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재수없는 삶은 살지 말자구유 이영로 2006. 6. 7. 06:16 재수없는 삶은 싫습니다. 어제의 일입니다. 한참 바쁜 회사일을 뒤로하고 한잔의 커피를 들고 밤나무 그늘에서 포도 과수원을 보며 알알이 익어가는 새끼 송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밤꽃의 짙은 향기가 건장한 사내의 내음으로 다가 오더군요. 뀰벌들이 열심히 꿀을 빼먹으며 어쩌면 달콤하게 미소짓는 모습으로 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일런지... 유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초여름의 계절...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확트인 청청한 하늘에서 싱그런 영양분을 함께주는 느낌입니다. “꿩 잡았다.” 저처럼 좀 떨어진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쉬던 회사 동료가 소리치더군요. 그러면서 포도과수원에 들어가더니 수꿩 장끼 한 마리를 들고 오더군요. 축 늘어진 녀석은 아직도 살아있는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휘한한 광경이었습니다. 회사 동료는 커피한잔 마시며 포도 과수원을 보고 있는데... 수꿩 장끼한마리가 포도 과수원 고랑에서 왔다 갔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답니다. 자신도 모르게 돌맹이 하나 들고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돌맹이에 꿩이 맞은 겁니다. 참... 지지리도 재수없는 꿩녀석입니다. 오십이 다되가는 중년의 사내의 힘없는 팔에서 날아간 돌에 맞아죽다니... 총에 맞았다거나...고무줄 새총에 맞아 죽었다면 그래도 할말이 없는데 말입니다. 아니면...실연하고 한강물에 빠져죽으려 서울로 가려는 녀석이 어차피 죽을거 이곳에서 죽자하고 날아오는 돌에 일부러 맞은지도 모릅니다. 포도가 익어가는 포도밭에서 암꿩과 테이트 약속을 했는데... 약속시간을 안지키고 오지않는 암꿩을 두어시간 기다리다 화가나서 안절부절 왔다갔다 하다가 얼떨결에 날아오는 돌에 맞았을까? 별의별 추측을 하며 회사 동료들끼리 사망 원인에 대해 한참을 토론했죠 포도가 맺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포도의 시를 쓰자고 성거산에서 내려온 꿩인지도 모릅니다. 저만치서 커피를 먹는 사람을 보며 커피처럼 들꽃처럼 향기로운 이야기를 아름답게 쓸려 했는데... 그사람은 저에게 돌을 던진 겁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성거산 깊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푸르게 살수도 있었는데... 혹은 남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포도밭에 놀러와서 삶에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었는데... 정말 재수없이 조그만 돌맹이에 맞아죽은 꿩을 바라보며...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욕심부리지말고 산에서 살지 별의별 사람이 사는 이곳에 무순 구경거리가 있다고 내려왔는지... 사람들은 얼마나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는지 모를겁니다. 때로는 돌맹이로...별의별 흉기가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의 삶을 모르는가 봅니다. 그꿩도 조금은 모자라도 욕심없이.. 아무 욕심없이 그냥 산에서 조용히 살았으면 새끼들과 잘 살았을걸....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었을걸... 사람사는 도시에 한번 나와본 외출이 돌맹이로 끝날줄이야...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이영로의 삶의 일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 배달꾼들... (0) 2006.06.18 뭔가에 빠졌지유~ (0) 2006.06.16 아바...안단테... (0) 2006.06.12 친구야...힘내고 살자. (0) 2006.06.06 추석 전야입니다. 행복한 추억이 담긴 명절을 보내세요. (0) 2005.09.16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Related Articles 뭔가에 빠졌지유~ 아바...안단테... 친구야...힘내고 살자. 추석 전야입니다. 행복한 추억이 담긴 명절을 보내세요.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