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피아골로 하산일기.
새벽 4시반...
일요일 기상시간이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야하는데...
아내가 산에 간다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느라 새벽에 일어나도록
알람을 해놓았다.
5시 40분 집에서 출발해서 산악회버스가 출발하는 학화호도과자
앞에 도착해 산악회를 기다렸다.
지리산 노고단 가는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실었다.
초여름의 아침... 버스는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천안을 지나 공주를 지나는 동안 차창가 풍경을 감상했다.
점점 녹음이 우거지는 밤나무에는 밤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공주는 밤으로 유명하다보니 온통 산들이 밤나무산이다.
지리산 노고단은 두 번째로 가는 셈이다.
몇 년전 지리산 종주시에 올라가고 다시한번 찾아간다.
이렇게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도 단축되어 멀리까지 갈수 있다.
오늘의 코스는 노고단-노고단정상-돼지령-피아골 삼거리-피아골
대피소-직진마을이다.
산행은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닌 트래킹코스 같다.
버스는 완주 ic를 빠져 전주시내쪽 국도로 달리고 있다.
노고단 도착예정시간은 10시정도...
전주시내를 달리면서 호남고속철 공사현장이 보인다.
전국이 고속철로 연결되는 시대...
좁은 국토가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어 간다.
도로로 잘되어 천안에서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되어
어디를 가도 저녁에 돌아오는걸 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
농촌의 논밭은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사람이 보이는 곳에는 틀림없이 승용차나 트럭이 서있다.
어디를 가도 자동차가 필수... 한사람이 한 대씩 가지는
시대로 되어가고 있다.
산아래 자리잡은 아파트촌도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인기가 있는 나라도 없을게다.
이런 농촌마을도 아파트에서 살면서 농사짓는 시대가 되어있다.
성삼재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30분정도 걸린다.
시멘트로 된 포장도로를 따라 노고단 대피소로 완만한 경사로
로 되어있다.
3년전에 올라왔던 코스 그대로 올라갔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산행준비에 바쁘다.
노고단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올라가기 편하다.
지난번 지리산 종주를 할때는 시간이 없어 그대로 지나쳐
버렸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노고단 정상을 감상했다.
멀리 천황봉까지 보이는 지리산 줄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산자락의 위용이 그대로 보인다.
야생화도 길주위에 피어있다.
섬진강따라 이어지는 주변의 마을도 보인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아 산행하기가 좋다.
주변의 지리산 줄기도 다 보이고 구름이 산능선에 걸려
있는 모습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렇게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노고단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간다.
2.8킬로를 능선을 따라가다가 피아골삼거리가 나온다.
그곳까지는 나무그늘로 되어있어 시원하다.
길도 완만하고 군데군데 철쭉 군락지도 지난다.
지리산은 천연 원시림이 곳곳에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런 숲을
가다보니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했다.
곳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우리 일행은 좀더 내려가 식사하기로 하고 하산했다.
이제부터는 급경사가 시작된다.
배도 고프고 급경사를 따라가다보니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한다.
길옆에서 앉아 식사하기로 하고 도시락을 펼쳐놓았다.
산에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맛이없는 반찬도
산에서는 진수성찬이 된다는 것...
식어버린 도시락이지만 맛이있다.
산악회에서 마련한 도시락인데... 반찬이 상하는 것을 방지
하기위해 짜게 만들었다.
계란찜, 고기 몇조각, 통닭 다리하나, 김치등 모두 짜지만
밥하고 맛있게 먹었다.
산에 있는 좋은 공기는 식욕을 돋구어준다.
피아골 대피소까지 급경사를 내려오며 다리가 피곤하다.
잠에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너무 차거워 금방 꺼내야했다.
아직도 이런 깊은 계곡물을 차갑다.
피아골 대피소는 전에 하루밤 지냈던 곳이라 친숙하게 다가온다.
전하고 달라져있는건 샤시공사를 한 것이 눈에 띈다.
이제 피아골 계곡으로 해서 직전마을로 향했다.
계속 돌길을 내려오며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난다.
산행시간 4시간이 넘어서니 피로감이 오기마련...
울퉁불퉁한 돌길은 참으로 등산객들에게 피곤하게 만들고
위험하다.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는 사고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계곡길을 걸어오면서 어린이를 만났다.
이번 피아골 산행에 어린이 3명이 따라왔는데...
모두 어른들따라 완주를 하는 중이었다.
혼자 앞서가는 녀석이 다시 뒤돌아 오면서 우리부부에게
접근해서 계속 따라온다.
왜 보호자없이 혼자 다닐까 궁금하였다.
엄마아빠랑 같이 왔나 물어 보었더니 혼자 왔단다.
천안의 한 초등학교 2학년...9살 어린이다.
딸녀석이 초등교사이다보니 어린이에게 관심이 많다.
산에서 같이 하산한 어린이입니다.
녀석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버스에 남아있으시고 어른들과 완주하려 따라왔단다.
같이 온 또래친구는 엄마랑 같이 오는중이지만 혼자온 녀석은 누가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혼자가 된 모양인데...
우리를 만나 안심이 되었는지 잘도 따라온다.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우루부부보다 피로가 덜한 것 같다.
하지만 녀석의 왈... 이산은 지리산이 아니라 지루산이란다.
지루하기 때문이라나....
자세히 집안사정을 물어보니 어린이라 거짓없이 대답한다.
엄마는 세 살때 집을 나가 할머니와 아빠랑 세식구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단다.
엄마는 일년에 한번정도 만나러 오지만 정이 없다고 솔직히
얘기한다.
그렇게 일년에 한번 엄마를 보면 보고싶지 않으냐고 물으니...
보고싶지도 않고...자신이 애기일때도 때리기만 했다면서...
엄마에게 아무런 애정도 없다는 투의 말을 한다.
오히려 할머니가 사랑해주고 아빠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엄마
없이 사는게 불편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세상에~ 어린아이가 저렇게 어른스러워 진건 자신의 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공부를 잘하고 있느냐고 하니 거의 백점이고 한두과목만 90점
정도란다.
커서 뭐가 될려고 하냐며 희망을 물어 보았다.
할머니가 군인이 되라고 하였다면서 군인이 되어 졸병부터 시작
해서 장군이 되겠단다.
와~ 대단하다... 장교도 아니고 하사관도 아니고 졸병부터 장군!!
이제는 아저씨 차례라면서 나에게 자기만할 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느냐고 묻는다.
갑자기 대답을 못하자... 애가 다꾸친다.
지금은 대통령이 되야 하는데 왜 안 안되었냐구요???
애에게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은 못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은 내가 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고 국민들이 밀어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하라고 만들어 줘야 하는데...
난 사람들이 대통령 하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솔직히 얘기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안되고 한집의 대통령만 되었다고 했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문을 물어보는 녀석...
가끔 진땀나는 질문을 해올때는 곤란하다.
어린이들의 순진하고 때묻지않은 상태를 본다.
엄마가 없이도 잘 자라고 있는 녀석이 대견스럽다.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게 사람이라더니 자신의 환경에
용감하게 대처하며 사는 것 같다.
커서도 이런 아이들이 보호자밑에서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보다
더 잘되고 강한 사회 적응력을 보여 성공할 것이다.
내가 할아버지로 보이냐고 했더니...
한번 쳐다보더니 아저씨로 보인단다. 늙어보이지 않는다나...
아직은 할아버지 모습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온다.
사람 산다는 것... 금방이라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어린녀석도 일년이년이 지나 청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그리고 중년으로 갈것이다.
내나이가 되어 어느 어린이의 똑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하루도 어김없이 가는 세월... 변하는 신체와 마음이 읽어진다.
커서 할머니의 소원대로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충고를
해주었더니 그렇게 하겠단다.
지난번 오대산 산행때는 외국인 청년 3명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이번엔 어린 새싹 친구를 만나 하산길을
지루하지 않게 내려왔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내나이 육순이 된 할머니가 뛰어나와 안아준다.
어이구...내새끼 하면서...
할머니 품에 꼭 안기는 모습을 보니 엄마의 사랑을 대신하고
있어 잘 자랄 것으로 보여 안심이 되었다.
피아골 주차장까지 길고긴 하산길...
하산하는데만 4시간 이상이 걸렸다.
10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4시넘어 도착했으니 6시간이 걸린셈이다.
길고긴 산행이지만...
전에 갔던 지리산 종주...새벽 4시부터 밤11시까지의 산행은 아니라
별거 아니다.
지리산 종주 19시간 산행후엔 모든 산행이 별거 아녀~한다.
그만큼 지리산 종주는 산행의 진미,모든 맛을 보게 해준 산이고
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진정한 산악인이 된 것이다.
내가 그런 산악인 되다니... 놀랍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번 산행은 노고단만 다녀왔지만 다시한번 지리산을 종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피소에 예약하고 하루밤내지는 두밤을 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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