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산에 갔었던 얘기 하려구 해유.
글쎄 그날은 두번이나 산에 갔다는거 아니것슈
오전에 가까운 취암산에 올라가는데...
손전화가 오더군요.
"어디여?"
"산여"
"오후에 산이나 같이 갔다가 우리집에서 저녁먹자구..."
"나...산에 왔는디.. 또 오후에 산에 간단말여?"
어찌되었든 산에 또 가기로 했지요.
취암산는 천안의 태조산 줄기로
능선을 따라 원만한
언덕으로 되어있어
산보코스로는 그만이죠.
소나무그늘...참나무 그늘...
밤나무 그늘로 이어지며
가끔은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한게 기분이
날라갈것 같더라구유~
"집에 있는거 보다 백번 좋다....그치?"
사실은 집에서 몇가지 할일이 있어 집에 있겠다는 저를
억지로 집사람이 끌고 나왔거든요.
취암산 정상에서...
나날이 커가는 천안시내를 한번
둘러보고...내려가기 시작했지유~
내리막길은 항상 집사람이 앞장섭니다.
한참 내려가던...집사람이
"어머...이거 매미 아니여유? 대관절 뭐한대유?"
보아하니...매미 한쌍이 서로 붙어 떨어질줄 모르고
땅바닥에서 정신이 없더군요.
"애들도 사랑을 하는구먼...한자말로 교미를 한단말여..."
"야....재밋다... 한번 뒤집어 봐야겠다."
"왜 뒤집어...안돼...내버려퉈...건드리면 떨어진단 말여"
"떨어지면 어때서유...떨어지래지. 어떻게 붙었는지 확실히 봐야겠어유·~"
"걔들은 평생 한번 뿐이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단말여....지발 그냥둬...,
우리처럼 매일허는게 아녀"
(이말은 농담으로 한겁니다. 어치게 매일헙니까?")
"그래두...난 볼거여유~“
집사람은 말리는 나를 무시하고 매미를 뒤집어 버렷습니다.
한쌍의 매미의 뱃살이 드러나고...
매미들은 서로 엉덩이끝으로 붙어있더군요.
뒤집어진 매미 한쌍은 떨어질줄 모르고...조금 움직이더니
원위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사람은 다시 또 뒤집어 뱃살이 보이게 하더군요.
자세히 좀 봐야겠다는거유~
녀석들은 그래도 떨어질줄 모르고...또 원위치가
되는 순간...
언덕밑으로 데굴테굴 굴러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도 떨어질줄 모르던 그들은...
십여미터를 굴러 가다가...
결국 고함을 치면서 날라가 버리더군요.
"찌르르~ 나쁜 사람들~ 평생 한번뿐인 사랑을 망쳤네유~"
"거봐라...쟤들이 얼마나 원망하나..."
"언덕으로 데굴 네굴 굴르지만 안했어도....그냥 계속할텐테...쯔쯔~"
세상의 사랑 이야기는 사람만 하는게 아니더군요...
이런 숲속에서도 불타는 사랑이 이뤄지고 있었지유~
그래서 세상은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사랑을 하고...새끼낳고...키우고
에미는 죽고...그새끼가 내년에 또
사랑을하고...새끼낳고 죽고...세상을 돌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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