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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시골 망년회

망년회철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아쉬웠던점...아픈기억...모두 날려보내자고 하는 모임...

여러모임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초등학교 동창회 망년회를 지난 토요일 갖었다.

장소는 서산 바닷가 시골집...농사짓는 동창의 집에서 식사로 대신하며 망년회 갖었다.
동창회라 해봐야 10여명 부부동반으로 모인다.
60여명의 남자 졸업생중 이곳 시골에서 사는 친구들중에 10여명만 참석한다.
갖가지 직업중 그래도 시골이라 농사짓는 친구가 절반정도 된다.
그중에 으뜸 농삿꾼 친구가 자기집에 망년회를 대신한 식사에 초대했다.
먼저번 모임을 수덕사 한식당에서 했는데 내가 기르는 오리이야기가 원인이었다.
<알도 안낳고 잡아먹어야 할텔데...잡을 사람이 없단말여>
<그럼 내가 잡을겨...다음번 모임은 우리집에서 하자구>

하나둘...친구들이 시골집에 모이고 있었다.
마당 잔디밭에는 조그만 소나무도 심고...옛날 우물도 그대로 두었다.
구석 구석에 모아논 농사의 흔적들... 호박, 콩깍지, 마늘, 창고에 그득한 농산물이 풍족하다.
가을내내 바빴던 농기계도 긴 방학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쌀농사만 짓는 그는 서산 간척지에 몇백마지기의 논에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운영하는 사장만큼의 년소득을 올리는 친구의 얼굴은 아프리카에서나 볼수있는 까만 얼굴을 하고 있다.

그날아침부터 몇시간동안 오리와 씨름을 하였다.
<잡는디 얼마나 힘든지...털은 왜그리 많은겨...나중에는 그슬러댔닌깐>
오리에는 인삼이며 당기며 은행 갖까지 한약재도 �어 끓였다.
맛있는 오리요리를 먹으며...
오리이야기며 자식키우는 이야기, 정치,농업,화제는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것은 어려서 장난치던 얘기...코흘리던 시절의 이야기에는 배꼽을 쥐고 웃는다.

그친구의 결혼이야기...
친구는 경상도 아가씨를 만났다.
동네에서 구로공단으로 취직해서 간 동네후배가 연결을 시켜주었다.
공장에서 일할때 착실한 경상도 아가씨의 항상 하는 이야기...
<저는애...농사터가 많은 사람에게 시집가는게 소원이든애...그리고 교회를 다닌다면 더욱 좋고요>
그래서 고향 오빠를 소개해 주었다.
땅이 없어 농사를 짓고 싶어도 못짓던 자신의 경상도 시골집에서 소원을 풀고 싶었던 그녀...
친구는 연애편지를 하루가 멀다하고 그녀에게 보냈다.
편지 앞에는 꼭 <구주 예수님> 끝에는 <아멘>를 잊지않고 써서보냈다.
물론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그녀를 잡기위한 그친구의 작전이었다.
<농촌의 하늘아래 하느님의 은총으로 행복하게 살고싶습니다.>

그래서 경상도 아가씨가 서산 바닷가 시골마을의 만석 농사꾼에게 시집을 와서 행복하게 살고있다.
2년전부턴 경상도 동창들이 해마다 이곳에 와서 동창회 한댄다.
남녀동창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산 갯마을까지 경상도에서 1박2일로 온다.
경상도에서 유일하게 충청도로 시집간 친구를 보러오는 친구들도 대단하고

아내에게 시골집을 내주고 인사만 하고 다른곳으로 가는 친구도 대단하다.
그친구집에서 하루밤을 지새면서...
농사 많이 짓는 집에 시집온걸 자랑도 하고 남편자랑 또는 험담을 하며 시간가는줄 모를게다.

요즘여자들,농사짓는집에 시집 안오려하는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젠 말투도 경상도 말에 충청도 말이 섞여있다.
어디사람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이곳사람이 되어버린 친구부인...참 착한 여인이다.
동창녀석이 맘놓고 농사를 실컷 짓도록 도와주고...
농사꾼으로 성공한것도 그 친구부인의 공인것 같다.

애들은 아들둘... 벌써 커서 군에들어가 있다.

<언제든 또 오세유~>
캄캄한 해미벌판 어둠속으로 떠나는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충청도 사투리로 인사를 한다.
<동창회 나오는 친구들 모두 결혼 잘했내유>
집사람의 얘기...
<모두 잘했지...나도 그렇고...>

시골동창회는 그렇게 어둠속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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