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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최근에 일어난 불행한 사고...

지난 토요일 새벽...
<따르응...따르릉...>
잠결에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새벽에 오는 전화는 항상 물길하다.
무슨사고...사건이 있으면 항상 집에 전화하는 우리회사 경비아저씨...

<ㅈㅈㅈ이가 눈주위를 조금 다쳤는디 천안 병원에 갔슈...별거아닐규...그냥 보고 드리는규>
조금 다쳤다는 얘기에 안심하고 잠이 깨어 앉아있길..십여분 다시 전화왔다.
병원에 데려간 녀석이 전화를 해달란다.
<병원에 왔는데 눈을 당장 수술해야 한대요...실명할지도 모른다고...>
깜짝놀라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천안 병원으로 달려갔다.

기름때묻은 작업복에 한쪽눈을 안대를 한 녀석을 보니 눈물이 나려한다.
고등학교 졸업후 병역특레로 다른회사에 근무하고 우리회사로 온지 5년여 되가는 28살의 총각...
아버지는 50대에 중풍으로 움직이지 못하여 그녀석이 가정을 꾸려가는 착한 효자녀석이다.
요즘 젊은친구들중에 보기드문 착한청년이라 항상 맘속으로 좋게보고 있었는데...
하필 그런친구에게 저런 불행이 찾아오다니...
<조금만 기다려라...조금있으면 수술할데니...맘편안히 먹고...>
손을 꽉잡주었다.
<죄송해유...걱정끼쳐드려서...>
그런상황에서도 죄송하댄다.
다시한번 가슴이 메어지며 할말이 없다.
이런사고가 안나도록 지켜주지못한 내가 한스럽다.

몇시간에 걸친 수술...
수술대기실앞에서 끝내고 나오는 녀석을 보았다.
파르르 떠는 그의 입술을 보며...
눈에 눈물이 고인다.
<시력은 거의 포기상태입니다. 상처부위가 워낙 커서...>
의사의 말을 듣고 다시한번 상심한다.
아버지를 간호하느라 늦게오신 어머님...
애써 슬픔을 삼키는 어머님은 역시 강하셨다.
자식앞에서 울음 안보이시고 손만 꼭 잡고 위로한다.
<잘 치료해보자...>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한쪽눈을 감고 운전을 해보았다.
얼마나 답답한지...
몇분도 못되 감았던 한쪽눈을 뜰수밖에 없었다.
시야가 반뿐이 안되고 운전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불편한 몸이 되니 다시한번 그친구가 애처럽다.

작업현장 곳곳에 있는 위험요소...
사고는 정신을 깜박한사이 찾아온다.
전혀 예상치 못한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는것을 가끔 목격한다.
바로 일주일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내가 교육을 시켰는데...
조금만 생각이 깊었더라면 이런일이 없었을덴데...조금 방심한게 사고의 원인이었다.
특히 야간일을 하는곳에는 몸이 피곤하기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회사로 돌아와 사람들과 의논끝에 안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키로 하고... 소속을 밟아 서울로 옮겼다.
치료가 잘되어 제발 시력이 회복되길 간절이 바란다.

착하고 일잘하고 효자가 그런일이 발생되니 더 안타깝다는 의견들이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치료하면 가능성이 있을거야>
그친구에게 항상 해주는 얘기지만...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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