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영로의 예산생활

꼬기옥~닭과 함게 아침을 연다.

꼬기~오옥~
아침에 출근하면 듣는 소리...
새벽에 일어나 회사 온구석을 돌아다니며
주어먹을 거리는 없는지 헤메는 닭들...
그들도 사회적 동물이라 꼭 떼로 몰려다닌다.

처음...
토끼를 키우면서 나의 가축기르기는 차츰 닭으로 흥미가 옮겨갔다.
그옛날 닭장에 따뜻한 온기가 느끼는 알을 둥지에서 한번 꺼내고 싶어던 거다.

한번 맘먹은 것은 필히 실천하는 나...
집사람의 모진 반대에도 무릅쓰고 철망을 사고 일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빌라 뒷견구석에 닭장을 짓기 시작했다.

집사람 눈치봐가며 조금씩 닭장은 완성되가고...
토끼장과 닭장...나의 목장이다.
그목장이름은 영로 생명과학연구소라 명명하였다.^^
물론 얼굴 찡그리는 집사람을 의식해 한번 얼굴한번 펴보라고 지은 내 목장 이름이다.
장날...한마리 2500원씩 중닭(병아리를 벗어난 닭)10마리 사서 우리에 넣고, 사료도 한푸대도 사고...

집사람은 못말리는 나의 가축기르기 열정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토끼와 닭장을 아침저녁으로 오가며 나의 가축기르기는 계속되었다.
두어달이 지나갔다.
닭도 제법 많이 크고 좁은 닭장에서 제들끼리 마주보며 싸우는 모습은 그옛날 마당에서의 모습 그대로 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아침에 일어나 나의 생명과학연구소로 출근하여 보는순간...나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닭장은 아수라장...닭 열마리가 이리저리 흩어져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일부 닭은 밖으로까지 나와 죽어있고...
참 놀랍고 처참한 테러의 한모습이었다.

옆집의 농사의 대가 노인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인양반의 하는말씀...
<보나 안보나 족제비 짓이구먼. 그놈에게 들키면 그냥 안놔주지. 다 죽이고 한마리씩 자기 굴로 옮겨다 놓는다네>
테러범의 주인공은 족제비...
하나같이 목을 물어 죽였다.
보복공격도 못하고 당하기만 할 신세다.

그것으로 포기할 내가 아니다.
그날로 장날 또 이번에는 더 많이 열댓마리나 더 사다 넣고 철망도 구멍하나 없이 보수 공사를 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철망 고친게 효과가 있었는지 한달을 그럭 저럭 버텨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한마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제대로 못먹어 영양부족이 아닌지...
토끼농사를 포기할쯤 열마리정도가 남아 있었고 집사람의 바가지가 극에 달해 결국은 회사로 이사를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영로 생명과학연구소는 문을 닫고...

그들에게는 회사가 천국이었다.
족제비도 없었고 넓은 오천평의 회사땅은 그들의 놀이터요 삶의 터전이고 더욱이 사료는 회사 식당의 음식찌꺼기가 그들의 먹이...
그러니 깃털에 윤기가 나고 무럭 무럭 크더니 어느날 갑자기 엷은 알이 닭장에 보였다.
즉시 둥지를 두어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둥지보다 자기들만의 나무숲풀 밑에 알을 낳는 것이었다.
아주 포근한 둥지를 만들고 꼭 그곳에다만 알을 낳는다.

퇴근할때 알을 몇개씩 집으로 가져오자 역시 집사람의 입이 벌어진다.
시장에서 사먹는 달걀과는 비교가 안된다.
노른자가 확연히 다르고(짙은 노란색으로 붉은색을 띤다) 맛도 또한 틀리니 애들이 시장알은 먹지도 않는게 아닌가?

바로 옛날의 그 달걀이었다.
더러는 회사직원들이 가져가기도 했지만 나의 달걀 가지고 퇴근하는건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집사람의 벌어지는 입은 닫힐줄 몰랐다.^^

하지만 직원들이 닭을 보고 매일 침을 흘리는데는 나도 한계가 있어 눈물을 머금고 가을 야유회에 회식으로 한많은 그 닭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뒤로 또다시 열마리를 사다가 기른다.

회사동네에서는 족제비는 없는대신 풀어논 동네 개의 침공으로 몇마리가 희생을 당하기도 한다.
이제는 몇마리만이 명맥을 유지하며 직원들의 친구가 되어있다.
어떤때는 열려진 사무실안에까지 들어오는 촌극도 벌어지고...

언젠가는 영양보충용으로 사라지겠지만...
영원한 나의 친구다.

가축과 사람...
옛날처럼 친구로 지내고 싶다.
나만 보면 먹거리를 갖다주는줄 알고 달려오는 녀석들인데 요즘은 주변 메뚜기며 벌레들을 실컷 잡아먹었는지 본체도 안한다.
한번 발견한 메뚜기는 바로 그들의 먹이가 된다.
얼마나 날쌘지...

빨리 커서 알낳는걸 또 보고싶다.