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빨리가는 느낌이다.
마른장마....가뭄에 목타있는 작물들을 본다.
그래도 한번씩 내리는 단비를 너무나 반갑게 느껴진다.
된장이 떨어져 시골에 다녀와야 한다더니....
일요일엔 구시울 처가에 가고, 당진 정미 덕삼리
외삼촌댁에 가잰다.
된장을 얻기위해 천안 집을 나섰다.
우리집 된장 공급처는 처가내지는 외가쪽 시골집들이다.
이번에는 당진에 사시는 외삼촌댁에 가서 된장을
가져오기로 전에 연락을 했었다.
천안에서 서산 가는길은
삽교천으로 가는길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 항상 그쪽으로 간다.
당진을 지나 안국사를 들렸다.
집사람이 음암초등학교시절 소풍을 갔던곳이라
들리고 싶어하는 곳이다.
당진 정미면 수당리에 있는 안국사지는 석불입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미를 지나 운산으로 가기전 안국사쪽으로 들어갔다.
자그마한 마을에 있는 논밭에서 구슬땀 흘리며 농사를 짓는
고향농부들... 마을 한쪽에 있는 평상이 텅 비어있다.
이런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에 들어오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개구리와 풀벌레 울음소리 벗삼아 사는 욕심없는 시골사람들...
그저 농촌이 좋아 자식들이 사는 도시로 가지않고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시고 농사 지어 자식들에게
올려보낸다.
한가롭고 평화롭기만 시골 골목길을 지나 안국사에 도착했다.
차한대 없는 안국사....
시골 산기슭에 자리잡은 안국사는 큰 돌로 만든 정원이 있다.
주위에 석산이 있어 옛날에는 돌을 캔 모양인데...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다.
땅 위에 떠 있는 돌이 아름답게 보인다.
다시 피어나지 않는 큰 절터모습을 찾으려는 몸부림...
한동안은 넓은 절터에 아름답게 서있었겠지만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불태워졌을 거다.
고려시대의 절로 석불입상만 남아 옛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절주변을 한바퀴 돌고....
구시울 처갓집에 도착했다.
92세가 되신 장모님이 집을 지키고 계시다.
혼자 시골집에서 장인어른이 돌아가신후 몇십년을 혼자 살고 계시다.
8남매나 되는 자식들의 중심에 서 계시는 장모님은
자식들이 늙어가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가신다.
막내딸인 집사람도 벌써 오십이 되었냐며 허허 큰 웃음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신다.
얼마전에 백살되신 친구분이 돌아가셔 동네에 가장 노령자가 되시고
집옆에 있는 텃밭을 일꾸는 재미로 사신다.
주중에는 집앞에는 처남이 하는 음암어린이집에 이것저것 간섭하며
자식이 살아가는 것을 지키신다.
귀가 어두운 것과 걸음이 힘든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하시다.
처가 앞마당에 꽃이 피었다.
시멘트가 갈라진 틈에 피어오른 꽃나무...
꽃나무라 그대로 놔두어 저절로 자라 꽃이 피어났다.
장모님이 가꾸시는 텃밭이다.
구순이 넘으신 노인네가 가꾸기엔 벅찬 밭이지만
풀한포기 없이 깨끗하다.
토마토,고추, 콩, 참깨, 고구마등등....없는것이 없다.
백살까지 장수하는 노인들의 특징이 이런 농촌에서 작물을 가꾸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식물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마음이
다스려진다고 한다.
조용히 할머니 혼자사는 집이라 새들도 집안에 들어와
알을까고 새끼를 키운다.
얼마전에는 들새 한쌍이 창고 한쪽의 광주리에 집을 짓고
알을까서 새끼와 함께 떠났다고 한다.
새도 장모님을 무서워하지 않고 같이 사는 식구로 생각하며
키우더란다.
공존공생...
새들이 장모님을 볼때마다 이렇게 말하는것 같더란다.
“할머니도 외롭지 않고 저희도 새끼 안전하게 키우고...좋지유~”
새들의 특징은 밤에는 새끼들을 놔두고 밖에서 자고 들어오는게
신기하더란다.
새들도 사람을 볼줄 아는 것 같다.
해칠사람과 도움을 줄사람을 판단하는 걸 보면 참으로
자연만큼 신비스러운 것은 없는 것 같다.
한달전에만 이곳에 왔더라면 집안에서 알을까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디카에 담을 수가 있었는데.... 아쉽다.
구시울에 처가에 오면 가고싶은 곳이 있다.
외갓집터....
처가와 이백여미터 떨여져있다.
십여년전까지도 외삼촌이 살아오셨는데 당진으로 이사가셨다.
그곳에는 새로운 전원주택에 들어섰다.
방학때면 항상 몇일씩 묵어가며 지내던 구시울 외갓집...
그 전원주택에는 단풍나무며 꽃나무을 많이 심어놓았다.
서울에 사는 대학교수가 지은 전원주택이라는데 주말에만
한번씩 내려온다는 장모님 말씀이다.
단품나무도 접붙이기를 한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보았다.
처가에 오면 장모임은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조금만 주시지유~ 하면서 차에 싣는다.
정미 덕삼리 외삼촌댁에 가면 또 무언가 실어주시겠지요.
시골에 한바퀴 돌고나면 차가 작다는걸 느낌니다.
2008. 07. 18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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