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이네 집에서...2006.6.24
시골 고향지역 초등학교 동창회...
어제 세정이네 앞마당에서 동창회가 열렸다.
내가...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온지 10년이 되간다.
그러니 시골 동창회 참석한지도 10여년 되가고...내가 동창회 총무를 맡아본지는
9년이 되고...
세정이네를 들락 거린지도 10년이 되는것 같고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의 모습도 많이변했지만...맨날 보는 얼굴이라 그저 그런것 같지만 이미 분명
10년전 40대 중반에서 지금 50대 중반 할아버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건 사실이다.
그옛날 10년전... 세정이네집에 처음 찾아본건...
이때쯤 초여름 날씨였다.
해미읍내 식당에서 식사하며 동창회에서 세정이 얘기 나왔다.
그때까지 세정이는 동창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옆집에서 사는 승덕이는 잘 참석하는데...
동창회에 참석하지 않는 녀석의 집에 쳐들어 가자는 말에 동창들끼리 쉽게 합의가 되자.
그날은 작심을 하고 식사를 마치고 모두 차를 몰아 캄캄한 여름밤에 신정리 세정이네
집에 들이 닥쳤다.
물론 전화로 네집에 간다고 하고....
세정이는 설마 녀석들이 집에 까지 들어올까? 그저전화 장난으로 온다고 했겠지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당에 친구 차들이 몇 대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들어오자
당황한 세정이는 옥상으로 올라가 숨는다. 집안으로 들어간 우리들은 머쓱했다.
세정이가 갑자기 이웃집에 마실을 갔다는 거였다.
집사람이 옆집에 마실을 갔다는 돌려대는 말끝 어딘가 냄새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용복인가 두현인지 모르겠는데... 세성이 녀석이 분명 집안에 어디엔가 숨어 있다
생각하고 찾아야 겠다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간 두현이 친구는 소리쳤다.
“세정이 여기있다”
모두 몰려가 보니...녀석은 팬티 바람으로 스라브 옥상 구석에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벌거벗은 몸에 모기들이 달려들어 가려워 미치겠는데...
세정이는 웬수같은 녀석들 언제 돌아가나 생각하며 조그린채로 구석에 있었던 것이다.
설마 녀석들이 올줄은 모르고 집안에서 가장 편한 자세 팬티차림으로 아내와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집 골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옥상으로 도망친 것이었다.
팬티만 입고 있는 세정이의 그을린 얼굴...
몇십년만에 만난 세정이의 모습이었다.
참... 난 기가 막힌 한 장면을 목격하며 온몸을 뒤틀어가며 웃었다.
오랜만에 맛본 개구쟁이의 모습...바로 그 어릴때 뛰놀던 그대로의 장면이
펼쳐진 영화같은 장면이 아니겠는가?
시골 동창들을 몇십년만에 만나 동창회를 참석했는데 이렇게 거리감 없이
대할수있는 상대들이 또 어디 있는가?
이런 스스럼없는 친구들이 있을까?
서울에서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질수있을까?
얼마나 순진하고 순박한 모습인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농토에서 평생을 보낸 시골 촌 구석의 농촌 어르신 세정이...
거칠게 변한 세정이의 손을 잡고 그날 한참을 그집에 머물며 배꼽을 쥐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난...
그때 만난 세정이의 인상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흑백 사진으로 인화되어
머릿속에 심어있다.시골 농촌의 전형적인 농부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지금까지
편안한 상대로 대하는지 모른다.
어제도 집에 도착하자.
녀석은 집사람과 마늘캐는 밭에 있었다.
3시경에 온 기본이 부부가 동창들에게 줄 단고기를 끓이며 마당에 자리를 준비하고....
세정이는 나를 보자마자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농부의 옷을 준비하더니 나를 밭으로 테리고 가 일꾼으로 일을 시켰다.
내가 시골 농사짓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녀석은 나만 오면 흙으로
몰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캐논 마늘을 터는 일을 하며,,, 흙냄새를 깊게 아주 깊게 들이마셨다.
정말로 얼마나 맛있는 향기로운 냄새인가?
부부가 마늘밭에 일하는 모습을 보니...
바쁜 농촌의 삶을 체험하는 느낌이다.
친구 부부는 이렇게 바쁜 농촌의 삶을 살고 있는데...
세정이의 집사람에게 너무 심한 부탁을 한게 미안함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의 모임을 부담없이 들어주는 친구는 세정이 말고 누가 또 있을까?
친구들아...
푸르고 푸른 초여름 날,,,
유난히 좋아했던 시골집 마당에서 모깃불 피우며
저녁먹고 하늘에 떠있는 별을세던 추억이 떠올라...
이렇게 또 시골 동창친구들이 모였다.
친구들이 우리 모두 옛 시골생활을 생각하며 추억에 젖어보자구나.
초록 감잎 나무... 우뚝 서있는 소나무...
한켠에 있는 토마토 참외밭이 분명 내가 살던 시골집이 틀림없더구나.
허기진 추억이 목말라 사랑으로 묶인 채
가슴저린 내 마음은 봄빛에 타고 고향하늘로 떠다닌다.
긴 여름밤의 시골마당 추억은 그리움과 함게 그렇게 토해냈다.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 우리들은 조금씩 변해가고
아침 이슬처럼 언젠가 사라지겠지.
천수만 석양에 매달린 저 태양....
보고 싶은 단지봉에서 추억의 울음이 세정이네 구석 구석에서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밤하늘 넘어 기웃거린다.
그옛날 추억의 마당... 혼란한 현재 이야기랑 덮어두자.
넉넉한 풀 향기를 맡으며 시골의 삶에 빠져들자구나.
그러구 참...
우리 모임에 새로 참석한
물기 촉촉한 유월의 소녀, 긴 머리 숨결을 날리던 소녀...
이해자가 인절미 한박스를 해왔지.
음암 도당리에서 떡집을 하는 해자...
너무나 인자한 시골의 아낙으로 변해 우리 곁으로 온 해자의 모습을 보고
흔들어 놓은 소년의 가슴은 왜그리도 편한지,,,
또하나의 시골 고향 친구의 만남이 그렇게 좋았다.
두현아...
비단 같은 윤기의 얼굴하고 있는 네가 이번 시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지만...
이제부터 개인적인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사는게 좋다고 했지.
그래... 힘을 내고 아름다운 중년의 생활을 하자.
오묘한 우리들의 삶의이야기...
이번에 마늘 수매로 참석 못한 큰 사업가 용복이...
대전으로 교육간 운산 파출소장 건교...
얼굴 못봐서 서운하지만 다음 모임에 건강하게 보자구나.
다음 모임은 양림리 기홍이네서 8월 말에 만나기로 했어.
방앗간 구석에 멍석을 깔고 또 고향의 향기를 맡아보자.
지루하지 않은 추억의 향기가
꿈의 샘물처럼 솟아나는 우리들의 초등 모임....
노을 끝자락에 세정이의 넉넉한 인심이 뿜어났었다.,
세정아 고맙다. 특히 네 집사람에게 ...
초등동창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