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퇴근길...
평야로 된 논길을 5킬로쯤 걷는다.
경지정리가 잘되어있는 논...
꾸불꾸불 농로는 없어지고 90도 기억자의 길이다.
주요 농로는 세멘트로 포장되어있어 옛날의 진흙뻘이 아니다.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밤퇴근길에 개울을 따라 포장된 농로를 한참을 걷게되는데...
철새들이 물이 있는 개울에서 밤을 보내는 모양이다.
내 발자욱 소리에 놀라 날라간다.
<끼욱...끼욱...끼욱> 소리를 내며 힘차게 날개짓을 한다.
놀랐다는 신호...
조용히 잠을 청하는데 불청객이 나타나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다.
<그래 미안하다...이길이 지름길이니...미안하다>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새들에게 말해준다.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는 대부눈 기러기과의 오리들...
어느날 아침...
청둥오리 한마리가 코를 박고 개울가에 죽어있었다.
<왜 죽었을까? 뭘 잘못먹었나? 아니면 늙어서...>
많은 의문을 안고 출근했었는데...몇시간후에 그곳을 지날때 보니 청둥오리가 없어졌다.
옛날...내가 어렸을때...
가을 걷이을 한참할때...아버지가 논에 갔다오시다가 청둥오리를 한마리 주어왔던걸 기억한다.
<이놈 한마리가 논에서 날라가지 못하고 죽어있어 가지고 왔구먼>
참으로 신기해서 어머니가 털을 뽑고 국을 끓이는것을 구경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저녁 얼마나 청둥오리국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지금 생각만해도 침이 넘어간다.
오리국도 닭고기국만큼 맛있다는 것을 그때 알었는데...
지금은 청둥오리 열마리가 죽어있어도 가져갈수가 없다.
그걸 해주실 어머니는 도시에서 살고 계시고...
집으로 죽은 오리를 가지고 갔었다면 집사람에게 미친사람 취급을 당할게다.
<당신 지금 제정신여...당장 갔다 파뭍어...>
전에도 회사에서 기르는 오리와 닭이 죽어 연락을 하면 항상 하던 집사람말이다.
지금도 기르는 오리와 닭이 죽으면 바로 땅속에 파묻는다.
시장에 가면 얼마든지있는 고기들...
흔해빠진게 고기...더 맛있는 고기들이 많다.
그걸 어머니게서 해주신다 해도 그옛날 맛이 아닐게 틀림없다.
입맛이 변해버려 그아무리 좋은 음식도 어려서의 그맛은 찾아볼수가 없다.
청둥오리는 왜 죽었단 말인가?
그 청둥오리는 분명 농약땜에 죽었을것 같다.
논에 묻어있는 농약...
떨어져있는 이삭들에게도 농약이 남아있을게 틀림없다.
아니면 윗동네 도계장(닭잡는 공장)가 있는데 그곳에서 정화안된물이 개울로
내려와 그 오염된물을 먹고 병들어 죽었을 게 틀림없다.
사실, 우리 농촌은 너무 오염되었다.
개울에 송사리 한마리 새우한마리 살지않는 논개울이 되었다.
아주 가끔 생명력이 강한 미꾸리와 우렁이가 나오는것을 제외하고는...
생명체가 살지않는 농촌 개울들...
논에만 사는 뜸북이가 없어진지 오래다.
농약과 농기계로 농토는 황페화되고 오직 쌀증산에만 집중되다보니 환경은 죽은 토지뿐이다.
그 많은 참새도 없어져 가니...
세상은 많이 변했다.
내입맛이 변하듯 땅도 변하고 환경도 변했다.
다른것은 다 변하더라도 농촌의 환경은 옛날이었으면 좋겠다.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화학비료와 농약이 없는 농촌을 연구했으면 좋겠다.
개울가에서 옛날처럼 새우도 잡고 송사리,우렁이,참게도 잡았으면 좋겠다.
그런 농촌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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