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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나의 동네 이웃...

저녁 퇴근길...
처벅,처벅 걸어서 가는길...논길을 한참을 지난다.
여름의 따가운 저녁햇살도 가야산줄기를 붉게 물들이며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한시간 거리의 들길...벼들도 제법 줄기가 굵어지고 새끼도 많이 쳤다.
다음달이면 벼줄기도 통통하게 커지며 벼이삭꽃을 필 준비를 할것이다.
들판 뚝에 콩과 깨를 심고 가꾸는 노인 부부들이 가끔 눈에 띈다.
아내는 풀을 매고 남편은 비료를 뿌리고...다정한 농부 가정의 모습...
가을에 거두어 도시에서 온 자식들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실어 보낼 기대를 하며 땀방울을 흘린다.
한없는 자식사랑의 부모의 모습를 날마다 보고 다닌다.

집으로 거의 도착하면 동네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내가사는 아파트는 24평형 2개동으로 90가구가 모여산다.
관리사무소도 없고 경비원도 없이 부녀회에서 아파트를 자체 운영한다.
공동전기료,정화조,가스저장소운영,모두 자체적으로 한다.
아마 예산읍내에서도 관리비가 가장 적게 들어가는 아파트일게다.
한달 관리비가 2만원이 넘지않는다.
고층이 아닌 4층 아파트이지만 살아가는데 불편이 별로없다.
넓은평수에 사는 친구들이 오면 한마디씩한다.
<지독한 친구...돈모아 죽어서 가지고 갈켜...큰데로 이사가라>
<이정도가 사실 제일 적당혀...넓은평수 사는거 낭비거든...>
<앞으로 애들도 나가살텐데...큰거 필요없어>

시골에 내려와 살아보니...
서울에서 살때보다 생활비가 이분의 일로 줄어든게 사실이다.
돈쓸일이 별로 없다.

채소,과일 농산물이 싸고 얻어먹는것도 많다.
미래의 퇴직을 대비해 열심히 저축하고있다.

어제 저녁...
걸어서 퇴근하는 나를 이웃분들이 잡아끈다.
<삼겹살하고 소주한잔 혀...>
나무그늘 가로등이 켜진곳에 깔판을 깔아놓고 야외 모임이 시작되고있었다.

자주만나는 몇분들...

용동리 할아버지...73세...
삽교 용동리에서 평생농사를 짓고 자식들 출가시킨후 농토를 정리하고 우리아파트로 이사왔다.
아직도 농사일의 미련을 못버려 아파트 짜투리땅에 콩,마늘,열무 시시각각 씨앗을 뿌리며 하루종일 땅에서 사신다.

예산 개인택시 기사...65세
35년을 택시운전했다.
인천에서 몇년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택시를 지금까지 한다.
꽃을 좋아하여 아파트 입구 화단은 그양반 꽃밭이다.
채송화,국화,가지가지의 꽃들이 계절따라 변한다.
농사도 수준급으로 3년전에 화단 한구석에 배나무 몇구루를 심어 작년부터 맛있는 배를 수확하고있다.

S라인 아저씨...55세
우리부부가 부르는 이름이다.
S라인은 회사이름...생산직사원으로 그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집에서 놀고있는게 안타까워 우리회사에 취직을 시켰는데 하루만에 그만두었다.
일하는게 전직장하고 틀리다보니 적응을 못하겠댄다.
아파트 건너편에 텃밭을 만들어 고추농사를 짓고있다.
애들과 부인이 직장생활하여 저축도 많이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우리옆집아저씨...51세
나와 동갑내기...바로 이웃이다.
덤프트럭운전을 한다.
자식도 없이 사는 서구형 가정이다.
부부가 사고싶은것 실컷 사먹고 놀러다니며 엔조이형 부부다.
우리와는 대조적...애들과 아웅다웅 십원도 아끼며 살아가는데 이웃부부는 어떤때는 밤새 술파티다.
처음 이사와서는 말도 안하고 지냈다.
사는스타일이 틀리다보니 상대를 못할사람이라 여겼는데 몇년지나니 이해하고 친해졌다.
맛있는 어죽을 끓이는 게 특기...민물고기를 잘게 으깨어 밥과 국수를 �어 만든죽...

이곳 지역 특식품인데...직접만들어 같이 먹었다.
음식점에서 먹는것과 다를게 없이 잘도 만든다.

경찰네...45세
우리 이웃모임의 막내...
최근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할아버지네와 덤프트럭아저씨와

거의 매일만나 술한잔을 아파트 가로등밑에서 하는걸 본다.
아직 젊다보니 부부싸움이 잣다.
싸우면 동네가 시끄럽다. 한달에 한번꼴로 난리를 치룬다.
싸우고는 그이튼날 별일없었다는듯 웃으며 출근한다.

이런 가지각색의 직업을 가진 우리이웃들...
이제는 한가족처럼 친하게 지낸다.
삽겹살에 소주한잔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시골 아파트에서 사는재미...
<많이 드슈...저두한잔 주유...안글유...글유...좋찬유...그런네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바로 이곳이 고향이구나를 느낀다.
다른곳에 가면 흉이될 말투가 정답게 정답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