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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찬바람을 뒤로 하며...

봄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는 곳은 역시 들판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볼에 곱게곱게 닿아온다.
봄이 찾아왔음이 느꼈는지...
지난주 일요일,예산읍을 한바퀴도는 걷기대회를 혼자하였다.

동녁하늘이 아직도 컴컴한 6시에 일어나 무작정 나왔다.
금오산으로 봉대미산으로 4시간여 산속길을 혼자 터벅터벅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외로움을 모르정도로 산속의 향기에 파뭍혀 버렸다.
마음속으로 참좋다는 말을 수없이 하면서...
봄속의 솔나무의 오솔길을 길따라 계속 따라갔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는 몇주전과는 생판다른 모습의 산....

이곳 예산의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몇시간을 걸으면서 만난사람은 내나이 또래의 중년남자 한사람뿐....
이 좋은 오솔길이 조용하기 그지없고 적막한 느낌까지 든다.
나는 산을 사랑한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산...
계절따라 변하는 산속의 풍경...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계절따라 맛과 향기가 다르다.
인간의 손이 이런 산속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도 없고 전기도 없고 오염이 없는 자연그대로 가지고 있는 산...
나는 산을 알고싶어 시간이 있을때마다 산으로 향하지만 결국은 산을 알지 못한다.
천년 아니 만년의 신비를 안고있는 산을 이조그만 생물에 불과한 내가 알수없으리라.
돌하나 나무에 모든 세상의 역사를 간직하며 있다.
결국 우리의 몸도 이땅속에 한줌의 먼지가 되겠지.

어느사이 나는 산이 가장 좋아하는 연인이 되어 버렸다.
외로울때도 한없이 넓은 가슴과 사랑으로 감싸안아주는 느낌을 주는 산...
소리로 크게 불러본다.
<야호...사랑해>
오늘같이 기분이 좋고 무아지경에 빠져버린 산속에서 할수있는 말은 그뿐이다.

커다란 미소를 담은 모습의 산은 조용히 대답을 해주며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래...열심히 살다가 당신의 고향인 이곳으로 오시오>
지금 이렇게 아픈데 없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중년의 삶을 살아왔다.
살다보면 후회가 없을리 없지만...
잘못된것은 잘못된대로 못한것은 못한것대로 그대로 두리라.

내다리가 건강한 계속 또 찾아오리라.

나중에 배가고파서 결국은 집으로 향하였지만...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사색의 시간을 갖었었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할때가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않는 나만의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와 미래...앞으로의 인생...
인연과 인연으로 맺어진 현재의 인생들...

집에오니 거의 점심때가 되어버렸다.
<웬일이야? 새벽에 없어지더니...>
집사람이 놀란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등산화를 싣고나가서 산에 간줄은 알았는데...
아침도 거른채 점심때가 되어 돌아오니 걱정이 되어겠지.

회사 직원 결혼식도 있어아침도 거른채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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