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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농사는 희망을 거두는 사업...

내가 일하는 일터는 농사터로 둘러쌓여있다.
아니 포위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좋을 것이다.
돼지를 기르는 돈사,과수원,논,밭으로 회사둘레가 온통 농사터로 사시사철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회사일을 한다.

요즘의 농사는 돈이 되질않는다.
투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게 농업소득이다.
수급과 공급의 원칙으로 가격이 사시사철 굴곡이 심한게 농산물 가격이다.
벼농사하나 안정적으로 수입을 기대했는데 이도 쌀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가 소득이 줄어들게 뻔하다.
도시로 대부분의 젊은사람이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은 대부분 오십을 넘은 노인들...
70대까지도 열심히 농사를 짓는 모습을 가끔본다.
60나이에 농사를 짓는것은 아주 보통이고...

앞으로 우리의 농촌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모두 한숨뿐인데...
그래도 농사를 지어봤던 사람은 보이지 않는 마력이 있는지 포기를 하지 않는다.
노는땅이 많으냐?
그렇지않다.
도로주변 조그만 빈땅이라도 있으면 가만 놔두질않는게 농부들의 심성이다.

몇년전 무한천 냇가 둑에 호박모종을 이곳 저곳에 심었더니 몇일후 가보았더니 모두 뽑혀져있었다.
사실 그땅은 누가 임자있는땅이 아니고 하천부지에 불과한 땅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 임자가 있었다.
먼저 지어먹던 사람이 죽기전까지는 허락없이 딴사람이 어느작물도 심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문서없는 원칙이 존재하는게 시골 임자없는땅들이다.
호박이나 심을데를 찾아보았지만 빈땅은 없었다.

돈이 안되는 농사를 왜그리도 집착할까?
가끔 생각해 본다.
7년 가까이 예산이라는 농촌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은...
농사는 돈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희망을 거두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농부가 씨를 뿌릴때는 뭔가를 기대하며 씨를 뿌린다.
땅속에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싹이 올라온다.
참 신기하다.
그곳에 물이라도 뿌려주면 하루가 다르다.
더 신기하다.
거름을 주면 더 무럭무럭 자란다.
참 재미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거두는 재미는 이루 말할수 없는 보람과 기쁨으로 되돌아 온다.

가축을 기르는 재미도 마찬가지...
병아리를 사서 키우다보면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나중에는 알을 하나씩 낳는다.
밥을 가지고 가면 좋아라 좇아다니는 녀석들...
하루 하루가 희망이다.
내일 또 알을 꺼내는 재미를 기대하며 닭을 키운다.

한단계 한단계가 바로 희망으로 이어지는게 농사인것 같다.
욕심이 없어야 보람이 느낀다.
욕심을 내어 농사를 짓다가는 거들나는데 농사다.
이곳 저곳 빛을 내어 농사를 짓다가 가격이라도 폭락하는 날이면 빛더미에 앉게된다.
그런사람이 이 시골에는 많다.
한해농사를 지으려면 대출받으려 농협에 가서 대출받고 못갚으면 경매로 다른사람에게 넘어간다.

노력한 만큼만 거두려는 욕심없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성공이다.

어디에선가 읽은 내용중...
이태리에 유명한 장수촌이 있어 취재를 갔었댄다.
인구 2천명정도 되는 섬에 백세노인이 5명이되고 보통 팔구십대노인들이 보통인 그곳은 농어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두세시간 농사일하고 꼭 아침밥 먹고...
운동삼아 낙천적으로 농사를 짓고 살다보니 저절로 장수하게되는 자연이 주는 선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해산물과 채소를 먹으니 비만도 없다.
큰돈되는 농사에 신경을 안쓰고 자연과 함게 살아가니 스트레스가 없고...

진정 농촌에서 살고싶다면 농사에 돈을 결부시키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희망을 거두는 재미로 살아야한다는 것...
그게 바로 농촌에서 사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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