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초겨울인 요즘....
어제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결혼식이 없는 빈시간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저곳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런 행사가 없는 나만의 시간....
사실, 토요일은 부석 강당리에서 시제가 있는날이다.
작년까지 일요일에 시제를 했던걸 올해는 토요일로
정했다.
작년에 올해부터 토요일 하는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
토요일로 정하고 총무인 내가 전자우편 편지를 보냈다.
토요일로 하면 내가 참석 못하는 걸 알면서도
작년에 대부분의 종친들이 동의를 한 것 같아
회장인 사촌형님과 상의하고 그대로 결정했다.
종친회 총무를 맡은지 6년여 되는 것 같은데....
후임자가 나타나지않아 지금까지 총무로 있고
다른 작은 모임에서도 난 비슷한 총무역할을
하는걸 보면 체질이 그런 사람인 모양이다.
아내는 다 내놓으라 하지만 그게 내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시제일이 되면 가능한 참석하던 우리 4형제들....
이번 시제에는 모두 빠져 참석 못했다.
큰형님은 중국대학교수로 나가 있어 국내에 안계시다.
중국 대학생들이 형님의 한국어 강의에 푹~ 빠져있다는
소식이다.
형님도 중국생활이 재미있다고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를 드리는 것을 보면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한국 최고의 한글사랑이 그쪽 대학생들에게도 통하는
모양으로 형님소식을 들을때마다 기분이 좋다.
작은형과 막내동생도 결혼식과 행사가 있어 참석을 못했다.
내년에 육순인 작은형.... 직장인 한국 산업인력공단에서
기계관련 팀장으로 더 바빠진 형님은 주5일근무로 토요일
쉬지만 나가 일할때가 많단다.
교통안전공단 교육원장인 동생도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토요일 오전근무가 있는 관계로 참석을 못해
종친들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미에 사시는 사촌형님께
전화를 드렸다.
집에 돌아온 토요일 오후....
집 뒷산에 올랐다.
북일고와 단국대 뒤쪽에 있는 산....
아내가 산에 오를수없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아 혼자 오른다.
가끔, 이런때도 있다.
산을 좋아하기로 하면 내가 한수아래인데....
몸이 좋지않을때는 혼자만의 산행을 하라고 허락한다.
“다녀 오세용....지는 몸이 말을 안들으닝게...”
“그려... 증말 혼자 산에 가는겨?”
“지는 몸이 유~응 말을 안들어유~”
“유~응 말을 안들으면 집에서 쉬유~”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걸었다.
혼자서...쓸쓸히....
바삭바삭 소리가 걸을때마다 난다.
올 들어 처음으로 집뒷산을 오른다.
천안의 기온이 겨울이 지나고 봄날씨같다.
전날의 겨울을 재촉하는 비의 영향으로 추울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산행이라 할것도 없고 그저 산책이다.
크게 가파른 길도 없도 낙엽 쌓인 오솔길따라
걷다보면 쉼터가 나온다.
벤치도 마련되어있고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준비되어있다.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좋은 쉼터자리엔
어김없이 묘지가 있다.
묘지문화....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인 것 같다.
자연을 파헤치고 그속에 조상을 모시는 일이
우리가 잘못이어온 전통같다.
너무 많은 자연이 파괴되다보니 나도 매장문화에
반대한다. 그저 비석하나만 남기면 어떨지....
이제 겨울산은 어디를 가나 을씨년스런 나뭇가지들이
산그림을 그린다.
집뒷산이라도 잠시 산이 주는 맑은 공기 시골의 풍경을
연출해주니 좋다.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다리가 좀 아프다..
산을 타다보면 두시간 정도 걸을때 힘이 부치는걸 느낀다.
집에 돌아와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갔다.
아내가 준 누룽지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방안에 들어가 깊은 낮잠에 떨어졌다.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진 느낌이다.
2007. 11. 26.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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