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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천안생활

밥돌아...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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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돌아...잘가라.이제 헤어지자.
      힘들었지?
      낯선집에 와서 4박5일 지내느라...
      눈보라 날리는 설악산으로 떠난 친구는
      널 우리집 식구에게 맡기고 홀홀 사라졌지.
      영문도 모르는 넌...
      사랑스런 얼굴을 하고 으시대면서
      우리집 거실을 이리 저리 제멋대로 탐색하며 
      이사람 저사람품에 안기며 사랑을 받았지.
      아직 이름도 없는
      생후 45일된 예쁜 머슴아 강아지였어.
      마침...우리집에 통닭 파티가 끝난 참이라
      닭뼈 몇 개를 주었더니 
      넌...정신없이 핣고 빨고 깨물고 입에서
      우드득 소리를 내며 잘도 먹더구나.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잘먹는 너에게
      밥돌이라고 이름을 져주었지.
      밥돌이는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꼬리는 왜그리도 힘차게 흔들어대는지...
      발돌이의
      그런 행복한 시간도 머지 않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어.
      이곳 저곳에 싸는 오줌은 참을수 있었는데...
      지독한 냄새 풍기는 똥을 싸는 넌...
      진짜 똥개더구나.
      그래도 이쁘다고 식을줄 모르는 사랑으로
      이틀밤까지는 사랑속에 널 꼭 껴안고 잤지.
      깊은밤에 나도 모르게
      내 머리에 기대고 자는 너의 몸뚱이 
      온기 정말 따뜻했어.
      3일째부턴... 
      밥돌이는 화장실에 갖히는 신세가 되버렸지.
      한마디로 연금을 당한거지.
      자고 나면 이곳 저곳 침실...거실 가리지 않는 
      무차별 똥세레에 더 이상 참을수 없었거든.
      널 너무 좋아하던 내딸녀석도 점점 사랑이 
      식어가고 있었지. 
      넌...
      낑낑대고 애처로이 화장실 연금을 풀어달라
      눈물을 보이며
      요청했지만...연금을 풀수가 없었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오줌을 싸대는 
      너를 어떻게 해방시켜주겠니?
      똥  오줌만 싸대는 넌...그곳이 제격이야.
      미시령 산허리를 돌아 동해 바다에 가서 
      일출을 보고 눈이 온 설악산에서 좋은시간
      보내는 네 주인식구들이 점점 미워지더구나.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녀석을 우리에게
      맡긴...친구가 말야.
      하지만...오늘 네가 가버리니...
      더러는 네가 보고 싶을 게야
      안아주면 좋아하던 네모습...
      밥을 주는 아내만 졸랑졸랑 따라다니던 모습...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오게 해달라 졸라대다...
      지쳐 쓰러져 자는 모습 
      참 평화롭더구나.     
      배불리 먹고 흉한 배를 드러내고 
      죽은 듯 자는 네모습...
      다 잊을수 없는 추억의 모습이야.
      우리집은 너같은 강아지 
      키울 자신이 없어졌어.
      강아지 한 마리 키웠으면 좋겠다하던
      딸녀석도 이제는 두손 들어 버렸지.
      냄새나고 신경쓰이고 달라붙고...
      아마도 평생 집에서 키우지는 않을거야.
      사람사는집...사람냄새만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집의 일치된 의견이야.
      혹...
      밖에서 키운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똥싸대는 개는 싫다고 할 것 같다.
      그동안 너에게 구박하고 욕한거...
      네 주인님에게 일르지 말거라.
      애야!!!!
      조금 구박은 있었지만...사랑의 매였다고
      말해주지 않겠니?
      밥돌아...
      주인님 친구분과 같이 지낸시간...
      행복한 삶의 순간이었다고 말해주면 안되겠니?
      그래도 내가...
      냄새나는 네똥을 젤 많이 치워주었잖니?
      똥 냄새 풍기는 너를 젤 많이 안아준 사람도...
      바로 나란 말이다.
      밥돌이가 가버린 지금...
      금방이라도 뛰어와 꼬리를 흔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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