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녀석 시험장 근처 군포 수리산를 완주하면서....
일자: 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산행코스: 군포중앙도서관- 군부대- 슬기봉-능선- 태을봉(488)-숲속의 쉼터
10시 산행시작- 13시 수리중학교 운동장 도착
서울 우면동에 살 때 서산 고향에 갈때면 산본에 있는
수리산 아래를 지나곤 했다.
병풍처럼 산본시내를 둘러놓은 모습이 인상적인 산....
그저 수없이 지나기만 했지 오를 기회가 없었다.
딸녀석이 경기도 초등교사 임용고시 2차시험이 산본 수리중학교에서
마침 있어 그곳에 태워다줄겸 수리산을 종주 하기로 맘을
먹고 딸녀석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11월의 마지막날인 일요일....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 판교에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산본
ic를 빠져나와 수리중학교에 도착했다.
영하 5도로 아침 추위가 매섭다.
수리중학교 운동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딸녀석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우선 근처에 있는 군포 중앙도서관에 들어갔다.
아침 일찍 수리산에 오르기엔 너무 이른시간으로 춥기 때문이다.
수리산 산행길 초입에 있는 군포중앙도서관의 시설은 정말로
새로운 첨단시설로 되어있었다.
관람실마다 컴퓨터로 열람할 수 있는 각종 첨단시설들...
정기간행물실에 들어가 월간잡지를 보며 우선 아침추위를 피했다.
정확히 10시에 도서관에서 나와 수리산 산행을 시작...
아스팔트 포장언덕길을 오르면 끝나는 지점에 조그만 암자가
나타나고 공군부대의 시설이 있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참나무, 소나무가 어울어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산본의 아파트 시가지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이 너무좋다.
수북이 쌓인 낙옆속에 가을이 저만치 가버렸다.
겨울의 차거운 바람이 불어오면서 앙상한 나뭇가지들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군부대와 함께있는 슬기봉에 도착했다.
최근에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으로 군부대사이를 지나게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는 공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으니 시민들에게 제공해준
편의시설로 멀리 인천시가지...
송도 신도시, 관악산 서울 구로동 영등포까지 보인다.
인천바닷물이 검은 스모그현상으로 가려서 안보이는데....
대도시의 높은 건물이 있는 쪽일 수록 검은 스모그가 완연하다.
슬기봉에서 능선을 따라 태을봉쪽으로 향했다.
산본시내와 서울 외꽉도시의 전망이 보이는 능선타기....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산행이 계속되었다.
병풍바위도 있고 대부분의 바위가들이 나이테처럼 선이
있는데... 보기에 철광석처럼 너무 단단한 느낌이 온다.
수억년의 세월을 간직한 바위들이다.
12월의 문턱에서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찬기온 실어 오는 것 같다.
수리산 아래 중학교에서 시험보는 딸녀석이 갑자기 생각났다.
하얀 입김을 불면서 시험지에 몰입하는 녀석이 보이는 것 같다.
1차시험에서 시간배정을 못해 5문제나 답안지에 옮기지 못했다고
울어버렸던 녀석... 2초가 부족해 다못썼었다면서...
최종합격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마음 하나로 난 이 시간에 딸녀석에 옆에 머물어 따스해 지고
침착해지게 하고싶을 뿐이다.
수리산의 능선은 거의 바위로 되어있다.
오르고 내리고....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픈기억... 행복했던 순간들이
때로 망각과기억의 틈새로 그리움이 되어 달려 들어오기도 한다.
딸녀석의 시험과 수리산행... 고행의 연속인 우리삶의 모습들이다.
난... 충청도 고향에서 교사생활하도록 몇 번이나 말했건만 녀석은
도시를 택했다.
네삶은 네가 선택하거라.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만 살 수 있다면 말이다.
드디어... 태을봉에 도착했다.
수리산의 정상이라 제법 사람들이 많다.
태을봉에서 그대로 하산하면 산아래길이 있는데....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의 산보길처럼 잘되어있다.
중간에 쉼터도 마련되어있고....
내가 산행을 시작한 군포중앙도서관인
원점으로 다시 만나도록 산행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수리중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니 꼬박 3시간 산행이다.
중학교 교실에서는 아직도 오후 시험을 보는 딸녀석이 있다.
아직도 두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학교 밖으로 나와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차에 들어와 앉았다.
잠이 쏟아진다.
차속에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시험을 끝나고 딸녀석이 들어온다.
표정이 1차때와는 다르다.
1차때는 차속에 들어오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더니....
밝은 표정으로 보아 무난히 2차 난관도 넘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많은 세월... 낮과 밤
기다림으로 헤적이는 내 분신인냥 딸녀석을 키운 것 같다.
팔베개로 받혀 재우기도 하고 크면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돌고 돌아 지금에 와있는데... 녀석의 봄은 올 것인가?
지금...시작이다.
아직도 네 삶의 봄을 준비할 시간은 많다.
혹...커텐을 열지 못하고 서성거릴지도 모른다.
몇십년의 미래중에 언젠가는 광야을 밝혀줄 해가 뜰 것이다.
그까짓 행복... 별거 아니란다.
산다는 것 자체가 생각하기 나름대로 행복과 불행의 선에서
넘나든다.
좀더 생각하면 행복이고
함께 나누면 꽃이되고 밝은 햇살이 비추어 지면 열매는 언젠가 맺는다.
천안으로 내려올때는 국도를 택했다.
아산만을 지나
아산온천을 지나면 시인과 촌장이라는 가든이 있다.
시험을 끝낸 딸녀석과 함께 그곳에 들려 양식으로 저녁을 때웠다.
그동안 맘고생... 힘든 준비... 고생 많았다 위로 하면서...
2008. 12. 03 수요일...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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