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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새해아침을 산속에서 지내다.

새해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애들과 산에 가기로 한날...
작년부턴가...고1이된 딸이 새해첫날은 산에 가자고 해서 갔었는데...올해도 가자고 했다.

아침일찍...
사실은 새해 첫날 아침해를 산에서 맞이하기로 했지만...
늦잠이 많은 우리식구가 출발할때 이미 해는 떠올랐다.
우리가 가는산은 가까운 가야산...집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온가족이 산에 오랜만에 간다.
항상 집사람과 둘이만 가곤했는데 네식구가 한팀이 되었다.
대학생인 아들과 딸...어깨동무하며 걸어올라간다.
동네 아낙네가 부드러운 눈길을 보낸다.
<참 보기좋으네요...>
눈인사로 대신하며 산속에 접어들었다.
지난번에 내린눈이 그대로 산속에는 남아있다.
미끄러운 길에 운동화차림의 딸과 단화싣은 아들...
조심하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며 내가 앞장을 섰다.
애들보다는 체력은 떨어지지만 산행경력은 많아 자신있다.

올해...
참 할일이 많다.
변화가 많은 해가 될 것 같다.
살아가며 인생에 전환점이 몇번 있는데...그런해가 될 것 같다.
서울에 있는 집을 팔고...천안에 새로운 둥지를 계획하고 있다.
애들에게 그런 몇가지를 얘기해주었다.
변함없는 애비사랑도 보내주고...

점점 애들이 커가면서 거리가 느껴진다.
그들의 인생과 내인생에서 세대차...어쩔수 없는 현실이지만...
애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싶지만 대학생인 아들녀석은 별로 내얘기를 듣지않는다.
요즘 전공이 맞지않는다고 고민이 많다.
대학에 들어가고보니 자기가 생각했던것과 많이 틀린모양이지만 세상살이가 딱맞는 것이 어디있을까?
<그래...네가 생각했던 길이 뭔지 더 고민하고 결정하거라...>

딸녀석은 주관이 뚜렸다.
목표도 정해지고 인생의 계획도 확고하여 가장 믿음이 가는 녀석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애들을 잘 가르칠거야...방학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견문도 넓히고...>
한비야라는 여자여행가의 책을 밤새도록 읽는걸 보았다.
이곳 시골학교에서 장학생으로 독서실과 학교만 오가던 녀석이 방학에는 서울로 유학간다.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학원과 고시원에 등록을 해놓았다.
서울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방학때 한단계 높이겠다는 그녀석의 각오앞에 밀어주기로 하였다.
산행이 끝나면 서울 고시원에 데려다 주기로 되어있다.

어느덧 가야산 정상...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와있다.
<해미가 어디야...그곳에 읍성이 있는데...>
<바로 저곳이지요...옛날의 이곳 서해안의 고을이었는데 지금은 조그만 면소재지이고

저곳은 정주영씨가 바다를 막은 간척지이고...저멀리 보이는 곳이 안면도 랍니다.>
사방을 둘러보며 이곳 안내인이 되어 한참을 설명해 주었다.
<바다를 막으면 안되는데 잘못된 겁니다....그좋은 해산물과 자연을 잃어지요>
덧붙여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식구끼리 자리를 조금 옮겨 야호삼창을 했다.
<야호...야호...야호...>
우렁차게 서해바다를 향해 목이 터져러 소리를 질렀다.
지난 온갖시름 떨쳐버리고 새해에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달라고 외쳤다.

하행길은 그야말로 미끄럼판...
나보다 애들의 신발이 문제...
옆에서 보는 다른팀들이 아들신발에 대해 걱정을 한다.
<절대 저신발로는 내려가지 못합니다. 옷에있는 끈을 풀어 묶어주세요...>
나보다 열살은 더먹어보이는듯한 아저씨의 걱정이다.
<아빠가 그런것 신경써줘야지...쯔쯔...>
옆에 있는 아줌마는 더걱정이다.

여러사람들이 걱정한 덕분일까?
아들녀석은 그신발로 내리막길을 이리저리 나무를 붙들고 눈길을 잘도 내려왔다.
일찍올라간 덕분에 12시전에 내려왔다.
이제는 식사를 하고 딸녀석하고 서울 대치동 고시원행이다.
한평남짓한 좁은 고시원에서 방학을 보낼계획을 갖고 있는 딸녀석...
<그래 올해 산행도 무사히 잘 끝내고 행복하구나...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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