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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이제 방 다 나갔다.

이제 방이 다 나갔다. 전에 임대사업 이야기하면서 잠든 아내옆에서 글을 썼는데.... 오늘도 똑같은 현상입니다. “이제 방 다 나갔다.” 아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나에게 전화해서 전한 긴급뉴스 제목입니다. 우리집에서만 통하는 말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한 단어이고.... 대학근처에서 원룸하는 우리집은 신학기면 비상이죠. 그동안은 무리없이 편하게 방을 세놓았는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대학에서 기숙사를 새로 신축한 이후의 풍속도입니다. 근처 동네 원룸사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울상을 하고있는데... 이유는.... 벌써 신학기가 시작된지 보름이 되가는데 아직도 빈방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에 없던 현상이죠. 이제 대학근처 원룸사업도 물건너간 사업이란 느낌입니다. 대학마다 기숙사를 확창하다보니 원룸보다 싸고 편리한 기숙사로 학생들이 들어가다보니 빈방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집도 몇 개 남아있던 빈방의 세를 많이 내려 간신히 채웠습니다. 아내는 불철주야 고민하고 맘고생하며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떠나던 등산도 못다니고.... 이제 두다리 뻗고 자겠다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잘 시간도 안되었는데 엷은 코골이를 하면서 제옆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정말로 두다리를 곧게 뻗고서 말입니다. 학생들만 상대한 원룸 사업은 이제 힘들어질 것 같지만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하겠지요. 다음학기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기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말고 살아야 합니다. 힘들은 건 우리만 아닙니다. 모두가 지고가는 똑같은 삶의 길입니다. 오늘만 있는게 아니라 내일이 있고 또 해가 뜨기에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는 맘을 가져야 하겠지요. 곤하게 잠들어있는 아내가 곧 평화란 생각이 드는 저녁입니다. 그리고 참.... 오늘 퇴근하자마자 뒷산에 올랐습니다. 산에서 바로 앞 태조산에 뜨고 있는 큰 보름달을 보았습니다. 달,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어려운 시기에 방도 다나가고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운 뿐만 아니라,사랑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더군요. 달이 휘영청 밝은 날, 바로 축복 받은 느낌이라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한참을 앉아 소원을 빌기까지 했답니다. “저희에게 좋은 일만 있게 해주시옵소서....” 2009. 03. 11 수요일 저녁... 천안/영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