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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길목에서

6월도 지나가고 7월로 접어든다.
시골에 살면서 계절마다 냄새가 다른걸 느낀다.

특히 봄이 되면서 그윽한 꽃향기...
5월에 달콤한 아까시아 향기는 시골어디에 가도 닥어온다.
봄처녀의 수줍은 달콤한 향기라고 할까?

5월이 지나 6월이 되면서 시작되는 밤꽃냄새...
팔팔한 근육질의 청년의 싱싱함이 상상되는 향기다.
모든식물들이 왕성한 생명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계절...

시골의 모내기도 끝나가고 바쁜 일과에서 손을 놓고 저절로 크는 모를 보며 한껏 여유를 보내는 농부들...
그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차를 보며 수박 한덩이와 개떡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 꽃의 계절...
<저기가는 저양반 바람난나벼...매일 빼입고 이시간이면 나간다닝게...>
<춤인가 먼가 배운다고 하더니만>

일요일...
초등학교 동창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개심사 계곡에서 모임을 갖었다.
서산시의원에 출마한 초등학교 동창이 당선이 되어 축하모임을 갖어 동창들 부부동반으로 모였다.
나하고 초등학교 시절 친하던 녀석이다.
공부보다는 애들과 어울리기 잘하고 우스개소리 장난도 잘치던 녀석이었는데 시골에 내려와 30년만에 만났었다.
그때 만나서 느낀점...
어려서의 그행동,버릇은 여전히 남아있는걸 보았다.
사람이란 기본적인것은 초등학생때 모든게 결정되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농부가 씨를 뿌려 싹이 나오면 떡잎이 싱싱하고 튼튼하면 잘자라듯이

그녀석도 성격이 명랑하고 좋아서 어려서의 인상이 생생하였는데...
비록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뿐이 안되지만 당당히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물리치고 당선이 되었다.
학력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거추장스런 장애물이 될때도 있다.
그친구의 경우는 학력의 콤프렉스를 디딤돌로 삼아 성공하여 더욱 값지다.

녹음이 우거진 개심사계곡...
초등학교때 단골 봄소품코스였던 그곳...
개심사는 백제때 지어진 조그만 절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않다.
옛날에 크게 보였던 그절이 지금은 조그마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저쪽에서 모여앉아 노래자랑하며 장기자랑했었고...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었었지...>
식사를 마치고 동창들 모두 개심사 한바퀴를 돌면서 옛추억을 얘기했다.

그중에 장난꾸러기 한녀석...
<바로 저기가 내가 소풍와서 하두 똥이 매려워 끙아를 했는디...

그때마침 담임이 인원파악을 한겨...늦게왔다고 토끼뜀을 백번 시키는디...>
40년이 지난 추억을 잘도 기억한다.
<그때돈 5원가지고 소풍 와서 1원어치 사탕사먹고 장난감사고 그러고도 아까워서 냉겨가지고 왔다니게...>
<도시락에 새우젓 반찬을 가지고 왔었거든...걸어서 20리길을 오니

새우젓이 밥하고 절어가지고 먹을수가 있어야지...>
가난해서 김밥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봄소풍의 단골 코스였던 개심사...
벗꽃이 만발할때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곳...
세월이 가면서 이제 시골학교 학생들이 봄소풍을 이곳으로 오진않는다.
관광버스타고 멀리멀리 떠난다.

오락회를 개최하던 언덕...
잡초로 우거져 그때의 잔잔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과자와 장난감을 샀었던 그송방 자리 저기였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적으니 가게도 없어지고...
그곳도 집자리 흔적만 있고 돌뿌리 몇개만 있다.

옛날의 고목만이 위용을 뽐내며 자리하고...사람들이 많았던 옛날의 개심사의 모습은 사라졌다.

반백이 되어 만나는 동창들...
아들딸 시집 장가가는 얘기가 나오고...
벌써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친구도 있다.

건강하게 재미있는 중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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