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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망둥어 호박찌게

 

마른 망둥어가 씽크대에서 물에 담겨져 있습니다.

지난주에 서산에 갔을때 서산 수산시장에서 사온 것입니다.

몸이 편치않은 어머님이 망둥어 찌게를 드시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어머님께 사다드리면서 나도 옛날 생각이 나서 사왔습니다.

왜그리도 어머님이 드시고 싶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그럴만도 합니다.

옛날 시골 언암리에서 살때 가을이면 아버님은 천수만에 나가 망둥어 낚시를 날마다 나가 잡아오셨습니다.

아버님이 잡아온 망둥어는 어머님이 사진에서 처럼 속을 따고 마당에 걸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겨울내 집에 있을때 호박이랑 찌게를 만들어 반찬으로 내놓으면 맛있게 먹곤했었지요.

바로 그 망둥어가 우리집에서 호박이랑 조금있으면 찌게로 변신해서 나올 것입니다.

지난번에 올라갔을때 어머님이랑 오랜만에 망둥어 호박찌게를 먹어보았는데 맛이 옛날맛이 나더군요.

그리고 어제 올라가 어머님에게 망둥어 찌게를 드시는가 했더니 이제는 안드신다고 하십니다.

몇번 계속해서 많이 끓여놓고 드시니 질리기 마련입니다.

결국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두세번은 못먹는다는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 추억의 음식도 간간히 먹어야한다는 진실을 깨닫았습니다.

 

좋은 풍경도 매일 보면 싫증이 날겁니다.

아무리 예쁜 마누라를 얻었어도 몇년 살다보면 싫어지게 되는게 자연현상이라 최고의 미인인 여배우들이 이혼을 다반사로 하는가 봅니다.

마음을 새롭게 다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읍니다.

내일 똑같은 삶을 살지만 조금씩은 다른 삶이라 그런걸 새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삶이라면 행복이 어어질거라는 것이지요.

 

부엌에서 망둥어 호박찌게 준비하는 아내모습을 보면서 어머님의 옛날 모습이 떠올립니다.

6남매 자식을 키우기 위해 시골부엌에서 허리를 꼬부리면서 불을 붙이면서 호박찌게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우리집 호박은 어제 저녁에 내가 다듬어 놓았기 때문에 그저 넣기만 하면 될겁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음식들이 우리에게 있기에 이런 망둥어 호박찌게는 별로로 여기는 음식일겁니다.

우리가족에게는 특별한 음식이지만...

 

전에 어머님이 망둥어를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부천 근처 큰 중동시장을 가서 둘러보았지만 망둥어는 없었습니다.

역시 서산에서만 볼수 있는 특별한 음식입니다.

갯펄에서 사는 망둥어... 저도 시골에 살때 많이 잡았던 생선입니다.

지금은 간척지가 되어버린 고향바다...옛날처럼 망둥어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간척지로 큰 어족자원을 잃어버린 셈입니다.

 

오늘 늦은 아침은 망둥어 호박찌게가 도겠지요.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일요일 아침밥상을 받아봅니다.

그동안 부천 어머님댁에서 토요일 저녁 자고 아침을 어머님과 함께했는데... 오늘은 아내와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