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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과수원을 한바퀴 돌아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마음이 싱숭생숭...
회사옆의 사과 과수원에 들어갔다.
아기풀들이 파랗게 올라왔다.
과수원에는 유난히 풀이 많이 난다.
기름지기때문이다.
작년에 뿌린 거름들...그리고 비료...그걸 사과나무만 먹는게 아니라 주위풀들도 먹는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풀중에 하나...
냉이다.
봄기운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냉이...
오늘처럼 따뜻한 날에는 더욱 빨리 자란다.
벌써 냉이는 꽃을 피우고...
봄에 제일먼저 피는게 냉이꽃이다.
조그맣다 못해 앙증스럽게도 피었다.
냉이를 보면 항상 된장국이 생각난다.
아침밥상에 항상 올라오는 냉이국...
"읍내장에서 사왔남?"
"내가 호미로 캐서요."
"어쩐지 맛있더라"
집사람이 무한천 둑에 나가 캐어온 냉이다.
정성이 묻어있어 더욱 맛있게 먹는다.

과수원 속의 사과나무 주위를 한바퀴 빙돌았다.
10년넘은 사과나무들...
열심히 꽃을 피울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장에서 깨어 물을 한참올리느라 바쁜 나무줄기들...
꽃이필 꽃눈들이 임산부처럼 부어올랐다.

과수원 주인은 벌써 싹도 올라오기전 소독을 시작했다.
봄이 되자 싹만 올라오는게 아니라 벌레도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다.
깨어나올 해충을 벌써 예방하기위해...
소독물로 샤워하는 사과나무들...
사과가 열려 딸때까지 소독은 보름 간격으로 해야한다.
그렇게해서 사과는 열린다.
한알의 사과가 열리기위해선 농부들의 땀과 힘이 참 많이도 들어간다.
그걸 알고 먹는지...
과수원 옆에서 일년 열두달 몇년을 보니 대충 사과농사법을 터득했다.
참 힘든게 과수원농사...
소독을 조금만 소홀히해도 소득이 엄청 줄어든다.
잎파리가 변해 열매가 당도가 떨어지고 반점이 생긴다.
정성을 먹고 자란 사과나무...

봄에 전지된 사과나무를 태우면 잘도 탄다.
왜냐면?
사과나무에 소독약기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독약이란게 기름성분이 있어 잘탄댄다.
과수원옆집에 사는 사람...
집의 난방이 기름보일러가 아니다.
나무보일러...
바로 사과나무 나무보일러다.
너무나 잘타고 화력이 좋아 페기되는 오래된 늙은 나무로 장작을 만들어 태운다.
끄름도 없이 잘도 타는게 사과나무들이다.
봄의 과수원 얘기를 하다가 사과나무 장작이야기로 되었다.
나는 단지 그렇게 많이 소독을 한다는 표현을 하고싶을뿐이다.

암튼 과수원길을 걷는것은 좋다.
봄의 향연을 기대하기때문에...

봄에 분홍빛 사과꽃을 피우면 장관을 이룬다.
분홍빛은 사랑을 뜻하는 색깔...
능금빛 사랑이라고도 하지않던가?
일주일여 사과꽃이 필동안에는 이곳에 사는것이 참 행복하다 느낀다.

꽃이 피어있는동안...
벌이 없어 사람 손으로 수정을 해줘야한다.
소독을 많이 하다보니 벌이 다 죽어 없다.
세상에?
사람이 수정을 해주는 시대가 되었으니...
안타깝다.

봄이 우리의 몸과 가슴에 와있음을 과수원 한바퀴돌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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