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성적표로 위로를 받다.
어느덧 겨울의 그림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두손이 꽁꽁 얼어 호호 불며 출근하던 지난주와는
사뭇 다른 포근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분명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이제 입춘도 지나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댄다.
그동안 힘든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기대했던 딸녀석의 초등교사 임용고시 실패...
나에게는 커더란 마음의 상처를 준 시련의 소식이었다.
처음 1차시험을 보고난후 예상된 것이었지만 2차 3차를
거치면서 희망을 되살려 갔었는데....
역시 1차시험의 뼈아픈 실수가 예상했던대로 실패로 끝났다.
시간이 약이련가?
이제 고통도 한결 가벼워져 마음을 비워가고 있다.
다시 일년을 기다리자는 결론으로 정리가 되어간다.
하늘의 해가 빨리 가기만 바라고 있다
엊그제 아들녀석의 성적표를 받고 조금 위로가 된다.
항상 받아온 우수한 성적표이지만
딸녀석의 실패뒤에 받은 아들의 학교 성적표라 한참을
들여다 보고 또 보았다.
한과목만 빼고 모두 A플러스....
아들은 계속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대신하곤 한다.
하지만 딸녀석의 기대에 밀려 항상 크게 우리 부부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년전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에 복학해 처음 받아 보았을때
한과목을 뺀 A플러스 성적, 내눈을 의심하였다.
그때 너무나 변한 아들의 성실함, 그리고 그 성적이 눈물나도록
고마웠는데... 이제 4학년이 되는 졸업반 된다.
딸을 대신한 아들의 성적표가 귀한 순간에 위로가 된다.
이렇게 성실하고 착한 자식들이 있는데....
무엇이 불만인가?
딸녀석이 실패한게 모두 그날 운이 너무 나빠서 벌어진 일인데....
그녀석을 탓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 잘될 것이다.
올해만 지나면 크게 웃을날이 올 것이다.
화원 속에 숨겨졌던 꽃들의 고개가 끄떡이며 봄을 알리듯이
좋은 소식만 있을 게 틀림없다.
힘을 내자.
고개를 들자.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식들이 쓰러진
나를 부추기는 것 같다.
올해 남은 긴시간 재촉하며 꿈길을 다시 걸어갈 것이다.
어느덧 꿈속에 누워 있는 내자신을 본다
짙게 흩어진 아픈 기억들을 하나 둘씩 지워버린다.
시간 지나면 절로 나아지는게 삶의 아픔이다.
아직 내몸에 새로운 꽃들이 찾아 들어올 것이다.
봄이 오면 삶의 희망이 솟아오를 것이다.
아들 녀석이 피워준 조그만 희망 꽃을 생각하며 누워
잠시 갖가지 시름을 잊어 본다
자... 한숨자고 오늘을 시작해보자.
2009. 2. 6. 01시에 천안/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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