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덕산 가야산에 가다.
산행일시: 2008년 12월 8일 천안에서 9시 출발
덕산 가야산 남원군묘 10시 30분 도착
산행코스: 남원군묘-석문봉-문다래미능선-가야봉-남원군묘
산행시간 3시간30분
누구나 마음속에 깊게 심어진 영산이 있다.
어려서부터 항상 눈뜨면 보이던 가야산이 나에게는 영산(靈山)이다.
몇일전 천안쪽에는 눈이 오지 않았지만
서해안 쪽에 있는 고향 서산쪽에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지라 눈덮인 가야산에 가고싶었다.
전날 저녁 초등학교 송년의 밤 행사가 있어 늦게 도착하고
피곤한 몸이지만 산에 간다고 하면 어디에서 힘이 솟아나는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천안에서 예산 가는길은 아산을 거쳐 간다.
아산시에서부터 눈이 조금씩 보이더니 예산에 도착하자 들판이
온통 하얀세상이다.
덕산에 거의 와서는 길이 아직도 눈길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천천히 덕산읍내를 지나 상가리쪽으로 향했다.
남원군묘에서 석문봉과 옥녀봉으로 향하는 길로 처음시작한다.
멀리 가야봉에 있는 방송 송신탑에 눈구름이 걸려있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655미터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자락이
병풍처럼 서해바다를 둘러쌓고 있어 정상에 오르면 가까이의
서해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산을 자주 찾아가는 이유는....
처음에 말해듯이 내 가슴이 담아있는 영산이기 때문이다.
천안에 살기전... 예산에서 7년동안 살면서 수없이 오르고 올랐다.
특히 겨울철에는 가야산 등산후에 덕산온천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맛에 휴일이면 오르곤 하던 산으로 천안으로 이사가면서 이런 일상은
자연적으로 사라졌다.
고향 가야산에 오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
부담이 없이 들어설 수 있는 고향집같은 기분이다.
이처럼 눈으로 온통 옷을 갈아입은 산에 들어서면 언암리 고향집 느낌이
절로 난다.
나무줄기 가지란 가지에 하얀 눈옷을 입고 있다.
산속에 들어올수록 눈색깔이 백옥같이 희고 맑은게 이곳이 청정지역이란게
증명된다.
소복이 쌓인 눈을 보니 솜이불처럼 포근해 보인다.
눈내린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나무 가지에 붙어있는 눈이 떨어질줄 모르고 나무와 한몸이 되어있다.
두터운 힌색깔의 털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산이란게 참으로 신기하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패션소의 현장같다.
눈이 오면 흰옷으로 비오면 비옷으로....
봄이면 엷은 은초록의 색깔이고 여름으로 가면 푸른색이 진해진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갈아입고 온통 세상을 황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눈옷으로 갈아입는다.
자연의 축복과 사랑이 산에 있다는 걸 산행할때마다 느낀다.
특히 이렇게 흑백의 사진처럼 흰색으로 변해버린 환경이
되면 공연히 마음이 들뜬다.
기분이 한없이 업그레이드되어 날아갈 것 같다.
항상 앞장을 서던 아내를 어느새 내가 추월해서 나갔다.
뒤에 쳐진 아내가 웬일이냐며 소리친다.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이다.
“아침을 고구마로 때운 사람이 웬일이에요?”
왜그리도 힘이 나는지....나도 모르겠다.
그저 눈산이 좋고 행복하다.
눈길만 만나면 펄펄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모처럼 눈꽃산을 만난 등산객들이 모두 웃는 얼굴이다.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인사를 한다.
수고하십니다.
고행하십니다.
즐거운 산행을 하십시오.
눈산에 오를때 필수품인 아이젠을 차지 않고도
잘만 오르는 우리부부를 보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또 놀란다.
집에 아이젠이 있지만 눈산에 오를때 별로 신경을 안쓰다보니
잊어먹고 그냥 나오기 일쑤다.
아이젠을 차면 공연히 무겁고 귀찮아 부담이 되어 싫어하는게
큰 이유인지 모르지만....
아이젠 없이 오를때는 그저 한발 한발 신경쓰며 조심을 한다.
발바닥이 눈위에 꼭 닫도록 하면서....
특히 눈감고도 훤한 고향산 가야산을 오를때면 자신감이 생겨
아이젠을 차지 않는지도 모르지만....
조심만 하면 별일없이 눈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사실, 눈덮인 산행의 기회는 별로 없다.
휴일날뿐인 산행이 운좋게 눈과 함께 하는날이 한해에
몇 번뿐이다.
지구 온난화로 눈이 적어지고 왔다고 해도 금방 녹아버린다.
석문봉 정상에 다달았다.
정상에는 역시 눈꽃이 피었다.
사람들마다 카메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바쁘다.
나도 몇장.... 손이 어는것도 모르고 디카에 담았다.
석문봉에 오르자 갑자기 구름이 덮히면서 눈발이 심하고
바람이 분다.
손이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다.
문다래미 고개를 가는 것도 눈길에 미끄러워 줄을 붙잡고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랐다.
온통 구름으로 고향땅 언암리, 해미읍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더 능선을 타고 소나무 쉼터를 지나자마자 구름이
지나가고 맑은 햇살이 보이며 눈덮힌 고향땅의 모습이 보인다.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이 보이는 것 같다.
해미읍내 두현이가 신정리 별장집으로 눈치우러 가는지
눈길을 달려간다.
신정리 세정이네, 기지리 재희, 양림리 기홍이네 모두
눈으로 하얗게 덮어버렸다.
이렇게 옛날 내가 살던 고향땅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넘친다.
어린시절의 순진한 모습으로 늙음은 다가올 것 같지 않다.
그저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이 이어지길 기도했다.
바닷가 시골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좋은게....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다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로 넉넉하게 사는 것보다 이런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눈속에서 느끼는 이 풍요로움....
고향땅을 바라보며 느끼는 이 평화....
고향땅쪽에 두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언암의 향기를 모두 마셔 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절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똑같은 행동이지만 눈이온 날의 가야산의
심정은 다른 것 같다.
가야산에서만 느낄수 있고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 생각된다.
하산길로 방송송신탑이 있는 가야봉쪽을 택했다.
능선길에 한무리의 등산팀들이 점심을 먹고있다.
진수성찬이 따로없다.
흰눈위에서 먹는 소리가 공연히 허기지게 만드는 것 같다.
석문봉에서 고구마와 커피로 간단히 때웠으니....
눈길 산행은 하산길이 위험하다.
줄과 나무를 번갈아 잡으며 내리막을 조심해서 내려왔다.
때로는 눈위에 앉아 미끄럼도 타면서...
가야산 아래 상가리에 도착했다.
논위에 있는 눈을 찍어보았다.
눈이 쌓인 모습이 꼭 찐빵 모습처럼 생겼다.
자연의 신비... 눈내린 들판의 아름다움을 보며 또한번 감동하며
덕산온천으로 발길을 돌린다..
올겨울....
그어느산에서 이런 감동이 또 볼 수 있으려나....
2008. 12. 09 화요일 아침 천안/영로
'국내산행,여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악자전거 흉내내기 위험하더군요. (0) | 2009.01.04 |
---|---|
08년 마지막 산행 광덕산에서 소원을 빌어보다. (0) | 2008.12.30 |
군포 수리산을 완주하면서 (0) | 2008.12.03 |
동네 뒷산으로 여행을 떠났시유~ (0) | 2008.11.09 |
서산 팔봉산 등산과 채석포 초등동창회 (0) | 2008.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