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와의 하루밤 인연...
숨막혔던 태양열도 많이 식었습니다.
무더위를 이겨낸 여름이 가을의
그림자로 숨어버리는 요즘....
어제 저녁 회사공장안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얼마전 은석산에서 내가찍은 호랑나비 사진입니다.
똑같이 생긴녀석이 공장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조용한 넓은 조립공장안에 저녁시간에는
거의 저혼자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저녁시간은 주로 낮에 마무리안된 일을
주로 합니다.
때로는 컴에 앉아 생산계획도 짜고, 재고조사,
발주서 작성, 내일 출하될 부품검사,품질검사,
닥치는대로 이것저것 합니다.
한마디로 만능맨이죠.
옆공장의 기계들이 돌아가는 소리대신
제가 있는 공장안은 고요만이 숨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무더위가 있다보니 공장 입구문을
활짝 열어놓으니 풀벌레들이 밝은 불빛을
보고 공장안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공장옆이 포도 과수원이다보니... 더욱 풀벌레
들이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쁜 호랑나비가 들어온적이 없었는데...
예쁜 호랑나비가 들어오니 제 눈에서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계속 그녀석의 행동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나비는 계속 형광등 밝은 불빛을 따라 앉으려
노력하지만 되질 않습니다.
미끄럽고 뜨거웁다보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불빛에 앉으려 합니다.
30여분 그렇게 노력하다가 지쳤는지 부품박스에
주저앉아 잠시 쉬는듯 하다가 다시 시도하기를 또
몇십분... 어느사이 밤은 깊어 퇴근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장의 불을 끄고 나오면서도 그녀석이 눈에 걸려
발걸음이 무겁더군요.
결국은 현장에 들어오는 수많은 풀벌레처럼 어디엔가
구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되겠구나...
그다음날 아침... 바로 오늘아침이었습니다.
현장의 문을 열고 다시 형광등을 켜니 그녀석이
현장을 날라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반갑더군요.
아직 죽지않았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번에는 직접잡아서 밖으로 내다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녀석이 어디론가 앉아있기를 기다렸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얼마를 날지 못하고 구석에 앉아버리더군요.
조용히 그물망을 가지고 가서 잡았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포도 과수원에 날려 보냈습니다.
그녀석은 한참을 좋아라 빙글빙글 과수원 밭을
하늘 높이 날고 있었습니다.
“아~~ 자유를 찾았다. 이곳이 내세상이구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루밤을 공장안에서 지내고 살아난 호랑나비...
가족과 친구를 찾아 행복한 삶을 마감하길
기도하였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밀려 가는 풀벌레들...
여름의 짧은 삶을 마감할 겁니다.
계절은 초록빛의 이파리가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호랑나비는 날아갔습니다.
먹이를 찾아가는 것인지 가족을 찾아 가는지
어디론가 부지런히 새로운 길을 만들며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가는 것은 분명 합니다.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으리 하면서...
2008. 09. 11.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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