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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로의 예산생활

소달구지를 보며 생각나는 몇가지 추억

부슬 부슬 이슬비가 내리는 어제..예산 시내에 볼일보러 차를 몰고 나왔다.
나를 멈추게 하는 모습하나..
뿔이 길게난 황소가 마차를 끌고있는 것 아닌가?
운전하던 나는 차를 멈추고 그모습을 한참이나 보았다.
몇개월전 처음 소달구지를 보고 두번째...
세상에...
지금 어느시대인데 소달구지가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다니...
50대쯤 보이는 그 농부 아저씨...
다시 보고 또보고...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지난번에는 가면서 펑짐한 똥까지 싸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흘리며 갔었다.
똥받이가 있었지만 너무 푸짐해서 반은 아스팔트로 철퍼덕 철퍼덕 내려앉으며 김이 모락모락 난다.
그래도 얼마나 보기 좋은지...
그냄새는 향수로 느껴지는건 왜일까?

이시대에 아직도 소달구지를 고집하는 그 쪽마른 농부 아저씨는 분명 고집불통 일까?
뿔이 길게난 그 황소는 커더란 코구멍에서 하얀 김을 힘차게 내뿜으며 가는 모습이 경운기 한대값은 넘을 것 같다.

동물과 사람...
사람과 가축...
한가족이었다.
옛날 내 어린시절 우리집에 살던 암소 한마리...
7-8년은 같이 살았는데 우리집이 서울로 이사가면서
방앗간으로 팔려갔다.
어찌나 일을 잘하고 주인말을 잘듣던지 방앗간 주인이 탐을 내던 소였다.

그소는 아버지 말이라면 너무나 잘들어서 무거운 짐을 싣고서 언덕을 올라갈때 힘이부치면 무릎으로 올라 갈정도였다.

그소는 주인이 나를 방앗간집으로 팔러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날은 외양간에서 나오지 안으려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 손에 끌려 나와 방앗간으로 팔려갔다.
동물이 눈물을 흘리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아버지는 서울로 이사간후 시골에 내려 올때마다 그소를 보러 방앗간으로 가면 그소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또 눈물을 흘렸댄다.
가축과 동물 서로 감정이 있는 건 확실하다.

요즘세상...
너무 기계로 가는 세상이다.
기계없이는 안된다.
회사고 농사고 사무실이고 어딘든 기계화 세상이다.
자동차는 주인모르고 남의차를 박고 중앙선을 넘어 주인을 다치게 한다.
그래서 기계화된 세상 한구석에는 우리의 너무 좋은 감정들이 병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