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을 보며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어느날...
회사앞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회사와 포도밭...
나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마는 회사문을 열고 나오면 포도밭이 바로 펼쳐집니다.
일년 열두달 삼백육십오일 공휴일만 제외하고 이회사에서 만 5년을 매일 보며
살아왔다면 깊은 인연이라면 인연입니다.
그런데...
최근 포도밭을 보면 쓸쓸함이 몰려옵니다.
왜그럴까요?
한달전...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겨울철이지만 항상 이곳에 들리시는 포도밭 주인 할아버지...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밭에 놓여있는 경운기를 젊은 사람이 창고에
있는 짐을 챙겨 회사 앞마당으로 가는겁니다.
누구냐고 했더니 아들이라고 하더군요.
할아버지가 안보인다고 했더니 아들이 전해준 할아버지 소식...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아~ 저런.... 참 좋은신 분이었는데....
포도가 익어갈때면 수확이 끝날때까지 포도를 한바가지 따가지고 와
직원들과 먹으라고 친절하게 주시던 할아버지...
포도농사를 짓는 모습을 항상 보며 살아왔지요.
할아버지를 보는 것도 회사생활의 일부분이었습니다.
포도밭 고랑에 마늘을 심고 호박, 오이 농사도 같이 하시던
순박한 농사꾼이었던 할아버지...
이제는 볼 수 없다니... 너무 쓸쓸합니다.
사람의 삶이란게 저렇게 허무하게 떠나야 한다니...
70대초반의 노인네...경운기,오토바이로 출근하시던 모습을
볼수 없게되었나 봅니다.
포도 과수원의 4계절 변화를 항상 보아왔고 포도가 커가고
익어가는 과정을 볼 수가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누가 할아버지 뒤를 이어 포도밭을 가꾸어 갈지....
가끔 아들 이야기를 했는데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중국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들이 포도농사를 지으려고 할까요?
몇푼 안되는 포도농사를 말입니다.
회사로 가끔 카메라를 들고와 찍고 핸드폰카메라로 포도밭의
풍경을 담아오곤 했었습니다.
한번 제 블로그에 있는 포도밭의 사진으로 풍경을 느껴 보겠습니다.
눈이 많이 온 최근 포도밭 풍경입니다.
노을이 붉게 물든 포도밭 풍경입니다.
가을에 찍었던 맛있는 천안포도의 모습입니다.
이사진은 가을에 핸드폰으로 찍었던 해가 넘어가는 사진입니다.
수없이 제 블로그에 등장했던 포도밭과 포도 이야기들...노을사진들
모두 포도밭을 배경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그 주인공의 아저씨가 사라졌습니다.
붉은 노을이 넘어가듯이 말입니다.
조용히 말없이 사라지는 인간의 삶... 허무합니다.
살아갈 때 아등바등 다투고 사는 우리의 삶이 때로는 다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 날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일이 나타날 것 같지만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는
삶입니다.
포도밭도 매일 똑같이 보이는 모습이지만...
주인없는 포도밭이 텅빈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한세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잡초가 무성한 포도밭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황량함이 가끔 그려집니다.
주인 잃은 그 많은 포도나무들....
봄이 오는데 쌓여있는 거름은 누가 퍼다줄 것인가?
외로운 고아들처럼 불쌍히 보입니다.
수없이 날아오는 벌레들의 공격으로 포도는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과 똑같은 농사...
가꾸지 않으면 무성한 잡초로 남다가 병들어 죽을 것입니다.
매년 포도 수확철이면 몇박스를 사다가 포도주를 담곤 했는데...
이제 어디서 가을의 기쁨을 찾아야 할지 쓸쓸합니다.
2011. 02. 20 일요일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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