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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사람의 향기가 모두 다르다.

사람의 향기?

이상한 표현이지만 더이상의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토요일....

오전근무를 하고 집으로 들어와 원룸건물 관리자로 일을 했습니다.

노후를 위해 마련한 원룸건물...

회사에서 퇴근해서 들어오면 간단한 수리를 하곤합니다.

더러는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하지만 어차피 내가 할일이라 급한일을 처리하지요.

전등이 나갔다든지, 화장실에 물이 안내려간다든지, 문이 고장나는일 등등....

대부분 입주자들은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이라 본인들이 할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집주인이 해줘야 하는 걸로 생각하지요.

 

오늘 토요일은 절수기를 설치하였습니다.

몇달전에 사다놓은 것인데 계속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하기로 작정하고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 설치를 했습니다.

수도세가 두건물에서 50만원가까이 나옵니다.

수도와 온수를 모두 주인이 내주다보니 아끼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근처 원룸하는 친구들이 알려준대로 절수기 부품을 사다가 수도꼭지와 양변기에

설치를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절약이 될지, 효과가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수도세 나오는 걸로 판단하는 수밖에...

 

여학생, 남학생방, 벌갈아 가며 들어갔습니다.

방마다 특색있는 냄새...향기가 났습니다.

제가 말하는 이상한 냄새, 즉 향기는 사람마다 틀리더군요.

어느방은 거의 쓰레기장 수준의 정리가 안된방이 있는가 하면...

신혼 살림방처럼 깨끗하게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여학생들이 깨끗하지만... 꼭 그렇치도 않습니다.

남학생중에서도 정리정돈 잘하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방마다 향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향기가 있는방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이상한 고약한 향기가 나는방은 금방 나가고 싶었습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른 향기를 뿜어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방속에서 풍기는 각자 다른 향기 말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성격이 다르고 사는 방법, 행동이 다르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향기를 뿜으며 사는 사람...

무언가 삶이 다를 것 같습니다.

 

어느 남학생 방에 들어갔더니...

몇일동안 치우지 않았는지 발디딜틈이 없을정도로 어지럽습니다.

책상이 있는데도 침대에서 누워서 컴을 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움직이기 싫으니 살이 둥실,둥실 달처럼 졌습니다.

세탁을 하지않은 옷들... 방주인처럼 이리저리 뒹굴고 있습니다.

향기도 고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방입니다.

 

아무리 혼자살고 누구하나 잔소리 하지않는다 해도 최소한의 정리정돈은

하고 살아야 합니다.

바로 자신의 방에서 나는 향기, 냄새가 그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의 성격에 따라 방의 향기, 얼굴,몸의 모양도 틀려집니다.

 

방의 모양에 따라 그사람의 모든걸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일단은 거의 반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자신도 깔끔하게 사는 편은 아니지만, 내대신 아내가 정리정돈의 달인입니다.

조금이라도 정리안된 물건이 있으면 잠을 못잡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온다든지, 늦은 시간에 처가에서 뭔가를 얻어온다하면

제자리에 모든 것을 정리한후에 새벽에 잠자리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제가 이런 원룸을 관리하고 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내 덕인지도 모릅니다.

저희 원룸건물에서도 향기가 뿜어질 것입니다.

매일 청소를 하면서 관리하는 덕에 9년 되가는 건물이 아직도 깨끗하게 보입니다.

복도를 보면... 그 건물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먼지하나 없는 계단을 유지합니다.

 

 

오랜만에 학생들 사는 방에 모두 들어가 보면서...

갑자기 아내의 향기가 좋아 보였다는 것입니다.

먼지하나 허용하지 않는 그녀의 향기...

좋은 향기를 가졌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를 만나면 그사람의 향기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고를때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닐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내향기가 궁금합니다.

아마도 중간 수준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내는 혀를 찹니다.

당신은 저 학생에게 할 말이 없을 것에요 하면서...

최하위의 점수를 줄 것 같군요.

 

앞으로 점수를 많이 따도록 노력할게요~~~

 

2011. 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