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를 관람후기....
천안 두정역에 있는 시너스 영화관에 어제저녁에 다녀왔다.
워낭소리....
본래 소목에 달아놓은 방울의 소리를 말한다.
소와 사람...그리고 자연을 표현한 영화로
출연자가 경북봉화의 산골마을에 팔순농부 부부와 40살먹은 소가 전부다.
일년동안 머무면서 다규로 찍은 화면을 편집해서 만든 실제상황의
소토리로 한 장면마다 우리의 농촌현실을 말해주는 영화로 감명깊게
보았다.
특히,
아내의 잔소리같은 현실농사를 짓자고 하는 것을 마다하고
소와 함께 무농약을 고집하는 팔순노인농부의 농사철학이 가슴속에
그대로 묻어오는 작품이다.
늙어가는 소와...자신도 함께 늙어간다.
원래 소의 수명은 십오년정도라고 하는데 사람의 사랑을
함께하면 40년을 사는 모양이다.
소가 죽으면 같이 죽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달구지를 타고 읍내에 가고 마을회관에 간다.
어느장날 장에 갔다가 피곤해서 잠에 들었는데 소가 알아서
집까지 올정도로 소는 주인을 보모처럼 생각하는 가족과 같다.
동네 사람은 아들보다 더하면 더한 자식이라고 말하는데...
부정하지 않는다.
가지고 다니던 라디오도 고장이 나자 농부 아내가 말합니다.
당신도 고물...
라디오도 고물...
소도 고물....
계속 말합니다.
소를 팔자고....팔순 농부는 말한다.
“안팔아.”
자식들이 추석날 몰려오지만 그영화에서는 가족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잠시 하루 머물러가는 여행객정도로 말이다.
삶의 진정한 동행은 늙은소와 아내, 그리고 자연이었다.
남편에게 항상 투정대지만 아내는 말한다.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거라고....
나의 유년시절....
소와 함께 풀뜨기며 들판에서 지냈다.
짐에서 키우는 소는 가족과 똑같았다.
새벽이면 여물을 끊이고 풀을 베어 주고....
일소인지라 코뚜레와 멍에를 짊어지고 살았던 착하고 성실한
우리집소의 이야기!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너무나 일을 잘하던 소였다.
옆동네 방앗간 하던 사람이 일을 너무 잘하던 우리집 소를
산다고 하여 팔려나가는날....
자신이 어디론가 팔려간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아무것도 안먹고 큰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걸 어린 내가
보고 얼마나 슬퍼했었는지 모른다.
“아부지... 소 팔지 말아유~~” 하면서 말이다.
경북 봉화군을 소재로한 영화는 나에게 잠시 유년으로의
시간여행을 할수 있는 귀한 시간을 하게 해주었다.
내 어린 시절!
내 아버지 그렇게 살아오셨듯 노인은 지금까지
소와 함께 긴 긴 세월을 함께 하며 농사를 지었다.
소와 자신의 희생으로 자식들 키우셨던 눈물나도록 가슴속에
깊이 남는 영화였다.
그옛날에는 사료가 없다보니 소키우는 일이 큰일이었다.
고구마 심지어 콩까지 넣어서 여물을 끓여주고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그 내 아버지가 스크린 안에 계셨다.
참으로 온순한 소....
자신을 온통 노인을 위해 아니 자신의 운명처럼 뼈만 앙상히 남아도
묵묵히 일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온몸으로 희생했던 소의 40년 인생을 보며 성실한 소의 워낭소리가
왜 그리도 슬프고 아프게 들렸던지.....
아파서 죽어갈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슬픔으로
눈물이 나왔다.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농촌도 소의 워낭소리가 아닌 기계굉음으로 요란해졌다.
너무나 많이 급변화한 시대속에서도 그 옛날 깊은 두메산골에
멍에지고 온몸으로 희생하고 있는 소가 있다는 사실이 딴세상처럼
느껴진다.
그 소를 살리기위해 꼴을 베고 겨울을 나기위해 나무를 집안가득
베어다 날랐던 소와 짐수레와 노인이 우리들의 옛날 아버지였다.
가슴속에 남아있는 유년시절을 몽땅 끄집어 내준 워낭소리....
경상도 촌아낙의 팔자타령 소리가 바로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내뱉어던 그 소리와 왜그리도 똑같은지....
과거로 추억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자식과 같은 소에게 무한한 정을 주는 팔순농부의 얼굴이
왜그리도 아름다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일하던 그밭 가운데 묻어주는 그 촌부의 깊은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감동들이 살아 있다.
애들이 혹시 보면 옛날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사람은 배반해도 소는 사람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킨다.
2009.02.15 일요일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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