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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좋은공기...좋은날씨...하늘로 날고 싶어라.

파란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초봄에 꽃을 피웠던 냉이는 벌써 씨앗을 뿌리고 시들어 가고...그자리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올라올고있다.
내가 걸어다니는 들판의 논에는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황량하던 벌판에 아기모가 엷은 파란색으로 색칠해가고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란걸 느낀다.
그 옛날...내가 자란 시골에선 모내기철이면 학생들도 수업을 전페하고

논으로 나와 바쁜시골 농부 일손을 도와주곤 했는데...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여 진흙논에 들어가 몇십명이 하루종일 할일을 몇시간에 다해버린다.
어린 비닐속에서 자라 논에 심어진 모들을 보면 애처럽다.
이제 한두달후면 뿌리를 내리고 진한 파란색으로 갈아입고 하루가 다르게 클 것이다.

저녁노을을 보며 들판을 걸어 퇴근하다보면...
<아! 내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좋은공기...맑은하늘...하늘에 있는 종달새와 같이 날고 싶다>

들판의 농부들의 검게 그을은 얼굴들...
대부분 노인네 부부가 열심히 뜬모를 찾아 다시 심고 있다.
올가을 자식들에게 한두가마씩 줄 쌀을 기대하면서 땡볕이 내리쮜는 논에서 하루종일 살고있다.
허리가 휘어져 몇일 누워 고생할것이다.
<이까짓 고생쯤이야...자식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
내가 만난 이곳의 부모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자식이 당신이 주는 쌀을 먹고 한해를 지낼 생각하면 모든 힘든걸 잊는다.
오직 흙속에서 사는 시골의 부모님들...

어느사이 칼럼을 중지한지도 한달여...
사실 칼럼이란것도 정신적인 여유에서 나오는 글인데...
그런 여유가 최근 내마음에 없었다.
살아가는것...경쟁의 연속...주위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걸 새삼느끼고 살아간다.
회사생활을 얼마나 더할지 모르겠지만 머므르고 있는한 인내의 연속이다.

오십넘어 자식같은 녀석들이 회사에 들어오고 하나하나 그친구들에게 업무는 넘어가고

한참후배들이 올라오는데 내가 머물러 있으니 그들에겐 방해물인지도 모른다.
나의 요즘 어려움은 그런 트러블에 오는 스트레스...
참고 있어야 하는지 떠나야 하는지...그런 고민이다.

그런 고민을 회사에 들어오면 머리에 가득하고...퇴근길 들판을 지나며 자연속으로 들어가면 머리가 개운해진다.
거짓말 하지않는 자연...봄이면 꽃이피고 여름이면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이면 열매맷고...

겨울이면 다음계절을 준비한다.
그런 자연을 보고 살면 사는 보람을 느끼고 희열에 몸부림 치기도 한다.
<자연과 함게 살고 싶다... 모든걸 잊고 그저 자연과...조용히 친구삼아 살고 싶다.>

일요일이면 찾아가는 산...
그동안...계룡산...가야산...금오산...무작정 4-5시간의 산행을 했다.
때로는 일요일 아침 집사람이 잠든사이 일어나 아침도 굶은채 예산의 금오산을 오전내내 돌다 오곤했다.
산에 의존하는 내마음...
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을 찾음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많은 나무들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
새삼 느껴지는 산의 무한한 가치...
솔밭이 우거진 숲에서...단풍나무의 진한 그늘밑에서...가만히 심호홉을 하다보면...행복한 마음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나무를 쳐다보며 항상 하는말...
<너희들은 나를 보며 비웃겠지...당신들은 몇십년후에 한줌의 흙으로 되어 우리의 거름이 될 것들이라고...>
나도 그들의 한 영양분으로 나무가 되어 올라올 것이리라.
돌고 도는게 자연의 이치건만...이걸 사람들은 잊고 우선 자기것만 챙기고 찾으려 한다.

요즘의 하루 하루...
들판속에 펼쳐지는 봄의 향연이 저녁노을과 함게 눈앞에 나타날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몇시간후면 캄캄한 밤이되기전에 총천연색의 장관이 감독도 연출자도 없이 이어지는 광경...
멀리 가야산으로 떨어지는 해와 농부들의 바쁜 손놀림...냇가에 흐르는 물소리...하늘에 나는 종달새...
나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아까운 모습들이다.

회사에 느꼈던 스트레스의 무거운 짐들을 한꺼번에 들판에서 떠나보내고 가족의 품으로 들어간다.
지금도 가끔 들판으로 마중 나오는 집사람...
변함없는 남편사랑...역시 내사람이 최고다
그때서야 찌프렀던 얼굴이 플리곤 한다.

이런 생활이 요즘 나의 근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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