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봄이라 말할수 없겠지요. 써늘한 겨울의 끝자락에 강화도의 갯마을... 가슴에 피어있는 그리움의 꽃이 눈물이 되어 버렸지요. 사십년동안 잉태하여 맺힌 그리움이 한이 되면 진한 눈물로 되어 버리는가 봅니다. 저도 오랜만에 흘려본 눈물이 지금도 눈가에 맺히는군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얼굴들이었나 봅니다. 갑짝스런 고향의 그리운 얼굴들이 한꺼번에 들이 닥쳤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석포리, 신정리 삼섬 갯펄처럼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고향의 바다 내음새가 그곳 강화도에도 있었습니다. 갯펄에 미끄러져 들어오는 바닷물이 어쩜 고향바다와 똑같은지... 그속에 분명 살조개깨는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는 겁니다. 한참 갯펄에서 놀고잇는 저를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 친구가 사는 강화도는 어쩜 고향바다를 생각하며 그곳에 정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화도 마니산... 십수년전 한번 올라갔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강화 초지진 앞바다... 서울에서 살 때 가끔 고향생각이 나면 갯펄의 망둥어 낚시하러 초지진 앞바다에 가곤했었지요. 그곳에 고향친구들과 같이 다시 갈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따뜻한 새봄의 향기가 풍기는 일요일에 마니산 정상을 향해 구수한 추억의 얘기를 나누며 올랐지요. 하늘 저편에 잠자던 기억이 갯바람타고 솔솔 다가오더군요. 지난날 함께 보았던 바다를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특별히 마련한 마니산 등산에선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 집사람과...여자 동창생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다같이 연약한 몸으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불태웠던 위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이제는 아름다운 가슴을 열어 예쁘게 포장한 아름다운 삶의 동행입니다. 소박하고 수줍은 모습이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입가에도 따뜻한 입김이 마니산에 퍼지더군요.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산에 오른... 건교 와 기홍이 옆지기가 힘들어 하는것 같아 같이 동행하였죠. 때로는 손도 잡아보면서...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이라 전기가 오지 않더군요. 혹...건교나 기홍이가 이글을 보면 질투가 나겠지만... 그래도 맨손인 제 손바닥에는 땀이 난걸로 봐서 사랑의 열기가 전해온것만은 확실합니다.
거친 세정이 입담이 가끔은 그녀들에게 힘이 되었는지 세시간 정도의 산행이 무사히 마무리 할수있었습니다. 석선이는 몸살이 났지만 친구들의 격려에 날라가듯이 마니산을 오르더군요. 등산 전문가가 되버린 임숙이가 옆에서 많이 지켜 주었지요.
그리고 윤서야... 정말 오랜만이었어. 네가 내볼을 비비며 흘린 눈물이 내얼굴에 흘러내리고 있었지. 나도 모르게 나도 눈물이 나더구나. 사내녀석들이 동창생 지지배들 앞에서 눈물흘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말 반가웠다. 강화도 마니산 주차창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너를 버스 유리창를 통해 보고 금방 알아봤어. 너무나 변한 네모습...옛날 고향에서 많이 보았던 고향의 어르신이었어. 그모습이 아마도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아니야...코흘리개...같이 가다보면 벌써 앞서가던 윤서가 아니야... 저렇게 변할 리가 없어...아니야...정말 윤서가 아니야“ 순간 내가슴에 슬픔이 몰아쳐 오더구나. 몇 년전 천안에서 만났던 어릴적 친구와 만남처럼 똑같은 감정이 다시 되플이 되는거야. 많이 흘러간 세월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겠지.
네가 나를 안고 수없이 되풀이 한말... “영로야...반갑다....보고싶었어....친구들 모두” “무조건 건강해야혀... 건강하면 만날 수 있잖혀...” “이렇게 죽지않으니... 만나잔혀...건강해라...” 우리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다른 어느것보다 건강에 신경을 쓸때가 되었지. 네가 친구들을 만나 흘린 눈물은 우리 모두의 그리움의 바다가 넘쳤기 때문이야. 우리가 식사할 때 네가부른 김종환의 백년의 약속... 사실은 그노래가 내 애창곡이기도 하다. 그노래를 들으면서 어릴적 같이 호홉한 언암학교의 운동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오더구나. 한쪽에선 지지배들이 고무줄놀이 하고... 두현이와 세정이가 고무줄을 끊어놓고 도망가고 있었지. 교문앞 송방에선 선구와 나는 만화책에 빠져있었지. 학교 수업이 시작된줄도 모르고 말이다. 손들고 복도에서 오만상 찌푸리며 둘이 벌받는 모습을 효숙이와 명희가 쳐다보고 있더구나. 임숙이 석선이 부순이가 고소하다고 웃고있고... 정말 쪽팔리는 일이었지.
윤서야... 네가 차려준 음식 맛있더구나. 나중에 나온 매운탕 맛은 정말 일품이야. 우리가 갯마을에서 클때 고향에는 회를 별로 안먹었어. 매운탕을 많이 먹었지 않았니? 바로 그맛을 넌 잊지 않았더구나. 착한 네아들이 주방에서 주로 다 만들었겠지만... 참... 네아들이 서른살이라 했지. 딸은 벌써 시집가서 손녀딸인지...7살이라고 했어. 아들녀석은 아직 장가를 안가고 네가 하는 횟집 주방장이고.. 정말 착실하더구나. 주방에서 일하면서 부모님을 모시는 모습이 너무 좋은거야.
헤어질때 네가 너무 감격해 마신술이 과하다보니 넌 못나오고 대신 네아들이 배웅을 해줬어. 내가 특별히 네아들에게 부탁했다. “네아빠... 잘 모셔라. 부탁한다.” “예...꼭 잘 모시겠습니다.” 나한데...약속했으니 걱정말고 횟집 사업 번창하여 친구들을 다시한번 초청하거라.
기홍이가 마련한 관광버스를 타고... 먼길을 달려온 고향 친구들...사십년만의 해후... 그리고 마니산 등산... 갯바람 맞으며 먹은 서산 갯마을 식사... 친구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끝없는 옛날이야기... 성두현회장의 우렁찬 인사말... 이희중희장의 정감넘치는 인사말... 효숙이의 사내 가슴 울리는 노래소리... 희상이의 노래할때 여자 동창생들이 몸을 비비 꼬는모습...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분명 아름다운 모임이었습니다. 효숙이가 저에게 한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고향 친구들 부인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수더분하고 소박한지 하나 거리감이 안느껴지는게 너무 좋더라“ 부부동반으로 하는 고향의 초등 동창회... 오래 같이한 언암의 식구들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
건강이 회복중인 인환이가 부부동반해서 왔었지.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인환아... 너...정말 장가 잘갔다고 내가 말했지. 곁에 있는 네 부인이 얼마나 든든한지... 속으로 안심이 되더라. 내 귓속에 대고 몇 번이나 말했어. “영로야 고마워...참 좋다” 친구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은은한 미소띤 모습으로 바라보는 네모습을 난 한참을 보곤했어. 너무 행복한 미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꼭~~~ 정말 꼭~~ 건강하거라. 다른 친구들 모두 3월1일 모임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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