은 중년의 삶에서 큰 목표를 갖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건강함을 제일의 목표로 욕심내지말고 살자.
현실을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 생각하며 사는 어리석은
맘을 버리자.
지금은 좋은 곳에 여행을 다니면서 자연을 벗삼아 좋은
공기 마시면서 친구들 만나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며 사는게
제일의 행복이다.
주말의 이틀이 결혼식 참석으로 그렇게 가버렸다.
여자친구들중 결혼식에 잘 참석하는 남순이와 화자가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않았다.
두친구의 빠른 쾌유를 이 자리를 빌어 기도한다.
생기발랄한 얼굴을 다시 보여주기를....
삶이란게 무엇일까?
삶이란...나의 색으로만 덧칠하며 사는게 아니다.
더러는 다른 사람의 색깔도 칠하면서
내공간을 주기도 하며 살아가는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언젠가는 아름다운 내그림의 삶이 될 것이다.
친구님들... 내내 건강하소서...
07. 10. 10 수요일아침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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